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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온상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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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온상이 되었나

2020.01.29 18:09
리빙스턴의 과일박쥐 (Pteropus livingstonii). 중국 CDC는 과일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APF/연합뉴스 제공
리빙스턴의 과일박쥐 (Pteropus livingstonii). 중국 CDC는 과일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APF/연합뉴스 제공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폐렴)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처음 이 병을 인류에게 전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인 박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쥐가 특유의 높은 종다양성과 면역력으로 대표적인 신종 인수공통 바이러스를 다수 보유한 동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게 된 이유는 어디까지나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식재료로 삼은 인간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박쥐는 2003년 중국을 덮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4년 에볼라, 2012~2015년 중동과 한국을 휩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21세기의 주요 감염병을 일으킨 바이러스의 근원이다. 사스는 관박쥐, 에볼라는 흔히 ‘과일박쥐’라고 불리는 큰박쥐류,  메르스는 이집트무덤박쥐가 주요 감염원으로 꼽힌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종도 아직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중국의 관박쥐가 유력해 보인다.


박쥐는 전세계적으로 약 1000 종이 존재하는, 종 다양성이 가장 큰 포유류 중 하나다. 전체 포유류 종 가운데 5분의 1이 박쥐일 정도다. 박쥐보다 종이 다양한 포유류는 설치류(쥐)뿐이다. 


종이 다양하다 보니 다양한 질병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몸에 다양한 바이러스를 지닌 상태로 태연히 생존하는 능력 면에서 포유류 가운데 1,2위를 다툰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보건연구기관인 에코헬스얼라이언스의 피터 다스작 대표 연구팀은 754종의 포유류를 조사해 586개 바이러스 종을 찾아 어떤 동물이 바이러스를 얼마나 몸에 갖고 있는지 조사해 2017년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박쥐류는 156종의 인수공통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어 183종을 지닌 설치류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2013년 미국 연구팀의 조사에서는 박쥐가 오히려 설치류보다 인수공통 바이러스 수가 많았다.


박쥐가 바이러스를 몸에 많이 지니고도 무사할 수 있는 것은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독특한 면역체계 때문이다. 인간은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침입하면 면역체계가 발동해 체온을 올린다. 고온에 취약한 바이러스의 활동을 막기 위해서다. 생존을 위한 필수 반응이지만, 우리 몸도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다. 


반면 박쥐는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체온을 올리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바이러스를 죽이지 않는 대신 몸에 키우는 것이다. 대신 바이러스도 박쥐를 죽이지 않고 얌전히 지내다 다른 동물에게 옮겨가 번식한다. 일종의 공생 전략이다. 에볼라 등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갖고 있는 박쥐도 발견돼 있다.


이런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인류에게 옮겨가지 않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끔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는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된다. 사스부터 에볼라,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두 이에 해당한다.

 

리빙스턴의 과일박쥐 (Pteropus livingstonii). 중국 CDC는 과일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IUCN 제공
리빙스턴의 과일박쥐 (Pteropus livingstonii). 중국 CDC는 과일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확인한 바 있다. IUCN 제공

박쥐는 이렇게 바이러스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류에 직접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쥐는 어른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에 쥐처럼 생긴 ‘작은박쥐’ 류와 어른 팔뚝 만한 크기에 여우처럼 생긴 ‘큰박쥐’ 류의 두 큰 부류로 크게 나뉜다. 이들은 각각 곤충과 과일을 먹는다. 박쥐 등 야생동물 생태 전문가인 박영철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전공 교수는 “곤충을 먹는 박쥐의 경우 밤에 (호수 등의) 수면 위나 산림 위를 날며 모기 등 해충을 잡아 먹고 사는 이로운 동물”이라며 “야생 상태 그대로의 박쥐는 인간에 해를 끼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이가 없어지자 점차 사람이 사는 곳까지 드나들며 경작지나 과수원의 곤충과 과일을 먹게 되면서 인간과 접촉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여기에 박쥐를 한약재나 식재료로 사용하는 일부 문화권의 식문화는 박쥐 속 바이러스와 인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박 교수는 “박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된 계기는 대부분 먹는 과정 때문”이라며 “덜 익힌 박쥐를 먹거나 도축 과정에서 상차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역시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의 식습관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한국 역시 수십 년 전까지 박쥐를 식재료로 활용해 왔다.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인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역시 "박쥐는 (바이러스와) 생태적 균형을 유지한 채 살고 있었을 뿐"이라며 "우리가 박쥐에게 다가간 게 원인이지 박쥐가 이번 사태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혐오나 두려움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일상생활에서 보통 사람들은 박쥐를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박쥐는 야생성이고 동굴이나 폐광에 살며 1년 중 길게는 절반 이상을 겨울잠으로 보낸다. 특히 국내에서는 1000여 종의 박쥐 중 작은박쥐 20종 남짓만 살고 있고, 그나마 서식지인 폐광이 대거 폐쇄되면서 최근 수십 년 사이에 개체수가 급감해 있는 상태다. 박 교수는 “박쥐 등 야생동물을 원인으로 모는 것은 맞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방역 대책에 집중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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