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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잘못된 남성성 인식이 건강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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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잘못된 남성성 인식이 건강 위협한다

2020.02.01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왜 어떤 남성들은 손을 안 씻을까? 화장실 이용 후 손을 씻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 66% 여성 77%이었지만 실제 관찰해보니 남성들의 경우 17%만 손을 씻었다는 보고가 나오는 등(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143662)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위생에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을 보인다. 


해외에서도 사정이 비슷해서 미국의 경우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위생을 비롯한 전반적인 건강행동(건강한 식습관, 체중 조절, 술 담배 안 하기, 건강검진 받기, 병원 가기, 의사 말 잘 듣기 등)에서 나쁜 성적을 보인다는 연구들이 다수 있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수명이 짧은 주된 이유가 이런 잘못된 위생, 건강 습관 때문이라는 주장들이 나오는 이유다. 남성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위생에 신경 씀 = 약함?


가장 흔히 지적되는 요소 중 하나는 고전적인 ‘남성성’에 대한 집착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남성이라면 항상 강인해야 하고, 약해 보여서는 안 되고, 아파도 아픈 척하면 안 되며 위험도 무릅쓸 줄 알아야 하고 조심하는 건 남자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하는 잘못된 남성관이 남성들로 하여금 건강하지 않고 심지어 몸에 해로운 행동들을 하게 만든다. 


특히 위험 추구, 호탕하고 무절제한 생활, 감정 절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들이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건강 검진을 받고 평소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는 등 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 활동(Preventive self-care)을 잘 하지 않는다는 발견이 있었다(Levant, 2009). 


연구자들에 의하면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사고방식은 어렸을 때부터 주입된다(Courtenay, 2000). 부모들의 경우 아이를 키울 때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보다 더 튼튼하고 좀 더럽게 커도 괜찮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무모하고 무책임하거나 더럽고 위험한 행동을 해도 ‘남자아이들은 다 그래~’라고 관대한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고 화가 나 공격성을 표출해도 ‘남자라면 싸울 줄도 알아야지’라며 관대하게 넘어가는 편이다.  


미디어 또한 마찬가지다. 남성이라면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미지가 ‘멋있게’ 전시된다. 술, 담배, 위험한 행동, 무절제한 생활은 남성이 훨씬 많이 함에도TV에서는 아픈 건 항상 여성이다. TV에서는 병원 신세를 지는 것도 여성, 죽는 것도 여성이다. 남성이 더 높은 비율로 가지는 심장질환이나 HIV에 있어서도 미디어에서는 주로 남성보다 여성 환자 이미지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내가 아플 리가 없다는 근자감 


이렇게 약한 건 여성이요 남성은 강인하며 적어도 약해 보여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의해 남성들은 “(손을 안 씻고 위생이나 건강관리에 신경을 안 써도) 나는 괜찮다. 건강하다. 내가 아플리가 없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더 크게 형성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남성들의 경우 건강 관련 정보들에 관심도 덜하고 정보를 알려줘도 잘 안 바뀐다는 보고들이 있었다(Boehm, 1993). 전문가들이 아무리 손 씻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사방팔방에서 말해도 “나는 괜찮아. 나는 절대 병에 걸리지 않아”라며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 관련 정보를 귀담아 듣지 않기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건강 관련 상식도 부족한 편이라는 발견들도 있었다(Turrell, 1997). 특히 건강한 식생활이나 요리에 대한 관심도나 실천도가 낮은 편이다. 


“십년 간 병원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단 한번도 손 씻은 적 없는데 독감에 걸린 적 없다”


같은 말이 자랑으로 통용되는 비율이 여성에 비해 높은 편이기도 하다. 또한 아프더라도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는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버티는 비율이 높다. 아프더라도 자신은 멀쩡하다며 술도 마실 수 있고 운전도 할 수 있다며 집에서 쉬지 않고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편이다.

 

 

손 씻는 건 여자나 하는 일


이 외에도 위생이나 청결은 여성들이나 신경 써야 하는 일이며, 스스로 청결을 추구하는 건 남자답지 않은 일이라는 인식, 손 씻으라는 말에 지금 나를 더러운 인간으로 생각하는 거냐며 위생을 자존심의 문제로 만드는 것, 잔소리 듣기 싫고 변화하기 싫다는 반발심 또한 남성들의 건강하지 않은 행동들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듯 보인다. 

 

단지 성고정관념 때문에 위생수칙이나 건강 관리를 하지 않고 따라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잘못된 남성성이 당신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철저한 자기관리나 위생은 여성 남성을 떠나 이성적이고 지적인 현대인이라면 꼭 갖춰야 하는 덕목임을 기억해보자. 

 

참고자료

-Boehm, S., Selves, E. J,, Raleigh, E., Ronis, D., Butler, P. M., & Jacobs, M. (1993). College students' perception of vulnerability/susceptibility and desire for health information. Patient Education and Counseling, 21, 77-87.
-Courtenay, W. H. (2000). Engendering health: A social constructionist examination of men's health beliefs and behaviors. Psychology of Men & Masculinity, 1, 4-15.
-Levant, R. F., Wimer, D. J., Williams, C. M., Smalley, K. B., & Noronha, D. (2009). The relationships between masculinity variables, health risk behaviors and attitudes toward seeking psychological help. International Journal of Men’s Health, 8, 3–21.
-Levant, R. F., Wimer, D. J., & Williams, C. M. (2011). An evaluation of the Health Behavior Inventory-20 (HBI-20) and its relationships to masculinity and attitudes towards seeking psychological help among college men. Psychology of Men & Masculinity, 12, 26-41.
-Mahalik, J. R., Burns, S. M., & Syzdek, M. (2007). Masculinity and perceived normative health behaviors as predictors of men’s health behaviors. Social Science & Medicine, 64, 2201–2209.
-Turrell, G. (1997). Determinants of gender differences in dietary behavior. Nutrition research, 17, 1105-1120.

-[팩트체크] '소변 뒤 손씻기' 대논쟁…안씻어도 될까?, JTBC, 김필규 기자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14366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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