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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지방덩어리, 알고보니 ‘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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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지방덩어리, 알고보니 ‘황금’

2020.02.0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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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의료신소재TF팀이 인체 폐지방에서 세포외기질을 추출해 오가노이드 칩을 개발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폐지방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동결 건조한 모습.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제공

 

병원에서 지방흡입술이나 지방절제술을 하는 과정에서 몸에서 빼낸 지방은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는 그대로 버려졌다. 공식 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성형외과 병원을 기준으로 해마다 100∼1000t 정도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폐지방이 의외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 줄기세포와 콜라겐 등 유용한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산업적 용도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이달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바이오헬스 핵심 규제 개선 방안’에는 인체 폐지방을 의료기술이나 의약품 개발에 재활용하는 과제가 포함됐다. 

사람 몸의 지방에 포함된 줄기세포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재생생명공학및치료연구실 연구팀은 2001년과 2002년 각각 인체 지방조직에 들어 있는 지방줄기세포가 골수나 제대혈에서 얻는 성체 중간엽줄기세포처럼 뼈와 관절, 근육 등 사실상 모든 종류의 세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이탈리아 베로나대 성형및재건수술 연구팀이 세계에서 최초로 지방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해 망가진 혈관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지방줄기세포는 또 성체줄기세포보다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람의 폐지방에서는 이 외에도 세포를 배양하는 틀로 사용하는 세포외기질과 화장품과 성형에 사용되는 콜라겐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이들 물질은 주로 태반이나 시신에서 얻었다. 하지만 시신에서 얻은 경우는 보존 처리 과정에서 오염되는 문제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사람에게서 얻은 지방으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한 사례는 없다. 국내에서도 부패와 감염 우려 때문에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전량 태우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인체 폐지방을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8월부터 대구 스마트웰니스 규제자유특구에서만 산업 활용 목적으로 연구를 허가했다. 현재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국내 병원들과 공동으로 인체 폐지방을 의료용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또 지방줄기세포 외에도 세포외기질을 이용해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세포외기질에 있던 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원하는 세포를 틀에 집어넣어 인공장기나 오가노이드(실제 장기보다 작게 만든 미니 장기) 칩을 만들고 있다. 정봉수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의료신소재TF팀장은 “인체 폐지방으로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동물실험을 최소화하고 실제 사람 몸과 비슷한 환경에서 신약 후보 물질을 테스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 폐지방은 경제적 가치가 높지만 실제 산업에 활용되려면 넘어야 할 벽이 여전히 있다. 해외에서 인체 태반에서 얻는 콜라겐은 5mg이 약 80만 원에 거래된다. 인체 폐지방 1L에서는 콜라겐을 약 0.6g 얻을 수 있다. 정 팀장은 “인체 폐지방은 활용도가 다양하고 부가가치가 크지만 인체에서 유래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생명윤리와 관련법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업계가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인체 폐지방을 사용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식약처는 폐지방을 의료기기와 바이오 의약품으로 활용하려면 먼저 지방 기증자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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