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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총천연색 차세대 발광 소자, 퀀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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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총천연색 차세대 발광 소자, 퀀텀닷

2020.02.08 06:00

“인간의 머리카락 한 가닥 두께보다 5만 배 이상 작은 퀀텀닷(quantum dot) 기술을 처음 적용해 선명한 색상을 만들어 기존 TV보다 2배 이상 밝다.”(BBC, 2015년 1월 6일)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 세계 최신 전자제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최대 전자 정보통신기술(ICT) 쇼인 ‘CES 2015’에 기존에 없던 TV가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간 연구한 퀀텀닷 기술을 접목해 만든 차세대 TV였다. 전 세계 언론은 퀀텀닷 TV의 성능을 극찬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열린 ‘CES 2020’에서 기존의 퀀텀닷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 신제품을 공개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0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해 디스플레이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3조1000억 원을 투입해 기존 액정디스플레이(LCD) 생산설비를 퀀텀닷 디스플레이 생산설비로 전환하고 2021년부터 대규모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퀀텀닷이 뭐길래 이토록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같은 물질인데, 다른 색깔이네

퀀텀닷, 우리말로 풀이하면 양자점, 좀 더 풀면 양자물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아주 작은, 수㎚(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를 뜻한다.


양자물리의 모든 것을 이 글에 풀 수는 없지만 퀀텀닷을 이해하기 위해 아주 주요한 특징만 몇 가지 말하자면, 우선 양자물리는 아주 작은 크기의 세상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들을 일컫는다. 어느 정도의 크기보다 작은 걸 작은 세계라고 부를지 그 기준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진 않았다. 다만 원자나 분자 또는 그보다 작은 입자들의 세계는 우리가 눈으로 보고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굴러간다.

 

나노물질이 좋은 예다. 입자가 아주 작은 크기일 때는 같은 소재,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 크기마다 다른 색깔을 발한다. 가령 순수한 금(Au)덩어리가 있을 때 우리는 그 크기가 주먹만 하든 전봇대만 하든 금덩어리의 색을 양쪽 모두 노란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금덩어리를 쪼개고 쪼개서 수㎚ 크기의 금 알갱이로 만들면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이 나타난다. 금 입자가 7㎚일 때는 빨간색, 5㎚는 초록색, 3㎚는 파란색을 띤다. 금과는 조금 다른 이유지만 나노크기의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 역시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발한다.


이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들은 매우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1982년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예배당을 장식하는 색유리 그림인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하던 중 반도체의 주요 소재인 카드뮴(Cd) 화합물에서 이런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기존의 반도체가 빛을 내는 원리부터 알아보자. LED 같은 발광소자에서 색을 결정하는 건 LED 내부 반도체 속 전자의 움직임이다. LED의 반도체는 외부에서 전류나 빛 에너지를 받았을 때 전자의 에너지가 얼마나 높아졌다가 다시 떨어지는지 그 변동폭에 따라 빛의 색깔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 전자의 에너지 변동폭은 물질마다 고유하게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LED에서 비소화갈륨(GaAs)은 붉은색을, 인화비소화갈륨(GaAsP)은 노란색을, 질소화갈륨(GaN)은 푸른색을 발하는 전자 에너지 변동폭을 갖고 있다.


그런데 입자의 크기가 ㎚단위로 작아지면 물질이 고유하게 갖고 있던 전자 에너지 변동폭에 변화가 생긴다. 상대적으로 큰 입자(7㎚)는 변동폭이 작고, 작은 입자(2㎚)는 변동폭이 커지는 것이다. 


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외부에서 에너지가 들어왔을 때 전자가 받아들이고 내뿜는 에너지가 더욱 크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곧 푸른색 계열의 색을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 단위에서 상대적으로 큰 입자는 비교적 작은 에너지, 즉 붉은색 계열의 색을 낸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를 ‘양자구속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라고 명명했다.


배완기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기존 반도체의 전기적, 광학적 특성이 소재의 조성이나 구조에 따라서만 결정됐다면 퀀텀닷이 등장하면서 크기라는 변수가 하나 더 생긴 것”이라며 “기존의 반도체 소재들을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핵을 껍질로 싸고 리간드 붙여 완성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낼 수 있다는 점은 발광 반도체에서는 획기적인 특징이었다. 특정 색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 없이, 한 종류의 소재로 만든 반도체라고 해도 크기만 조절하면 붉은색부터 푸른색까지 모든 색깔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퀀텀닷 연구는 1990년대 활발히 진행됐다. 1993년에는 처음으로 퀀텀닷의 크기를 세밀히 조절할 수 있는 제조법인 ‘콜로이드 합성법’이 개발됐다.


기본적인 합성법은 매우 간단하다. 반도체 소재로 흔히 사용되는 12족 원소(아연, 카드뮴 등)와 16족 원소(황, 셀레늄 등)를 한 데 섞어 열을 가하면 된다. 물론 이 두 종류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입자의 표면을 안정화하는 부가적인 물질들이 필요하다. 입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입자 표면의 영향은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변의 길이가 10㎝인 정육면체는 부피와 겉넓이의 비가 10:6이지만,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는 그 비율이 1:6으로 크기가 작을수록 겉면의 비중이 크게 뛴다. 즉, 퀀텀닷은 입자 표면이 퀀텀닷 전체의 특성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퀀텀닷은 중심 물질(핵)을 껍질(쉘)로 싸고, 껍질에 다시 추가로 리간드*를 부착한 구조로 만들어 전기적·광학적 특성을 손상하지 않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배 교수는 “어떤 종류의 리간드를 어떤 구조로 부착하는지가 퀀텀닷의 기능에 매우 중요하다”며 “리간드뿐만 아니라 온도와 반응시간 등을 세밀히 조절해야 원하는 크기, 원하는 수명의 퀀텀닷을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본 재료로 12족 원소와 16족 원소가 아닌 13족 원소(갈륨, 인듐 등)와 15족 원소(인, 비소 등)를 사용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12족 원소인 카드뮴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12족과 16족 원소는 이온 결합을 이루며 쉽게 합쳐지지만, 13족과 15족 원소는 공유 결합을 이뤄야하기 때문에 화합물을 만들기가 더 어렵다”며 “반응성이 높은 원소를 쓰거나 입자를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반응 온도를 높이는 등 새로운 합성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팀은 13족 원소와 15족 원소로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높은 효율과 안정된 수명을 가진 퀀텀닷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doi: 10.1038/s41586-019-1771-5 


연구팀은 13족 원소인 인듐(In)과 15족 원소인 인(P)을 합성해 핵을 만들었으며, 셀렌화아연(ZnSe)과 황화아연(ZnS)으로 만든 이중 쉘을 덮었다. 배 교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대학과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퀀텀닷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지난 20년간 국내 나노기술에 꾸준히 투자가 이어져 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리간드:  중심 원자(대부분 금속원소) 주위에 배위결합된 분자 혹은 원자. 배위결합은 두 원자가 공유 결합을 할 때 한쪽 원자에서만 전자를 제공하는 결합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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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2020년 2월호, [퀀텀닷 완전정복] 제 1화. 원리와 합성법. 총천연색 차세대 발광 소자,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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