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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자상은 없어져야 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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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자상은 없어져야 할 상”

2014.01.06 18:00

  “소위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는 연구실이 아니라서 상은 상상도 못했죠. 박사 때 연구주제하고도 다르고 해서 KIST에 처음 왔을 때 고생을 많이 했는데, 주변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서 상을 받게 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손지원 KIST 고온에너지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KIST 제공
손지원 KIST 고온에너지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KIST 제공

  이달 3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온에너지재료연구센터에서 만난 손지원 책임연구원은 수상소감을 묻자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며 손사레를 쳤다.

 

  손 연구원은 ‘저온 작동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구현에 필요한 열기계적으로 안정한 박막-나노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 제13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공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보통 연료전지에는 ‘세라믹’을 사용하는데, 뜨거운 온도에서 사용하다가 조금이라도 온도가 내려가면 쉽게 깨져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이에 손 박사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온도를 낮춰도 기존 세라믹의 장점을 유지하도록 해 연료전지의 성능이 나빠지지 않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 맘대로 되는 것 없었지만 포기는 금물


  “2005년 처음 KIST에 와서 했던 연구는 박사과정 때 연구주제와 전혀 달랐어요. 이 때문에 실험을 하면서도 좌충우돌 고생을 많이 했죠.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변 동료들과 계속 얘기를 하고 배워가면서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한 번 포기하면 계속 포기하게 된다’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1991년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에 입학해 석사학위까지 마친 뒤, 2005년 미국 스탠포드대 재료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KIST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자들에게 가장 큰 유혹은 난관에 부딪쳤을 때  ‘포기할까’라는 생각이다. 이런 유혹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할까’라는 생각보다 더 큰 ‘눈앞의 호기심’ 덕분이었다.

 

  손 박사는 “노벨상이니 엄청난 과학성과니 하는 거대한 목표를 가지면 오히려 쉽게 포기할 수 있다”며 “당장의 호기심과 그 호기심으로 인해 생기는 궁금증을 해결하다보면 성취감이 생겨 연구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고, 생각치도 않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라믹 연료전지 분야는 ‘고온에서만 작동한다’는 한계가 있었고, 이에 대해 ‘온도를 낮추라’는 미션이 생긴 것이죠. 문제가 발생하면, 또 다른 기술로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저에게는 큰 성취감이 됐고, ‘상용화’에 가까운 기술로 평가받게 된거죠.”


● ‘여성과학기술자상’ 없는 연구 환경 됐으면


  “제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해도 무기재료공학과에 85·86·87학번 총 90명 중 여학생이 3명이었고, 88·89학번에는 한 명도 없었어요. 90학번에 1명, 91학번에도 2명에 불과했죠. 금속·토목·기계공학과에 가면 여자가 한 명도 없다는 ‘금토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였다니까요.”

 

  그렇지만 최근에는 서울대 공대 전체 정원의 30%가 여학생이고, 여학생을 받지 않겠다는 실험실은 전설 속에서나 찾아야 할 정도로 옛 이야기가 됐다.

 

   손 박사는 과학기술계에서 이런 분위기가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연구현장에 여성 연구원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손 박사는 “선배 연구자들과 후배 연구자들이 연구자로서 멘토가 돼 주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여성 연구자 배려차원에서 여성과학자상을 따로 주고 있지만, 여성 연구자들이 많아지고 활발히 활동하면 이런 상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양성이 평등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박사는 “올 3월이 되도 KIST에 온지 겨우 9년”이라며 “계속 연구현장에 남아 연구를 수행하면서, 여성 연구자를 꿈꾸는 후배들과 만날 수 있는 장도 넓혀 그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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