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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플랫폼 연구 ‘한우물’···지역 수평 협력네트워크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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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플랫폼 연구 ‘한우물’···지역 수평 협력네트워크 이끈다

2020.02.11 16:07

┃차현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지역본부 EV부품소재그룹장

 

2018년 2월 한국GM은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자동차 공장 폐쇄는 단순히 생산이 중단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군산공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산업 생태계가 휘청이고 호남권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차현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지역본부 EV부품소재그룹장은 군산공장 폐쇄를 지켜보며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던 일에 착수했다. 2009년부터 연구한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대기업에 의존하던 ‘수직적 산업생태계’에서 ‘수평적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국내 대부분 산업이 수직적 산업생태계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기업을 정점으로 1차 협력사, 2차 협력사로 수직계열화돼 있죠. 자동차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기업이 가벼운 감기에 걸리면 1차 협력사는 몸살로 앓아눕는 셈입니다. 2009년부터 연구해 온 전기차 플랫폼을 통해 호남권 지역에서 수직적 산업생태계를 수평적 협력 네트워크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차 그룹장은 지역에 형성돼 있는 다양한 자동차 관련 중소중견기업과 협력해 틈새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연구개발(R&D)과 기업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차 그룹장은 “GM 군산공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이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술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플랫폼 연구로 중소중견기업들이 다양한 전기차를 만들어내도록 지원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고 산업의 씨를 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현록 그룹장이 가변 아키텍처 전기차 플랫폼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차현록 그룹장이 가변 아키텍처 전기차 플랫폼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차 그룹장의 노력에 지방자치단체, 중소벤처기업부가 힘을 보태면서 광주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자유특구’ 사업에서 ‘무인저속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에 지정됐다. 2019년 12월 지정된 이 특구에서는 조만간 신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무인청소전기차, 공공정보획득전기차, 무인수거전기차가 실제 운행 예정이다. 사람이 타지 않고 완전 자율주행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차 그룹장은 “규제자유특구 내에서 움직이는 특수 목적의 전기차는 저속무인자율주행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지역 내 자동차 관련 중소중견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생기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그룹장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중소중견기업들의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협동조합’이다. 현재 광주에서 ‘빅그린전기차협동조합’과 ‘한국모빌리티R&D협동조합’을 직접 만들어 약 10년간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을 조합에 제공해 다양한 목적의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플랫폼 기술을 제공하면서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용도의 전기차를 개발하도록 했다”며 “어려움이 많았지만 스스로 특수 목적 전기차를 제조해내는 기업들이 생겨나 협력과 자발적인 노력으로 지역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차 그룹장과의 일문일답.

차현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지역본부 EV부품소재그룹장. 동아사이언스DB
차현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지역본부 EV부품소재그룹장. 동아사이언스DB

Q. EV부품소재그룹을 소개해 달라.

 

“박사급 연구원 20여명을 포함해 전체 45명 인력으로 구성된다. 주로 하는 일은 전기차 관련 차체 경량 소재 연구, EV 부품 중 핵심인 배터리의 전력변환 연구, 차량 플랫폼과 인공지능(AI)을 연계한 자율주행시스템 연구로 나뉜다. 2009년부터 전기차 플랫폼을 연구했다. 현재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에서 급격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배터리 가격이 차량 가격보다 비쌌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부품소재 연구개발 경쟁력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생기원의 요소기술을 잘 융합해 내면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물이 ‘가변 아키텍처 전기차 플랫폼’이다.”

 

Q. EV부품소재그룹이 개발한 플랫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모든 자동차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이 플랫폼이다. 신차를 개발할 때도 플랫폼 개발을 중심으로 엔진·미션 등 파워트레인 개발 등으로 이어진다. 현대기아차가 같은 플랫폼으로 서로 다른 차종(예를 들어 소나타와 K5는 플랫폼은 공유한다)을 만들 때 일컫는 플랫폼이다. 사람들이 고속으로 타고 다니면서도 안전성을 보장하는 플랫폼은 많은 비용과 연구개발 노력 끝에 만들어진다. 

 

우리는 완성차 전체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만든 전기차 플랫폼은 단순하다. 테슬라나 완성차 업체가 내놓은 전기차가 아니라 저속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특수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전기차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가변 아키텍처 플랫폼이라고 이름붙인 이유는 플랫폼 하나가 다양한 차종으로 파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앞단, 중심부, 뒷단 3개 단위로 모듈화하고 종횡 방향, 지상고, 배터리 모듈을 가변화해 다양한 특수 목적의 저속 전기차와 호환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Q. 플랫폼을 중소중견기업에 제공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틈새 수요를 노릴 수 있는 전기차를 중소중견기업이 스스로 개발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을 보자. 가전제품은 모터 기술이 핵심 플랫폼 기술이다. 모터나 모터 구동 회로 플랫폼만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차 그룹장이 완성차업체들이 만든 전기차를 연구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차 그룹장이 완성차업체들이 만든 전기차를 연구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DB

Q.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완성차 업체가 만드는 승용차는 ‘하이엔드’ 제품이다. 고속 주행시 안전성과 충돌시 안전 등 구조 안전성 수준이 가장 높다.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는 차량은 저속에서 특수 목적을 수행하는 차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웠던 점은 가변 아키텍처라는 개념을 접목하는 것이었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BMW 등 완성차 업체의 플랫폼을 연구했다. 모듈러 아키텍처와 특허 기술을 꼼꼼히 살폈다. 핵심은 종횡 플랫폼이나 지상고, 배터리 모듈을 늘렸을 때 얼마나 안정적인 구조를 갖느냐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Q. 가변 아키텍처 플랫폼으로 어떤 전기차를 만들 수 있나.

 

“하나의 플랫폼이 고정되는 게 아니라 유연하게 가변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를 진보시키면 미니 밴 전기차나 SUV 전기차를 만들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특수 목적 전기자동차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로 움직이며 도로 주변을 청소하는 청소차나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셔틀 등이다. 이들은 대기업이 할 수가 없다. 비용 투입 대비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참여하기 좋은 분야이다. 대표적인 게 공공정보획득차량이다. 집안의 로봇청소기처럼 도심 내 무단횡단이 많은 곳, 대기오염이 심한 곳, 불법주차가 많은 곳 등 자율적으로 천천히 돌아다니며 정보를 획득해 수요자들에게 제공하는 형태다.”

 

Q. 앞으로 포부나 목표가 있다면.

 

“광주 출신으로 이 지역에 애정이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하여 좋은 기업들이 빠져나갔다.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플랫폼으로 지역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새로운 산업의 씨를 뿌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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