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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테스트 수십번 하던 보잉사, 컴퓨터 한대로 불량률 미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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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테스트 수십번 하던 보잉사, 컴퓨터 한대로 불량률 미리 본다

2020.02.24 06:00
기존 보잉777 모델의 개량형인 777X. 보잉 엔지니어와 응용 수학자들은 777X의 풍동 실험을 개선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험 시간을 25% 줄였다. 보잉 제공
기존 보잉777 모델의 개량형인 777X. 보잉 엔지니어와 응용 수학자들은 777X의 풍동 실험을 개선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험 시간을 25% 줄였다. 보잉 제공

새로운 항공기 개발과정에 빠질 수 없는 실험이 있다. 바로 항공기가 잘 날도록 설계됐는지 살펴보는 ‘풍동실험’이다. 크기만 작을 뿐 실제와 거의 동일한 형태의 모형 항공기를 방 안에 두고, 바람을 흘려보내 항공기에 작용하는 공기 흐름을 자세히 분석한다. 항공기가 안전하고 잘 날도록 설계됐는지 살펴보는 아주 중요한 실험이지만 막대한 돈과 시간이 필요해 항공기 제작 업체에겐 부담이 돼 왔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회사 보잉은 1980년대만 해도 항공기 1대당 풍동실험을 평균 77번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5번 미만으로 횟수를 줄이는 혁신을 이뤄냈다. 이런 혁신의 배경에는 ‘비밀 실험실’이 있다. 이 실험실에는 연구원이나 테스트에 필요한 시제품이 없다. 연구소 건물이나 주소도 없다. 단지 컴퓨터만 필요할 뿐이다. 


● 실험 횟수 비용 안 드는 컴퓨터 속 실험실 
이 비밀 실험실의 정체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라고 불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제품을 만들고 작동을 시켜 성능을 살펴보는 컴퓨터 속 실험실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 실험을 하는 대신 컴퓨터 상에서 간편하게 성능을 살피고 결함을 찾는데 활용된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쓰면 실제 실험을 많이 할 필요가 없어 실험 기간과 비용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항공기나 자동차 회사부터 초고층 건물을 짓는 건설사, 화학제품을 만드는 화학회사, 금형 주조회사까지 대부분 기업들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보잉은 물론 가전제품회사 다이슨과 타이어 회사 굿이어도 이 소프트웨어를 써서 불량률과 개발기간을 단축한 혁신 제품을 선보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 제철소 시설, 발전기 부품 소재도 시험 대체

 

근화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이 전문 구조해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젠(midas Gen)’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근화엔지니어링 관계자들이 전문 구조해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젠(midas Gen)’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시간과 비용을 줄인 사례들이 있다. 국내 플랜트 기계설계 회사인 근화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포스코 광양제철소 용광로 개수 공사 설계를 맡았다.  시설을 크게 바꾸지 않고 늘어나는 생산 용량에 맞게 원료를 옮기는 이송시설인 벨트 콘베이어와 배관 설치용 도교의 안정성을 보강하는 게 목표였다. 근화엔지니어링은 전문 구조해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젠(midas Gen)'을 활용해 시험용 구조물을 짓지 않고도 새 이송 설비에 가해지는 무게를 계산하는데 성공했다. 근화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구조 해석에 들어가는 시간을 160시간 줄이고, 원가절감 목표보다 200만원 더 절감했다”며 “설계 시간이 줄면서 신규프로젝트 2건을 추가로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플랜트 부품을 제작하는 대창솔루션은 발전소 터빈회전체를 감싸는 외부 구조물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늘어난 불량률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 회사는 ‘지캐스트(Z-CAST PRO)’라는 주조 해석용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불량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았다. 부품 주조 과정에서 열이 흐르고 멈추는 움직임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다. 대창솔루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불량률은 30% 줄어들고 용접봉 사용량 등 보수 비용을 연간 13억원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며 “생산성이 18% 향상되는 효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 클라우드 서비스로 시공간 제약 없이 활용 가능해져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점점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구매 비용이 비싸고 이를 운영할 전문인력을 고용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근화엔지니어링과 대창솔루션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를 통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와 전문가를 지원받아 성과를 낸 사례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이 인터넷에 직접 접속해 언제, 어디서든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도 구축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생기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는 클라우드에 다양한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원하는 기업에게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지원사업을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 추진한다. 선정된 기업들은 온라인 접속을 통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사용 뿐 아니라 해석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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