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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노인·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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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노인·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이유

2020.02.25 13:00
CDC 제공

중국에서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대규모 임상사례를 보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어린이와 젊은이보다는 노인이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중국 CDC)는 17일과 24일 두 번에 걸쳐 각각 코로나19 감염자 4만4672명과 7만2314명에 대한 임상 사례 데이터를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두 차례 임상 사례 보고서를 통해 감염자 수와 치명률이 성별, 연령, 건강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전에도 비슷한 보고는 있었지만 수 만 명 단위의 대규모 사례를 분석해 객관적인 결과를 내놨다는 데 의미가 있다. 

 

17일 보고서에는 성별에 따른 환자 분포가 나와 있다. 감염자 비율만 놓고 보면 남녀간에 큰 차이가 없다. 남성 환자 51.4%(2만2981명)와 여성 환자 48.6%(2만1691명)으로 남성의 비율이 조금 높긴 하지만 엇비슷하다. 하지만 사망률을 따져보면 남성(2.84%)이 여성(1.7%)에 비해 약 70% 정도 더 많다.
 
이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해 발표한 24일 보고서에는 연령에 따른 치명률(CFR)이 나왔다. 코로나19 환자 전체의 치명률은 2.3% 정도다. 100명 중 2~3명이 숨졌다는 얘기다. 경증이나 중증 환자 중에서는 없고,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이 숨졌다. 


이들 중 9세 이하 어린이는 0명이다. 그런데 고령층의 치명률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70대는 8.0%, 80세 이상은 14.8%에 이른다. 심혈관질환(10.5%)과 당뇨병(7.3%), 만성호흡기질환(6.3%), 고혈압(6.0%), 암(5.6%)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도 치명률이 높게 나타났다. 


노인-젊은이, 남녀간 차이는 '면역력 차이'

 

코로나19가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전문가들도 코로나19의 증상이나 원인 등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성보다 남성이, 어린이와 젊은이보다 노인이, 건강한 사람보다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 첫 번째로 '면역력 차이'을 꼽는다. 

 

유형준 CM병원 내과과장(전 한림대의대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노인과 기저질환자는 건강하고 젊은 사람에 비해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며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감염 가능성이 높고, 증상이 훨씬 나빠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활성화해 오히려 바이러스성 질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바이러스성 질환에 취약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통계상에서는 코로나19 외에 2003년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남성  환자의 치명률이 여성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X염색체와 여성호르몬이 면역작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 여성이 남성보다 바이러스 감염에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앤젤라 라스무센 미국 컬럼비아대 감염및면역학센터 교수는 "사스의 경우 남성의 22%가 사망한 반면 여성은 13% 정도만 숨졌다"며 "바이러스가 들러붙는 수용체(ACE2) 유전자가 X염색체 상에 있어, X염색체가 하나뿐인 남성이 두 개 가진 여성에 비해 훨씬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역시 인간 세포에 침입할 때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동일한 ACE2 수용체를 이용하므로 같은 이유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아이오와대와 독일 레겐스브르크대학병원 공동연구팀은 2017년 5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에스트로겐이 과잉 면역반응을 막는다는 사실을 쥐 실험으로 알아내 연구결과를 '면역학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컷이나, 에스트로겐을 억제한 암컷 쥐에서는 염증성 단핵구와 대식세포, 호중구 등 면역세포가 과다하게 많아지면서 염증과 혈관 누출, 폐포 부종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개인별 바이러스 노출 정도에 따라 취약성 달라

1918 인플루엔자 대유행(일명 스페인독감) 때 병원 응급실의 모습이다. 스페인독감은 5000만~1억 명의 희생자를 낳은 최악의 감염병이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이 바이러스의 강한 독성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처음 밝혔다. 사진제공 위키미디어
1918 인플루엔자 대유행(일명 스페인독감) 때 병원 응급실의 모습. 당시 감염자 비율은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많았다. 전문가들은 당시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시대적 배경이 남녀간 감염자 비율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다른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른 면역반응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생활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감수성이 다를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금주나 흡연 여부, 운동량 등 개인 습관이나 대기오염이나 의료시스템 등 환경이 면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1918년에 유행했던 스페인독감도 역시 여성보다 남성이 감염자 수와 치명률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시는 제1차세계대전 중으로 대다수 남성들이 전쟁터의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고, 독감의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사실도 몰랐던데다 항생제가 개발되기 훨씬 전 시대"라며 "통계만 보고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취약하다고 보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또는 개인이나 환경에 따라 사회활동이나 여러 장소 이동이 잦은 탓에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됐을수록 바이러스에 취약해질 위험이 크다"며 "교통기관의 발달, 생활패턴, 인간의 행동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 직장이나 대외활동, 해외여행 등 사회생활이 많은 40~50대가 다수 감염됐다"며 "이들이 가정 내에서 노인이나 어린이들에게 전염시킨 사례가 많고, 면역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노인층에서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2월 24일 기준 남성(39.7%)보다 여성(60.3%) 감염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는 특정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종교 생활이 확산 패턴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특성상 어린이는 잘 감염되지 않아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 환자의 비율은 성인 환자에 비해 훨씬 낮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어린이들 대부분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만 나타났다가 금세 회복했다. 몇몇 사례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 감염'이 나타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성인에 비해 왜 코로나19에 강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성인에 비해 평소 감기(코로나바이러스)에 자주 걸리므로 면역력이 더 강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연령에 따라 호흡기 세포가 취약한 바이러스가 달라질 수 있는데, 코로나19의 경우 바이러스 특성상 어린이 호흡기 세포는 쉽게 침입하지 못 하기 때문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성인보다 어린이에게 잘 전염되며 중증을 일으키는 수족구바이러스와 반대 성질을 가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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