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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과학자와 사회의 소통은 ‘적극성’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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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과학자와 사회의 소통은 ‘적극성’에서 시작된다

2020.02.25 16:00
 

“퍼블릭 릴레이션쉽 스페셜리스트는 주요 업무가 무엇인가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는 과학을 주로 다루는 기자들과 전세계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인사를 나눈 미국 코넬대 소속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퍼블릭 릴레이션쉽 스페셜리스트’라는 다소 생소한 업무를 맡고 있어 직접 물었다. 

 

“코넬대 연구와 관련된 장문의 보도자료를 작성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주요 과학적 이슈가 있을 때 코넬대 내부에서 전문가를 찾아 이 전문가의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한 견해와 사실 등을 정리해 짧은 형태의 자료를 미디어 소속 기자들에게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일들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평소에 미디어와 친분을 유지하고 과학 담당 기자들과 네트워킹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그에게서 돌아온 답이다. 단순한 연구성과에 대한 홍보 자료를 작성하는 게 아니라 주요 이슈에 대한 코넬대 소속 과학자들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전달하는 게 그의 업무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코넬대 소속 과학자들의 역량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보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물론 이같은 업무를 하는 커뮤니케이터가 코넬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 주요 대학들에는 대부분 스페셜리스트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사실의 전달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른바 ‘가짜뉴스’를 선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도 해당된다. 과학자들이 모든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때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은 ‘건강한 정보와 논의’가 만들어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참담할 정도다. 수백여명의 과학자가 있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이른바 홍보 직원은 수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직원도 한두명에 그친다. 주요 국제 학술지에 소속 과학자들의 논문이 게재될 때 이를 알리려는 작업에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각 대학 총장들과 연구기관 경영진들이 인터뷰 때마다 과학과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무색할 정도다. 

 

예민하고 민감한 이슈에 대해 과학적 신념을 갖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과학자들도 국내에서는 많지 않다. 어렵게 수소문한 전문가에게 연락해 의견을 구하려고 하면 답하기 곤란하다거나 비보도를 전제로 이야기해주는 과학자들이 그렇지 않은 과학자들보다 훨씬 많다. 물론 발언이 잘못 전달될 경우 비난받을 여지가 많다는(또는 많았다는) 점에서 수긍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습득한 일반적인 과학적 지식을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친절히' 알려주는 과학자보다 잘못된 사실이 퍼져나갈 때 “이건 이렇습니다”라고 용기있게 말해줄 수 있는 과학자들이 우리 사회에는 더욱 필요하다.  미국 코넬대처럼 용기를 낸 과학자들의 의견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10여년도 더 지난 2008년 광우병 논란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태, 중국발 미세먼지, 후쿠시마 오염수, 탈원전,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미치는 문제들의 밑바탕에는 과학이 있다. 사실에 근거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향된 시각과 정치적 프레임에 갇힌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보들이 범람하는 사회는 결코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없다. 과학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퍼블릭 릴레이션쉽 스페셜리스트’ 같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더욱 많아져야 한다. 성숙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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