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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무증상 감염·슈퍼전파를 찾는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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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무증상 감염·슈퍼전파를 찾는 수학

2020.03.01 06:00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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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SARS· 중증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나타났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의 한 의사가 중국 SNS인 ‘웨이보’에 이런 글을 올렸다. 지금 전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다. 현재 전세계의 확진자는 7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2000명이 넘었다. 빠르고 강하게 전파되는 코로나19, 효과적인 방역 대책을 알아본다. 

 

2020년 2월 21일 하루 새 100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가 한국에 들어온 이래 가장 많은 수의 신규 확진자다. 사흘 전인 18일,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여러 공공시설을 방문한 확진자(31번째 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발병했을 때는 1명으로부터 4명 이상이 감염됐을 때 최초 감염자를 슈퍼전파자라고 분류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슈퍼전파자를 따로 특정하지 않고, 31번째 환자로 인한 대구, 경북 지역의 집단적 발발을 ‘슈퍼전파 사건’으로 분류했다. 


‘대유행’이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감염병에서는 이런 집단적 발발이 일어난다. 메르스 때는 5명의 슈퍼전파자가 국내 메르스 확진자의 80%를 감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슈퍼전파가 위협적인 건 메르스의 경우 대부분 병원 내에서 일어난 감염이었지만, 코로나19는 지역 사회 전파의 가능성이 커서다. 


또 하나의 위험성은 ‘무증상 감염’이다. 2월 18일, 해외 여행을 간적도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도 없는 ‘미스터리 환자(29번째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감염 경로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첫 사례다. 이후 30, 31번째 환자의 감염 경로까지 미궁에 빠지면서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 줄곧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을 부정하던 보건당국도 2월 2일, 신종코로나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처음으로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무증상 감염은 고열, 기침, 호흡 곤란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상태를 말한다. 바이러스는 숙주인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자신의 유전체를 끊임없이 복제해 자신의 수를 늘린다. 충분한 양의 유전자가 복제되면 고열이나 구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를 ‘잠복기’라고 부르는데, 무증상 감염은 잠복기가 끝나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무렵에 일어난다. 


대다수의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까지는 유전자를 충분히 복제하지 못해 다른 숙주에게 자신의 유전체를 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간혹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무증상 시기에도 자신의 유전체를 기어코 다른 숙주에게 옮기고야 만다. 장염을 일으키는 노로 바이러스나 매년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독감 등이다. 

 

 

무증상 감염을 고려한 SLIAR 모형

 

2월 20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는 증상 초기에는 바이러스의 양이 적다가 갈수록 많아지는 반면, 코로나19는 질병 초기 단계부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았다. 그만큼 지역 사회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악재가 겹친 코로나19의 전파를 어떻게 예측할까. 이를 예측하는 수학 모형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결정론적인 방법과 확률론적인 방법이다. 


결정론적인 방법은 방정식을 기반으로 하는 수학 모형으로, 여러 변수들에 의해 한 가지 결괏값이 나온다. 감염병에 많이 쓰이는 ‘SEIR 모형’이 대표적이다. 이 모형은 전체 인구를 감염 가능성이 있는 집단(S), 감염돼 증상이 있는 집단(I),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감염력은 없는 집단(E), 치료됐거나 백신을 맞아 감염의 위험성이 없는 회복한 집단(R)으로 나눠, 조건과 상황에 따라 각 집단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본다. 


사망률과 출생률, 바이러스의 전파확률, 치사율, 회복률, S 집단과 I 집단이 만날 확률 등 다양한 변수를 토대로 미분방정식을 세워 바이러스 전파의 초기 양상은 물론 바이러스의 유행 규모까지 예측한다. 독감의 경우 1000개가 넘는 미분방정식으로 SEIR 모형을 구성해 감염의 추이를 예측한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집단은 잠복기를 거쳐 감염 집단이 되거나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무증상 감염 집단이 된다. 두 집단 모두 증상이 없이 완전히 회복돼 감염력이 없는 회복 집단으로 수렴한다. 수학동아DB
감염 가능성이 있는 집단은 잠복기를 거쳐 감염 집단이 되거나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무증상 감염 집단이 된다. 두 집단 모두 증상이 없이 완전히 회복돼 감염력이 없는 회복 집단으로 수렴한다. 수학동아DB

 

여기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감염력은 없는 집단(E)을 다시 잠복기 집단(L)과 무증상 감염자 집단(A)으로 세분화하면 무증상 감염자를 고려한 새로운 수학 모형인 ‘SLIAR 모형’이 탄생한다. SLIAR 모형에서는 무증상 감염 집단이 감염 집단보다 전파력이 떨어진다는 의학적 사실을 고려해, 감염 집단의 전파력이 1일 때 무증상 감염 집단의 전파력은 0과 1사이의 값으로 나타내 정확성을 높인다.

 

슈퍼전파 사건이 일어났다면 확률로 예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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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확률론적인 방법은 집단을 나누지 않고 감염병에 걸릴 확률, 전파할 확률 등을 개개인에게 적용해, 특정 날짜의 예상 확진자 수와 지역에 퍼져나가는 속도 등을 확률분포로 구한다. 개인에게 각각 변수를 적용하기 때문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사무직 종사자와 버스 기사는 접촉하는 사람의 수가 매우 다르다. 확률론적인 방법은 이런 차이를 반영할 수 있고, 결괏값이 확률분포로 나오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와 최선의 경우를 모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처럼 한 사람이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 경우에는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는 확률론적인 수학 모형이 매우 유용하다. 손우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장은 특히 “분기 프로세스라는 방법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세계적인 감염병 대가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코로나19에 적합한 수학 모형으로 분기 프로세스를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기 프로세스는 최초 전파자로부터 2차, 3차 감염자들이 나오는 양상을 마치 나뭇가지가 뻗어 나가는 것처럼 표현한 수학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는 최초의 감염자로부터 발생하는 새로운 감염자들을 모두 자손으로 표현한다. 


분기 프로세스의 핵심은 각각의 감염자로부터 발생하는 자손의 수를 나타낸 확률분포다. 이 모형에서는 한 명의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감염시키는 2차 감염자의 수를 의미하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를 기준으로 측정한 개개인의 전파력을 적용한다. R0보다 훨씬 많은 자손을 만들어내는 슈퍼전파자의 정보를 대입하면 정확한 전파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수학 모형으로 평가한 방역 정책은?


이런 복잡한 수학 모형을 이용해 전파 규모를 예측하는 건 효과적인 방역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SLIAR 모형과 같은 방정식 기반의 수학 모형으로 방역 정책의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와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공동연구팀은 SLIAR 모형을 이용해 우리나라에서만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에 대한 방역 정책을 평가했다. 손 팀장은 “무증상 감염이 가능한 신종플루의 연구결과는 코로나19의 방역 대책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신종플루의 백신이 투약된 시점과 규모, 신종플루의 유행을 막기 위한 휴교 정책 등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R0가 1.7배 커지자 신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점이 3배나 빨라지고, 확진자 수는 7배나 늘어났다. 그만큼 R0를 줄이는 데 총력을 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2015년 메르스가 전파된 이후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됐다. 이전에는 역학조사에 필요한 확진자의 개인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지만, 개정 이후 개인의 동의 없이도 환자의 이름, 연락처, 주소 등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어 격리 조치나 접촉자 관리를 빠르게 할 수 있어 감염자의 R0를 낮출 수 있다. 손 팀장은 “수학 모형을 이용하면 R0를 낮추기 위한 여러 정책이나 개발된 백신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어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휴교한다면 8주 이상 길게


교육부는 2월 7일 각 시도교육청에 “불가피한 경우 수업일수의 최대 1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현행 초중등교육 법령상 초중고 법정 수업일수는 190일 이상으로, 약 19일 정도 휴교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19일로 충분할까. 브루스 리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신종플루가 발생한 2009년 휴교가 발병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국제학술지 ‘공중보건 관리와 실천’에 발표했다. 


그 결과 휴교 기간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2주간 휴교하는 경우에는 휴교를 안 한 경우의 발병률인 35.1%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반면 4주를 쉬는 쉴 때는 33.2%, 8주를 쉴 때는 25.1%로 각각 1.9%, 10% 낮아졌다. 리 교수는 “최소 8주는 쉬어야 발병률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고, 최대 환자 발생 시점 역시 일주일 이상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는 204명, 이중 대구, 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153명이며, 회복한 사람은 17명, 사망자는 1명이다(2월 21일 16시 기준).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슈퍼전파와 무증상 감염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며, 보건당국은 해외여행력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원인 불명의 폐렴인 환자는 음압병실 또는 1인실에 격리해 코로나19의 검사를 수행하는 등 R0를 낮추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은 코로나19가 모두의 노력으로 하루빨리 진압돼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전 끝나기를 기원한다.

 

도움: 손우식(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장), 심은하(숭실대학교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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