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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걷게 된 이유 "평발이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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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걷게 된 이유 "평발이 아니라서"

2020.02.28 10:00
인류가 두 발로 걷게 된 진화의 원동력이 발바닥 구조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발바닥이 체중과 땅을 딛는 충격을 견디는 데 발의 폭 방향의 활 모양 구조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일대 제공
인류가 두 발로 걷게 된 진화의 원동력이 발바닥 구조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발바닥이 체중과 땅을 딛는 충격을 견디는 데 발의 폭 방향의 활 모양 구조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일대 제공

물에서 헤엄칠 때 추진력을 얻기 위해 쓰는 ‘오리발’을 신고 뭍에서 걷기는 몹시 힘들다. 발이 길어진 이유도 있지만 고무 재질이라 잘 휘어서 땅을 박차고 걷기 힘들어서다. 네 발로 걷는 대부분의 동물들도 발이 부드럽다. 인류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 역시 발바닥이 사람의 손바닥처럼 잘 휜다. 


반면 사람의 발바닥은 단단한 편이라 잘 휘지 않는다. 걸을 때 체중의 몇 배나 되는 압력을 견디는 이유다. 인류는 이 독특한 발 구조를 이용해 다른 영장류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성인 두발 걷기(이족보행)에 성공했다. 


최근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발바닥을 가지게 된 이유가 새롭게 밝혀졌다. 마두수단 벤카데산 미국 예일대 기계및재료공학부 연구원팀은 사람의 발 뼈가 발바닥의 폭 방향(좌우 방향)으로 활처럼 휜 구조를 형성한 덕분에 두 발로 걷거나 뛰게 됐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2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다수 사람 발바닥이 ‘평발’이 아니라 발바닥 안쪽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에 주목했다. 사람 발 뼈는 발의 길이 방향(앞뒤 방향)과 폭 방향으로 휘어 있다.

 

인간은 엄지발가락 부위로 땅을 디딘 채 발목 부위를 들고 내려 걷는다. 마치 병따개로 병뚜껑을 따는 것과 비슷한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병뚜껑을 쉽게 따려면 병따개 앞뒤 방향으로 휘어지지 않아야 한다. 같은 원리로 발 뼈도 휘어지지 않고 앞뒤 방향으로 단단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전까지 연구에서 주로 길이 방향의 활 구조가 발을 단단하게 지탱시키는 데 중요하다고 봤다.  오리발 앞뒤에 마치 우산의 살처럼 튼튼한 뼈가 길게 들어가 있는 것과 같은 셈이다. 


벤카데산 연구원팀은 발상을 바꿨다. 사람의 발바닥 뼈는 발의 길이 방향 외에 폭 방향으로도 활 모양의 구조가 있다. 이를 가로발목뼈관절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발이 길이 방향으로 휘지 않게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고 봤다. 

 

인류의 발에는 두 개의 활 모양 구조가 있다. 발 길이 방향으로 난 구조와 좌우 폭 방향 구조가 있어 발 아래 안쪽을 오목하게 만든다. 기존 예측과 달리 이 가운데 폭 방향의 구조가 발의 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일대 제공
인류의 발에는 두 개의 활 모양 구조가 있다. 발 길이 방향으로 난 구조와 좌우 폭 방향 구조가 있어 발 아래 안쪽을 오목하게 만든다. 기존 예측과 달리 이 가운데 폭 방향의 구조가 발의 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일대 제공

연구팀은 “실험용으로 기증된 시신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길이 방향 뼈의 활 구조보다 오히려 가로발목뼈관절의 활 모양 구조가 발바닥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로발목뼈관절 활 구조는 발바닥의 강성을 높이는 데 약 50% 기여한 반면, 길이 방향 뼈의 활 구조는 그 절반인 25% 수준이었다. 이는 A4 종이 한쪽 모서리를 양손으로 잡고 위에 돌을 올리면 그냥 휘지만 종이를 둥글게 만 뒤 한쪽 모서리를 잡고올리면 휘지 않고 돌멩이까지도 들어올릴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런 구조가 발뼈의 진화 과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연구를 살펴보면 최초로 두 발로 걸은 인류 조상은 약 600만~700만 년 전에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중앙아프리카에 살던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두개골에서 척수가 내려오는 연결점이 네 발로 걷는 동물처럼 두개골 뒤가 아니라 두개골 아래에 나 있어 두 발로 걸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약 440만 년 전에 살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는 잘 보존된 화석이 나온 덕분에 두 발 걷기와 나무타기가 모두 가능한 과도기적인 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실히 두 발로 걸었다는 직접 증거가 나온 친척 인류는 360만 년 전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다. 이들은 다리 뼈 구조가 밝혀져 있는 데다, 결정적으로 탄자니아 라에톨리 지역에 두 발로 걸은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친척인류는 발의 길이 방향으로는 단단한 활 구조가 없다. 연구팀은 “가로발목뼈관절의 활 구조가 이들을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했을 것”이라며 “이 무렵 등장한 가로발목뼈관절의 활 구조 덕분에 우리가 두 발로 걷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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