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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의료인도,국민도…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마음마저 무너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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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의료인도,국민도…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마음마저 무너진 사람들

2020.02.27 18:39
서울 지하철 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소독제 살포가 진행됐다. AP/연합뉴스 제공
서울 지하철 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소독제 살포가 진행됐다. AP/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환자와 접촉한 후 자가격리되는 사람들과 쏟아지는 환자를 감당해야 할 의료진, 환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와 경북 지역민들의 심리적 고통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의료진과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 놓인 후베이성 우한시 주민들이 불안과 우울증,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학계는 과거 감염병이 퍼질 때마다 격리조치에 놓이는 이들도 심리적 고통에 놓였다며 이들을 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선 감염 위험에 대한 공포와 함께 사회적으로 서로를 격리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장기적으로 사회적 심리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사만다 브룩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심리의학부 교수 연구팀은 감염병 방역 조치로 격리된 이들의 심리적 증상을 연구한 논문 24건을 분석한 리뷰 논문을 이달 26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리뷰에는 메르스 사태를 다룬 한국인 연구자들의 논문 2건도 포함됐다.

 

전염병으로 인해 격리조치를 겪은 이들은 우울증과 스트레스, 불면증,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분노, 피로 등 다양한 증상을 보였다. 기분 저하는 73%, 과민 증세는 5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어린이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점수는 성인보다 4배 이상 높았다. 격리된 이들은 격리가 해제된 후에도 기침하는 사람이나 사람이 붐비는 장소를 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임현우 가톨릭대 예방의학부 교수팀은 연구팀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당시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조치를 받은 1만 4999명 중 1692명을 대상으로 격리해제 후 4~6개월 지난 시점에서의 불안 증상을 평가했다. 1692명 중 36명은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격리 당시 확진 환자 중 47.2%, 격리자 중 7.6%가 불안증상을 보였고 확진 환자 중 52.8%와 격리자 중 16.6%는 분노감이 있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격리자들은 격리해제 후 수개월 지난 시점에서도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 환자 중 19.6%와 격리자 중 3%는 4~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불안 증상을 보였다. 확진 환자 중 30.6%와 격리자 중 6.4%도 분노감이 남아 있었다. 불안과 분노를 경험하는 이유로 격리 당시 생필품 보급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이메일, 문자 및 인터넷을 사용한 경우, 과거 정신과 질환이 있었던 점이 꼽혔다.

 

격리자들은 긴 격리 기간에 놓이며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고립감, 생필품 부족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을 겪는다. 여기에 보건당국이 격리 중 해야 할 조치를 명확히 알려주지 않으며 불안이 가중된다. 격리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하며 입는 재정적 손실과 격리되면서 받게 되는 낙인효과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룩스 교수는 격리로 인해 겪는 심리적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격리 기간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할 것,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시할 것, 생필품을 제공하고 주변과 의사소통을 많이 하도록 지원할 것 등을 꼽았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16일 한 의료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던 중 벽에 기대 선 채로 쪽잠을 자고 있다. 우한AP/연합뉴스 제공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16일 한 의료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던 중 벽에 기대 선 채로 쪽잠을 자고 있다. 우한AP/연합뉴스 제공

의료진들 또한 심리적 고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중산대 연구팀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중국 의료진 세 명 중 한 명은 불면증을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25일 논문 선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중국 온라인 메신저 ‘위챗’을 활용해 의료진 539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34.3%가 불면증 증세를, 28%가 우울증을 겪고 불안장애도 5.9%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중국 남방의대 연구팀도 의료진 1563명을 설문조사했더니 33%가 불면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랜싯의 논문 선공개 사이트인 25일 ‘SSRN’에 발표했다.

 

의료진들은 감염 우려가 큰 ‘코호트 격리’ 상태에서 일하거나 의심사례를 접촉한 경우 더 높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정부 지원이 부족해 감염병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낄수록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들은 이를 토대로 사회적인 지지가 의료진의 심리적 보호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결론지었다.

 

감염병이 지역사회로 퍼져나간 지역 주민들의 심리적 동요도 컸다. 중국 우한대 보건과학부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우한시 밖에 거주하는 이들을 우울증 비율을 분석해 25일 SSRN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우한 봉쇄가 시작한 이후 우한에 남은 이들 중 36%가 우울증을 겪었다. 반면 우한시에 살지 않는 이들은 16%만 우울증을 겪었다.

 

오히려 우한을 탈출한 이들의 심리적 동요는 더 컸다. 우한을 빠져나간 이들 중엔 절반이 넘는 55%가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한에 남은 경우 전염병 위험을 정확히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으나, 우한을 빠져나간 경우 다른 곳에서 격리조치를 당하거나 낙인찍히면서 오히려 우울이 심해진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은 그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심리 상담을 받을 것을 조언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제공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은 그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심리 상담을 받을 것을 조언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제공

한국에서는 과거 메르스 사태에서 심리 문제를 겪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을 배운 만큼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격리자를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 등과 함께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지난달 29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대구지역은 의료진을 위한 심리치료를 도입하고 있다. 대구시는 24일 브리핑에서 의료진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심리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격리된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대처방안도 소개하고 있다. 믿을만한 정보에 집중하고, 힘든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정신건강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가족과 친구, 동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도 조언했다. 즐거운 활동을 찾아보면서 낙인이나 부정적 인식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부심을 가질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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