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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대응 R&D는 양치기소년?…위기마다 수백억씩 쓰며 확보한다던 기술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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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대응 R&D는 양치기소년?…위기마다 수백억씩 쓰며 확보한다던 기술 어디로 갔나

2020.03.02 16:00

신종플루·메르스 직후 정부 R&D 홍보하며 막대한 투자

막대한 비용 투자했지만 7년째 연구만하는 사업 있어 

과기정통부-복지부, 위기론 이용 홍보성 R&D 정책...예산만 펑펑

R&D 24조 시대 맞아 국민생명 연구 도덕적 해이 우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서울의 식당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서울의 식당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015년 중동에서 유행하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전국은 큰 공포와 혼란에 휩싸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해 10월 메르스 종식이 선언됐지만 피해는 컸다. 확진 환자 186명 가운데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한 국가란 오명을 떠안았다. 


정부는 사태가 끝난 직후 신종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외치며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급히 늘렸다. 당장 이듬해 정부의 R&D 주무 부처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만 해도 감염병 대응 관련 예산을 2015년 776억원에서 2016년 941억원으로 책정했다.

전년 대비 164억원이 증액 편성된 것으로 증감률로 보자면 21.2%가 증가했다. 2016년 전체 정부 R&D 예산 증가률이 1.1%인 것을 감안할 때 증가폭이 매우 크다. 

 

개발했다던 '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발병 조기 파악 시스템'은 어디있을까

 

홍남기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앞줄 오른쪽 세 번째), 강대희 서울의대 학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마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홍남기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앞줄 오른쪽 세 번째), 강대희 서울의대 학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마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미래부는 예산안이 확정된 뒤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바이러스 감염질환에 대한 진단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당시 "국제 고위험 감염질환의 진단 및 대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고한 국제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 공조체계가 필요하다"며 국제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보도자료를 통해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 국제협력 연구과제에 2019년까지 연간 12억원를 투입하기로 하고 일단 지난 2016년  서울대 의과대에 '감염병 협력센터'를 구축했다. 당시 홍남기 미래부 1차관(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염병 연구 현장에서 국제적 공조체계가 중요하다"며 직접 개소 현판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협력센터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 때 맡은 뚜렷한 역할은 없다. 감염병 협력센터 개소 현판식이 이제껏 가장 큰 성과였다는 다소 비아냥 섞인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래부는 2016년 12월 '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발병 조기 파악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미래부는 "이번에 구축된 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발병 조기 파악 시스템은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의 실시간 처방 내역 빅데이터를 분석해 감염병 발생 추이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며 "2017년 1월부터 시범운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부분을 처음으로 합친 부처인데 당시 과기계는 물론 정보통신과 전자공학에 정통한 교수들 사이에서도 합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과학 영역인 감염병 분석과 ICT 분야인 빅데이터를 합쳐 마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처럼 포장됐다.  하지만 이 시스템 역시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한 병원 관계자는 "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발병 조기 파악 시스템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당연히 현재 그 시스템을 활용 중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도 "그런 시스템은 처음 들어본다"며 "현재 시스템을 사용 중이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부가 주관하던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 사업 예산도 크게 늘렸다. 바이노나노헬스가드연구단은 지난 2013년 9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글로벌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감염성 바이오 유해물질의 신속 검출 및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 국가 재난형 질병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메르스와 같은 재난형 질병이 유행하거나 신종 및 내성 바이러스가 출현할 때 이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조기에 검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역이나 공항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설치해 전염병을 확산 전에 발견해 막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5년 초 11억원이었던 예산이 2016년 7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7년 예산도 79억원을 받았다. 

 

연구단이 출범한 지 벌써 7년째지만 개발하겠다던 신종 감염병 예측 진단법 개발 소식은 커녕 조기경보 시스템은 감감 무소식이다. 연구단 홈페이지에 사업성과라고 올려놓은 논문은 2015년 논문이 마지막이다. 특허 또한 2016년 세포 모니터링 장치 특허가 마지막으로 공개돼 있다. 2016년 상반기에 실시한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과'에 따르면 연구단은 중간성과물 위주로 단계별 및 연차별 목표와 개발 로드맵을 명확화할 것을 요구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구단은 “출범 후 5년 반 동안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512건과 국내외 특허 116개 등록, 275개 출원, 기술 23건을 이전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며 “개발이 완료된 단위기술로 다양한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상용화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공개된 성과와 달리 4000명 이상 감염되면서 전국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는 7년간 수백억원 들어간 기술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이렇게 대규모 감염병 사태 때 써보지도 못한 채 이 사업의 종료는 1년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못 고쳤다

 

2016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국가연구개발사업 특정평가보고서에 담긴 인체 감염병 관련 국가R&D사업 내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보고서 캡쳐..
2016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국가연구개발사업 특정평가보고서에 담긴 인체 감염병 관련 국가R&D사업 내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보고서 캡쳐.

보건복지부 감염병 R&D 예산도 대규모 감염병 사태가 잇따르면서 충분하지 않지만 꾸준히 늘었다. 복지부가 전담하는 ‘감염병위기대응기술개발’사업에 메르스 사태 이후 2년 동안 538억원이 쓰였다. 복지부에 속하는 질병관리본부가 전담으로 하는 ‘감염병관리기술개발연구’에 전년도보다 53억원이 증액돼 2016년 148억원이 투입됐다. 그 다음해에는 79억원이 더 늘어나 227억원이 쓰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예산 증액의 효과를 제대로 봤는지는 전문가들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자’며 예산을 급히 늘렸지만 그 외양간도 제대로 고쳤다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7년 1월 발간된 질병관리본부가 주관연구기관으로 진행한 '감염병관리기술개발연구' 연구과제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질본은 2016년 감염병 예측 및 조기감시 시스템 구축사업 관리 운영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2015년부터 감염병 확산을 조기에 인지하고 차단하기 위해 감염병자동신고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 의료기관마다 다른 정보보고 기준이나 용어 표준을 통일하겠다는 연구였다.

 

취지는 좋았으나 효과는 그렇지 못했다. 보고서는 "의료기관 신고업무담당자들은 기존 감염병 신고 방법에 익숙해져 있으며, 특히 공휴일이나 야간 대체 근무자는 팩스 신고만 하는 업무 형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팩스와 웹을 통해서만 신고하는 감염병이 남아 있어 기존 신고 신고 방법을 자동신고시스템으로 완전 대체 불가하다"는 평가했다.  보고 시스템은 여러가지 문제를 지금도 노출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만 해도 전국 환자 증가와 관련해 통계 반영이 느리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초기 새벽 1시에 사망한 환자 통계가 당일 오후 4시에야 질본 발표에 반영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나마 확보한 감염병 관련 예산이 잘못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특히 ‘질병 수사관’으로 불리는 역학조사관 수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보도들이 잇따르며 제일 기본적인 인력확보에 예산을 썼어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신종플루와 사스 등 신종 감염병 사태마다 '뒷북' 대처는 도돌이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28일 오후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탐색 연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28일 오후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탐색 연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기정통부와 복지부 외에도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환경부, 식약처, 해수부도 메르스 이후 감염병 관련 R&D를 크게 늘렸다. 이들 부처 다 합쳐 2015년 616억원이었던 감염병 R&D 관련 예산은 2016년 953억원, 2017년 1101억원이 됐다. 


이런 '뒷북' 대처와 무용지물 R&D 사업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도 똑같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신종플루가 발생하자 이듬해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2010~2014년 인수공통감염병을 포함한 감염병 연구에 투자한 금액은 7135억원에 이른다. 투자한 과제만 해도 40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분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막대한 예산 지원에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여러 부처의 감염병 관련 R&D사업이 중복되거나 제대로 연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지적에 부처 간 장벽을 허물어 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시됐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복지부와 과기정통부 등 7개 부처가 2018년 4월 400억원을 들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방역연계 범부처 감염병 연구개발사업단’을 만들었다. 사업단은 선진국 수준의 국가 감시시스템을 구축해 감염병 발생 및 사망자 수 1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감염병 신속 진단 및 방역 효율화를 이뤄 2시간 내 진단 및 보호구 국산화와 국민 신뢰도를 25%에서 80%로 끌어올리는 것도 목표다.  이 사업단은 보호복 및 마스크 같은 개인 보호구 시제품과 매개체 감염병 통계 및 수학적 예측모델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단의 사업기간은 고작 5년에 머문다. 보건전문가들은 최근 5년 간격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단이 한시적으로 운영되면 그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매번 사태 발생 때만 급작스럽게 ‘사후약방문’식의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한 보건 전문가는 “신종플루 때나 사스때나 메르스때나 항상 똑같았다”며 “사업단의 기간도 너무 짧지만 예산 규모가 작은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상황은 담당 공무원의 잦은 교체와 정권 교체에 따라 관리가 엄밀히 되지 않으면서 반복되고 있다. 감염병 사태가 올때마다 이전 성과는 놔두고 다시 연구하는 도돌이표 방식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국민의 우려가 커지면서 벌써부터 감염병 R&D 홍보가 난무하고 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진단시약 업체 씨젠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인체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R&D)에 1289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는 2년간 총 17억 원을 투자해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미 선정 절차를 마치기도 했다. 복지부는 올해 감염병 예방치료기술개발사업에 11억2500만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감염병 R&D 홍보에 나서자 산하 연구기관도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하겠다느니 인공지능(AI) 기반 치료제 연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국립대 교수들도 독자적인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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