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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코로나19 치료제로 떠오른 에볼라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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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코로나19 치료제로 떠오른 에볼라 치료제

2020.03.03 14: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GS-5734(렘데시비르)는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와 감기코로나바이러스, 아마도 더 중요한 건 미래에 등장할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것이다. 
- 티모시 시헌 외, 2017년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한 논문에

 

 

주간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매년 마지막 호에 그해의 ‘10대 연구성과’를 선정해 발표한다. 2019년 10대 연구성과의 하나가 에볼라 치료제 개발이다. 에볼라출혈열은 치사율이 50%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질환으로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 치사율이 30%로 낮아졌다. 특히 발병 초기에 투여할 경우 10%를 밑돌았다. 이 역시 엄청난 치사율이지만 걸리면 ‘둘 중 하나가 죽는 병’에서 ‘열에 하나가 죽는 병’으로 만든 약이니 10대 성과에 뽑힐 만하다.

 

얼마 전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에 대한 외신을 읽다가 말미에 에볼라 치료제가 유력한 치료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언급이 눈에 띄었다. 가공할 에볼라바이러스를 제압한 약물이 코로나19바이러스까지 잡을 수 있다니 사람으로 치면 ‘인물’이다. 그런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볼라 치료제는 항체 약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말인가.

 

항체 약물은 에볼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혈액에서 분리한,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가운데 효과가 뛰어난 걸 골라 아미노산 서열을 분석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항체 약물은 환자의 적응면역계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에볼라바이러스 표면을 인식하는 항체가 코로나19바이러스에도 달라붙는다는 얘기인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물론 100%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에볼라 치료제의 분자구조로 모두 항체 약물이다. 이 가운데 mAB114와 REGN-EB3의 약효가 뛰어나 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2019년 10대 연구성과’에 뽑혔다. ‘네이처 면역학’ 제공
에볼라 치료제의 분자구조로 모두 항체 약물이다. 이 가운데 mAB114와 REGN-EB3의 약효가 뛰어나 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2019년 10대 연구성과’에 뽑혔다. ‘네이처 면역학’ 제공

알아보니 코로나19 치료제로 떠오른 에볼라 치료제는 렘데시비르(remdesivir)로 바이러스 게놈 복제를 방해하는 전형적인 항바이러스제다. 반면 에볼라 항체 약물은 REGN-EB3과 mAB114다. 2019년 10대 성과에 렘데시비르의 이름이 없는 것으로 봐서 약효가 이들에 못 미치는가 보다. 

좀 더 알아보니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치료제가 아니라 치료제 후보물질이었다. 2016년 등장해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임상시험 결과 약효가 미미해 탈락한 약물이다. 그 뒤 다른 바이러스 질환 치료제로 검토되고 있다가 이번에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과정이 한 사람의 ‘인생역정’을 보는 것 같다. 

 

지난달 19일 이후 아침에 뉴스를 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하면서 다들 위축돼 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기분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 렘데시비르를 의인화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써봤다. 

 

렙데시비르의 자소서

 

한국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렘데시비르입니다. 요즘 제 이름이 가끔 나오는 것 같던데 들어보셨나요?

 

맞습니다. 앞의 설명처럼 전 에볼라 치료제를 목표로 길리어드 사이언스라는 미국 제약회사가 만든 화합물입니다. 그런데 사실 전 약효가 없어요. 제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인체의 효소들이 저를 손봐 NucTP라는 분자로 바꾸고 이게 바이러스에 작용하죠. 저처럼 자체로는 활성이 없는 약물을 전구약물(prodrug)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럼 애초에 NucTP를 만들어 쓰지 왜 번거롭게 저를 만드냐고요? 약물을 정맥에 주사하면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NucTP는 그게 안 되거든요. 길리어드의 화학자들은 세포막을 통과한 뒤 효소의 작용으로 빠르게 NucTP로 바뀌는 분자를 설계해 제가 태어난 겁니다. 어떻게 저 같은 구조를 떠올렸는지 사실 저도 놀랍습니다. 이 사람들은 천재인가봐요.

 

여러분, 2014년 발생해 서아프리카 세 나라를 휩쓴 에볼라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훗날 추적 조사 결과 2013년 12월 처음 발생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2016년 종식될 때까지 2만8646명 에볼라에 걸려 1만1323명이 목숨을 잃었죠. 물론 이건 공식 집계이고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죠. 이때 의료인도 500여 명이나 사망했습니다. 안 그래도 의료인프라가 부실한 나라들인데 너무 가혹합니다.

 

이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서구 제약업계는 엄청나게 욕을 먹었습니다. 에볼라가 처음 발생한 게 1976년이고 그 뒤에도 간헐적으로 일어났는데 아프리카의 풍토병이라며 외면해 백신도 치료제도 개발하지 않아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는 것이죠. 그 뒤 많은 과학자들이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죠. 이게 제가 태어난 배경입니다. 

 

렘데시비르(GS-5734)는 전구약물로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인체 효소의 작용으로 약효를 지닌 약물 NucTP(맨 오른쪽)로 바뀐다. 각각의 분자구조다. 네이처 제공
렘데시비르(GS-5734)는 전구약물로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인체 효소의 작용으로 약효를 지닌 약물 NucTP(맨 오른쪽)로 바뀐다. 각각의 분자구조다. 네이처 제공

 

 

저를 바로 사람에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먼저 붉은털원숭이로 동물실험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원숭이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실험결과를 보면 치료제(물론 저입니다)를 쓰지 않은 대조군 6마리 모두 10일 이내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이틀 뒤 저를 투여한 운 좋은 원숭이 6마리는 실험 기간(28일) 동안 한 마리도 죽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결과였죠.

 

이 내용을 담은 논문은 학술지 『네이처』 2016년 3월 17일자에 실렸는데 당시 표지를 보면 ‘에볼라를 무찌르다(Beating Ebola)’라는 큼직한 문구와 함께 벗어놓은 노란 방호복 두 벌을 찍은 사진이 실렸죠. 이제 필요없다는 뜻인데, 지금 생각해도 낯뜨거운 사진입니다. 참, 당시까지 전 정식 이름이 없었고 GS-5734라는 일련번호로 불렸습니다. GS는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영문 머리글자입니다. 

 

렘데시비르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에볼라 동물실험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네이처’ 2016년 3월 17일자는 논문을 실으며 표지에 에볼라가 정복됐음을 상징하는 사진을 싣기도 했다. 네이처 제공
렘데시비르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에볼라 동물실험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네이처’ 2016년 3월 17일자는 논문을 실으며 표지에 에볼라가 정복됐음을 상징하는 사진을 싣기도 했다. 네이처 제공

 

 

여담입니다만 저희 선배 가운데 일련번호가 GS-4104인 분이 있는데 지금은 완전 유명인사죠. 임상시험에 들어가며 얻은 이름은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입니다. 모르시겠다고요? 결정적 힌트를 하나 드리죠. 2009년 신종플루. 네 그렇습니다. 당시 대활약한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제품명)로 저희에겐 전설적인 존재죠. 저도 얼굴 한번 뵙고 싶네요. 

 

아무튼 전 에볼라바이러스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마침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투입될 기회를 얻었습니다.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가 발생한 것이죠. 이때 전 렘데시비르라는 이름도 얻었습니다. 쭉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전 처음 무참한 패배를 맛봤습니다. 

 

짐작하다시피 에볼라 임상시험 현장은 삶과 죽음을 오가는 극한상황입니다. 당시 저와 함께 투입된 치료제 후보는 셋이 더 있었는데 다들 저보다 덩치가 훨씬 더 큰 항체 약물이었죠.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전 자신만만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게 된 환자들은 행운아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치료한 환자 가운데 불과 47%만이 살아남았습니다. ZMapp이라는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도 51%만 생존했죠. 그래도 저보다는 낫네요. 반면 mAB114는 66%가 살아남았고 REGN-EB3는 71%가 생존했습니다. 발병 초기에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도 전 67%만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반면 ZMapp은 76%, mAB114는 89%, REGN-EB3는 무려 94%가 생존했습니다. 

 

물론 저는 에볼라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탈락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죠. 불운하게 제게 배당돼 목숨을 잃은 환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럼에도 에볼라 임상시험이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부작용이 미미한 약물이라는 게 입증됐으니까요. 

사실 제가(엄밀히 말하면 저의 활성 형태인 NucTP가) 안전한 약물이라는 건 효소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미 예상됐습니다. 물론 원숭이 동물실험에서도 입증이 됐고요. 이제 제가 어떻게 약효를 내는지 그 메커니즘을 설명할 때가 됐네요. 이 부분은 좀 어렵기 때문에 건너뛰셔도 됩니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려면 세포 안에서 게놈을 복제해야 합니다. 에볼라바이러스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게놈이 RNA인 바이러스는 RNA중합효소가 이 일을 하죠.  네 가지 뉴클레오시드삼인산(ATP, UTP, GTP, CTP)을 재료로 해서 게놈 염기서열 순서대로 집어 연결해야 합니다. 이는 레고와 비슷합니다. 빨강(ATP), 초록(UTP), 노랑(GTP), 파랑(CTP) 네 가지 레고블록을 순서에 따라 기차처럼 길게 조립하는 것이죠. 

 

NucTP는 ATP와 꽤 비슷하게 생긴 빨간색 레고블록입니다. 바이러스의 RNA중합효소는 ATP와 NucTP를 구분하지 못하고 따라서 ATP 대신 NucTP를 집어 끼워 넣을 수 있지요. 그런데 NucTP에는 다음에 오는 레고블록을 끼울 구멍이 없어요. 결국 복제가 멈추고 바이러스는 증식하지 못합니다. 멋지게 속아넘긴 것이죠.

 

그런데 저희가 사람 세포의 RNA중합효소까지 속이면 큰일이 납니다. 유전자가 발현돼 단백질을 만들려면 게놈(DNA)에서 전령RNA를 만드는 전사가 일어나야 하는데, 이걸 교란하면 세포가 타격을 입으니까요. 사람 세포에는 핵과 미토콘드리아에 각각 게놈이 있고 RNA중합효소도 다르죠. 따라서 둘 다 NucTP에 속지 않아야 합니다. 실험결과 치료제로 쓰는 농도에서는 둘 다 거의 영향을 받지 않더군요. 

 

참고로 모든 바이러스의 RNA중합효소가 멍청한 건 아닙니다. 에이즈바이러스(HIV)는 NucTP에 속지 않더군요.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속아넘어가더군요. 연구자들이 사스나 메르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질병 치료제로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이유죠.

 

에볼라 임상시험 과정에서 렘데시비르의 안전성이 입증돼 승인이 되지 않은 약물임에도 연초 우한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여될 수 있었다.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의 RNA중합효소(polymerase)를 교란해 증식을 막는다. 그래프 가로축은 약물(활성 형태인 NucTP) 농도이고 세로축은 중합효소의 활성이다(inhibition은 activity의 오기로 보인다). 바이러스의 중합효소는 치료제 처방 수준의 농도에서 활성이 뚝 떨어지지만(파란색) 사람의 핵 게놈 중합효소(검은색)와 미토콘드리아 중합효소(빨간색)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네이처 제공
에볼라 임상시험 과정에서 렘데시비르의 안전성이 입증돼 승인이 되지 않은 약물임에도 연초 우한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여될 수 있었다.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의 RNA중합효소(polymerase)를 교란해 증식을 막는다. 그래프 가로축은 약물(활성 형태인 NucTP) 농도이고 세로축은 중합효소의 활성이다(inhibition은 activity의 오기로 보인다). 바이러스의 중합효소는 치료제 처방 수준의 농도에서 활성이 뚝 떨어지지만(파란색) 사람의 핵 게놈 중합효소(검은색)와 미토콘드리아 중합효소(빨간색)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네이처 제공

2017년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제가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 질병 치료제로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습니다. 당시 저자들은 논문에서 “아마도 더 중요한 건 미래에 등장할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죠.

 

그럼에도 당장은 제가 나설 기회가 없었습니다. 감기야 가벼운 질환이고 사스는 바이러스가 사라졌고(물론 어딘가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메르스는 간헐적으로 환자가 발생해 제대로 임상시험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고양이 질환 치료제 실험을 하고 있었죠. 한때 강력한 에볼라 치료제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때를 생각하면 씁쓸하지만 이렇게라도 쓰일 수 있다는 걸 고맙게 생각하자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폐렴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고 병원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인류에게는 새로운 위협이지만 저로서는 두 번째 맞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죠.

 

길리어드는 연초에 중국 보건당국에 치료제로 저를 써보라고 제안했고 다급한 그들은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건 2018년 에볼라 임상시험을 통해 제가 안전한 약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임상결과를 검토한 중국 의료진들은 테스트한 30여 가지 약물 가운데 제가 효과는 가장 뛰어나면서 세포 독성은 가장 작다는 걸 발견하고 보건당국에 정식 임상시험을 신청했습니다. 바로 승인이 떨어졌고 지난 2월 6일부터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길리어드도 최근 미 식품의약청(FDA)에 저의 임상시험 계획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습니다. 길리어드는 코로나 환자가 많은 국가들에서 환자 1000명을 모아 임상시험을 시작합니다.

 

좀 낯간지럽지만 지난 1월 31일 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미국의 첫 코로나19 환자의 임상사례를 소개한 논문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신종 질환이다 보니 환자 한 명의 데이터로 쓴 논문(사실 병상일지에 가깝습니다)이 이런 저명한 학술지에 실릴 수 있었겠죠.

 

중국 우한에 있는 친지를 방문하고 1월 15일 귀국한 35세 남성이 다음날부터 기침과 발열 증상이 나자 걱정이 돼 19일(증상 4일차) 병원을 찾았습니다. 우한 방문 얘기를 들은 의료진은 일단 환자를 격리시킨 뒤 검사를 의뢰했고 다음날 코로나19 양성으로 나와 바로 입원시켰습니다. 

입원 3일차까지는 상태가 안정적이라 해열제를 처방하는 정도였는데 입원 5일차(증상 9일차) 저녁에 찍은 X선 사진에서 폐렴 소견이 나와 다음날부터 보조적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2차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했습니다. 그럼에도 폐의 상태가 점점 나빠져 의료진은 동정적 사용 허가를 받아 입원 7일차 저녁에 저를 투여했습니다.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이란 치료제가 없는 질병의 응급상황에서 승인이 나지 않은 약물의 투여를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다음날 놀랍게도 환자의 증세가 급격히 호전돼 산소 보조 장치를 뗐고 체온도 39.4℃에서 37.3℃로 내려갔죠. 환자는 입맛이 돌아왔다며 접시도 싹싹 비웠습니다. 논문을 쓴 1월 30일(입원 11일차) 현재 가벼운 기침만 하는 정도였죠. 환자는 완치돼 2월 초 퇴원했습니다. 증상의 극적 호전이 저 때문이라고는 차마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만(환자 한 명의 사례로 판단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 결과가 보건당국에 깊은 인상을 준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는 건 WHO의 선언만 남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합니다. 따라서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FDA의 승인 절차가 ‘패스트 트랙’으로 진행돼 상반기 중에 제가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로 데뷔할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중국에서 먼저 승인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어떤 예명(제품명)을 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에볼라 임상에서 쓴맛을 보고도 제가 또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네요. 자중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2월 19일부터 한국에서도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길리어드는 한국 식약처에 임상시험 계획을 신청했고 받아들여져 이달 초에 시작될 것 같습니다. 빠르면 이번 주에 한국의 환자들을 만날 수 있겠네요.  코로나19바이러스를 무찌를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8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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