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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바이러스 잡는 심장병약,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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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바이러스 잡는 심장병약,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될까

2020.03.04 12:05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28일 오후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탐색 연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28일 오후 경기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탐색 연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치료제를 찾기 위해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상대로 기존 약물의 효능을 파악해 코로나19 치료에도 활용하려는 국제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에 효능을 보이며 이미 승인을 받아 코로나19 치료제로도 바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약물 12개를 추려내는데 성공했다. 치료제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크 윈디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원팀은 4일 메르스 바이러스를 상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5406종의 치료제 성분 물질을 시험한 결과 심장병 치료제를 비롯해 12종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한 메르스 바이러스를 잡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의 약물 후보군을 찾기 위해 진행됐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달 28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20종을 발굴하기 위해 약물 재창출 기법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약물 재창출은 기존에 허가됐거나 임상 중인 약물에서 다른 효능을 찾아내는 신약개발 기법이다. 임상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이 빠르게 필요할 경우 유용하다.

 

연구팀은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체에 해를 끼치는 메르스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성분을 먼저 찾기로 했다. 한국화학연구원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55.8% 비슷하다.

 

연구팀은 FDA 승인 약물 1247종을 비롯해 생약, 효소억제제, 천연물을 포함한 모두 5406종의 약물 후보물질 중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약효를 보이는 물질이 있는지 전수조사했다. 조사는 약물 검사에 활용하는 ‘베로세포’를 2015년 한국에서 메르스 사태가 발발할 당시 환자에게서 추출해 배양한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후 약물을 투여하고 세포와 바이러스의 생존율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우선 약물을 주입했을 때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를 70% 이상 억제하고 세포 생존율도 70%가 넘는 경우를 추렸다. 그 결과 256개 약물이 1차로 추려졌다. 1차 선정된 약물을 상대로 메르스 바이러스 50%를 억제하는 데 필요한 약물 농도(IC₅₀)와 세포 중 50%를 죽이는 약물 농도(CC₅₀)를 계산했다. 다음 CC₅₀을 IC₅₀로 나눈 비율인 치료유효량(TI)으로 약물을 평가했다. TI는 약효를 보이면서도 인간 세포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약물을 평가하는 데 쓰이는 값이다. 값이 클수록 약물로 활용하기 유리하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거쳐 TI가 6보다 큰 약물 54개를 2차로 추렸다.

 

연구팀은 5406개 약물 중 약효를 평가해 54개 후보물질을 추렸다. 회색 막대는 치료제 종류별 약물의 수(10배수), 검은색은 TI가 6보다 큰 약물의 수다. 바이오아카이브 논문 캡처
연구팀은 5406개 약물 중 약효를 평가해 54개 후보물질을 추렸다. 회색 막대는 치료제 종류별 약물의 수(10배수), 검은색은 TI가 6보다 큰 약물의 수다. 바이오아카이브 논문 캡처

이 치료제 후보물질 54중 중 FDA 승인을 받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정식 약물은 12개였다. 이중 가장 효과가 좋은 약물은 심장병 치료제인 ‘우아베인(Ouabain)’과 ‘디기톡신’, ‘디곡신’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심장의 수축력을 늘려 심박수를 조절하는 데 쓰이는 강심제다. 세 약물의 TI는 각각 312.5, 156.3, 147.1로 나타났는데 TI가 100을 넘은 약물은 셋이 유일했다. FDA 승인 약물이 아닌 다른 후보물질 중에는 에메틴디하이드로클로라이드 등 6개 물질의 TI값이 80을 넘었다.

 

연구팀은 “정확한 약물의 항바이러스 기전과 동물 모델에서의 적용 가능성, 나아가 코로나19에 이 약물을 활용할 수 있을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세포 연구나 임상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메르스 감염에 쓸 수 있는 치료제 후보일 뿐 아니라 코로나19에도 활용할 잠재적 후보군”이라고 밝혔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를 대상으로도 약물 재창출을 진행해 결과를 이르면 3월 말까지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달 2일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바이오 분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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