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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위기 순간 신뢰는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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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위기 순간 신뢰는 힘을 발휘한다

2020.03.07 0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는 의료진, 격리 환자 등에 도시락 배달하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는 의료진, 격리 환자 등에 도시락 배달하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인간은 참 복잡한 동물이다. 객관적 사실과 별개로 해당 사실을 얼마나 신뢰하거나 의심하는지에 따라 행동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백신에 대한 음모론이 퍼져나가면서 접종률이 줄어든 결과 유럽, 미국 등지에서 그간 잠잠했던 홍역 등이 다시 창궐하고 있다. 정부나 전문가 집단에서 내놓는 공식 발표를 믿지 못해서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거나 멋대로 행동하다가 일을 더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무리 제대로 된 처방이 나와도 사람들이 이를 전혀 따르지 않는다면 문제가 해결될리는 만무하다. 해결방법이 정말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곤경을 겪는 것 못지 않게 불신을 통해 곤경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낮은 신뢰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또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나아가 그 사회의 전문가나 권위자 집단, 정부를 신뢰하는 정도가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강조된다. 한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물적 자본 못지 않게 사람들 간의 긍정적인 협력관계가 한 사회를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에는 자신이 속한 사회 사람들이 대체로 믿을만한 사람들이라는 일반적인 믿음 뿐 아니라, 상호성에 대한 기대(내가 베풀면 다른 사람도 내게 베풀 것이라는 믿음 또는 이타성에 대한 믿음), 시민 참여, 협동, 사회적 지지 등이 포함된다. 


지금처럼 전염병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자본, 사회적 신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학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들이 병원과 의료계, 정부 지침 등을 신뢰하지 않아서 예방적이거나 치료적인 조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병의 확산을 막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연구들에 따르면 우선 개인적 수준에서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건강 행동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구성원들을 신뢰하는 편이고 사회가 공정한 편이며 내가 어려울 때 다른 구성원들이 나를 도울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나 불안 수준이 낮은 편이고, 필요할 때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 편이다. 따라서 이들은 전염병 같이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을 때에도 패닉하고 공포를 퍼트리기보다 주변의 도움을 구하거나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구해 침착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높은 신뢰를 보이는 사람들은 상호성과 이타성에 대한 믿음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구할 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또 사회적으로 필요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도 혼자 살겠다며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기보다 다른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이동을 제한하고 함께 마스크를 쓰거나 열심히 손을 씻는 협조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노인들의 경우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를 신뢰하지 못할수록 스스로 고립되어 필요한 정보나 도움으로부터 소외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발견이 있었다. 신뢰가 곧 의료접근성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각종 정보나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도 무엇보다 의료 시스템과 의료인들에 대한 신뢰가 건강 행동을 촉진시킨다는 발견이 있었다. 처방의 옳고 그름과 상관 없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내리는 처방이어야 따른다는 것이다. 


정부나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또한 사람들의 건강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아무리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사람들은 금연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정부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낮은 사람들은 나이, 교육수준, 경제적 스트레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와 상관 없이 비교적 좋지 않은 건강상태를 보고한다는 발견도 있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지쳐 있을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를 공격하기보다 서로 신뢰하고 협력함으로써 소외된 곳까지 선한 영향력들이 퍼져나가길 바라본다. 

 

 

※참고자료 

-Abbott, S., & Freeth, D. (2008). Social capital and health: starting to make sense of the role of generalized trust and reciprocity.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13, 874-883.
-Lindström, M., & Janzon, E. (2007). Social capital, institutional (vertical) trust and smoking: A study of daily smoking and smoking cessation among ever smokers. Scandinavian Journal of Public Health, 35, 460-467.
-Mohseni, M., & Lindstrom, M. (2007). Social capital, trust in the health-care system and self-rated health: the role of access to health care in a population-based study. Social Science & Medicine, 64, 1373-1383.
-Sheppard, V. B., Zambrana, R. E., & O'Malley, A. S. (2004). Providing health care to low-income women: a matter of trust. Family Practice, 21, 484-491.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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