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HIV·암 환자 모두에게 희망되고 싶어" 사상 두 번째 HIV 완치 환자 애덤 카스티예호

통합검색

"HIV·암 환자 모두에게 희망되고 싶어" 사상 두 번째 HIV 완치 환자 애덤 카스티예호

2020.03.10 13:11
뉴욕타임스가 사상 두 번째로 HIV 감염에서 완치된 환자를 단독 인터뷰해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치료의 주인공은 인터뷰에서 "희망의 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기사 캡쳐
뉴욕타임스가 사상 두 번째로 HIV 감염에서 완치된 환자를 단독 인터뷰해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치료의 주인공은 인터뷰에서 "희망의 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기사 캡쳐

9년간 겨우 다스리던 불치의 병이 조금 잠잠해졌을 때, 그는 약간은 안심하고 있었다. 병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더이상 검출되지 않았고 평범한 일상생활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두 번째 시련이 닥쳤다. 말기 암(림프종) 판정을 받은 그는 4년 뒤 최후의 수단으로 위험천만한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생사를 장담하기 힘들던 이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가 이식 받은 골수에는 유전자가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른 세포가 있었고, 이 세포를 이식 받은 그는 암과 불치의 병을 둘 다 극복했다. ‘현대판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 완전히 치유된 사상 두 번째 환자가 된 것이다. 전세계 3700만 명의 HIV 감염 환자 가운데 단 두 명 존재하는 기적의 주인공이었다.

 

HIV 감염된 뒤 사상 두 번째로 완치 판정을 받은 인물이 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영국인 애덤 카스티예호 씨(40)는 9일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하지만 희망을 전하는 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카스티예호 씨는 2007년 베를린에서 처음 나온 사상 첫 HIV 감염 치료 환자인 ‘베를린 환자’ 티모시 브라운 씨에 이어 12년 만에 나온 완치 환자다.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그의 치료 결과가 공개되며 큰 주목을 받았지만, 그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었다. 런던에 거주한다는 사실만 알려져 그 동안 ‘런던 환자’라는 의학계 별칭으로만 불려왔다.


카스티예호 씨는 23세였던 2003년 HIV 감염 판정을 받았다. HIV 바이러스는 20세기 말까지 감염되면 매우 높은 확률로 사망하는 불치의 바이러스로 악명이 높았다. 자연히 카스티예호 씨도 자신이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매우 무섭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진단 순간을 회고했다. 


HIV는 인간의 면역세포에 침투해 면역계를 망가뜨리는 바이러스다. 10여 년의 긴 잠복기를 거친 뒤 감염자가 폐렴 등 다른 병에 걸렸을 때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일으킨다. 에이즈가 발병하면 평소에 쉽게 이겼을 가벼운 병도 면역력 결핍으로 견디지 못해 사망한다. 환자 수 대비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치명률이 매우 높다. 


다만 최근에는 HIV 자체는 인체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에이즈가 발병해도 만성질환처럼 관리만 잘 하면 3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는 상태다.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항바이러스제도 개발돼 있었다. 다만 체액을 통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어 백신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 현재 HIV 감염자 수는 세계적으로 3700만 명이고, 백신 연구에 투입되는 자금은 결핵,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 3위권이다.


항바이러스제로 꾸준히 관리를 이어오며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까지 갔던 그에게는 다시 한번 불운이 겹쳤다. 32살이던 2012년, 그는 암의 일종인 호지킨 림프종 말기 판정을 받았다. 림프종은 치료를 통해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태가 나쁠 경우에는 면역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는 상태가 나빴고, 4년 뒤인 2016년, 결국 위험한 골수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노란색)가 면역세포인 백혈구에 침투하는 모습이다. HIV는 서서히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으로 이어진다. 최근 HIV 감염을 치료하거나 막기 위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활발하다. 사진제공 NIH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노란색)가 면역세포인 백혈구에 침투하는 모습이다. HIV는 서서히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으로 이어진다. 최근 HIV 감염을 치료하거나 막기 위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활발하다. 사진제공 NIH

하지만 두 번의 불운은 기가 막힌 행운으로 바뀌었다. 그가 이식 받은 골수 속 조혈모세포에는 유전자 하나가 특이하게 변한 상태였다. 원래 HIV가 인체의 면역세포에 감염돼 침투할 때는 세포 표면의 표적 단백질(CCR5라고 한다)을 인식해 붙은 뒤 침투한다. 마치 문을 열고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 손잡이를 잡고 돌리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HIV 바이러스도 면역세포 표면의 문고리 단백질을 찾아 세포를 여는 것이다.

 

그런데 카스티예호 씨가 골수이식을 통해 받은 조혈모세포가 만드는 면역세포에는 문고리가 없었다. 골수이식 뒤 그의 면역세포는 모두 문고리가 사라졌고, HIV 바이러스는 더이상 세포에 침투해 증식할 수 없었다. 수술 뒤 체내 HIV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1년 뒤인 2017년 10월부터는 항바이러스제 투여도 중단했다. 항바이러스제를 쓰지 않아도 바이러스가 검출 되지 않았다. 수술 뒤 약 3년 뒤인 지난해 3월, 담당 의사는 그가 완치했다고 네이처에 공식 발표했다.


그의 치료 사례는 12년 전 첫 번째 HIV 감염 완치 환자인 브라운 씨의 사례와 똑같다. 골수이식을 통해 조혈모세포를 ‘문 손잡이 없는’ 변이 형태로 바꾼 원리다.

 

두 사람의 치료 경험은 많은 의사와 환자들에게 ‘HIV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중요한 치료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똑같은 치료가 두 번 성공해 최초의 완치 사례가 오류가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번에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두 번째 HIV 치료 환자 애덤 카스틸레요 씨와 달리, 첫 치료자 티모시 브라운 씨는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HIV 관련 연구가 나올 때에도 항상 그의 사진과 사례가 언급됐다. 사진은 과학잡지 겸 학술지 사이언스의 뉴스에 실린 티모시 브라운 씨의 모습이다. 사이언스 캡쳐
이번에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두 번째 HIV 치료 환자 애덤 카스티예호 씨와 달리, 첫 치료자 티모시 브라운 씨는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HIV 관련 연구가 나올 때에도 항상 그의 사진과 사례가 언급됐다. 사진은 과학잡지 겸 학술지 사이언스의 뉴스에 실린 티모시 브라운 씨의 모습이다. 사이언스 캡쳐

하지만 특수한 두 명의 치료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게 아직까지는 의료계의 입장이다. HIV 전문가인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2019년 본보와 인터뷰에서 “전세계 감염환자 3700만 명 가운데 두 명이 성공한 상황에서 지나친 기대는 무리”라며 “골수이식이라는 위험한 방법이 아닌 싸고 안전한 방법을 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9년 ‘네이처’ 논문 발표 당시 카스티예호 씨의 치료를 맡았던 라빈드라 굽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의대 교수 역시 “HIV 감염은 잠복기가 길어 더 긴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9일 뉴욕타임스 역시 골수이식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HIV와 암을 모두 가진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문 손잡이’ 단백질(CCR5)을이용하지 않는 다른 종류의 HIV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는 데 큰 결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처음 결심하고도 오랜 시간 재고해야 했다. 그는 “사람들이 ‘당신은 선택 받았다’라고 생각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그냥 일어난 일이고, 나는 마침 그 때 거기 있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암이나 HIV 감염, 또는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희망의 신호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3 + 7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