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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마스크 대란'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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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마스크 대란'이 씁쓸한 이유

2020.03.11 15:00
 

지난 주말 집 근처 문을 연 약국 앞 마스크를 사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봤다. 잠시 지켜보니 줄이 좀처럼 줄지 않았다. 지난 5일 정부가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뒤 구매자별로 일일이 생년월일을 확인하다 보니 판매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길거리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동네 앞 편의점을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 혹여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지하철에서 사레가 걸려 헛기침을 할 때도 주위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한다. 마스크 사용 기간, 재사용 기준, KF95·KF80 등 평소 관심도 없었던 정보를 찾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정부와 언론은 한술 더 뜬다. 정부는 초기 KF95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권고하더니 마스크 물량이 달리자 면 마스크도 괜찮다고 했다. 한번 쓴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말라고 했다가 몇 일 정도는 재사용해도 된다고도 했다. 언론은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라며 연신 두들겨 댄다. 방역 현장에서 일할 공무원들은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업체를 단속하느라 행정력을 낭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세로 생긴 진풍경이다.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다. 이쯤이면 코로나와의 전쟁이라기보단 마스크 수급 전쟁이다.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보니 마스크라도 착실히 착용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남을 배려하자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정부를 믿느니 차라리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해 스스로를 지키는 게 최선책이라는 판단이다. 

 

그런데 국내 현실과 달리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영국 공중보건국, 독일 보건당국 등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반인의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지 않으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의료시설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에게 우선적으로 마스크가 공급돼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일부 국내외 전문가들은 마스크의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제롬 애덤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은 오히려 “제대로 마스크를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안면을 더 많이 만지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그런 행동이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맞는지를 따지기 앞서 마스크가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상황이 과연 이성적인가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학적·객관적 근거다. 유증상자일 경우, 사람들이 많은 폐쇄된 공간에 있을 때, 다른 사람과 마주보며 이야기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는 게 국내외 수많은 방역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말을 통해 감염된다는 과학적 사실이 규명됐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마스크 사용 지침인 것이다. 덧붙여 환자를 돌보느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우선적으로 마스크가 공급돼야 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스크 5부제로 마스크를 줄 서서 살 때 잠시 한번 생각해 보자. 필요성이 크지 않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밀폐된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벗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은지, 하루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몇 시간 착용하지도 않았는데 재사용이 꺼림칙해 폐기하지는 않았는지, 의료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에게 돌아갈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은지, 환자 역학조사와 감염자 최소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행정력이 마스크 수급에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물론 정부의 초기 마스크 관련 지침 혼선이 지금과 같은 마스크 대란을 자초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효과나 사용 환경을 따지기보다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남을 위해 착용 않는 것보다 무조건 착용하는 편이 낫다는 심리와 논리도 수긍된다. 그러나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에 맞서려면 마스크 수급보다는 감염 최소화와 방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되돌아보며 과학적 근거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동한다면 자신만의 합리적인 마스크 사용법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개인의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모두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적지 않은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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