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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장비만 있고 '사람'빠진 소부장 정책…인력확보 무게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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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장비만 있고 '사람'빠진 소부장 정책…인력확보 무게둬야"

2020.03.16 16:00
이정환 재료연구소장은 12일 ″일본의 무역제재로 비롯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문제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기업에서 양산에 활용하는 데 연결되지 않아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창원=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정환 재료연구소장은 12일 "일본의 무역제재로 비롯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문제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기업에서 양산에 활용하는 데 연결되지 않아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창원=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정환 재료연구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일본의 대한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에 대응할 대책을 세우기 위해 그를 찾는 곳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이달 12일 경남 창원 본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현장을 돌아다니며 얻은 결론은 우리가 기술이 없었던 게 아니라 대기업이 양산에 활용하도록 연결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현장에서는 기술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현장의 요구를 충족하려면 인력과 연구시설을 좀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재료연구소를 독립법인으로 승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연구개발(R&D) 정책은 연구인력 충원과 실증연구시설 확보 등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재료연구소가 정부 정책의 모자란 부분을 감당하려면 독립법인화가 절실합니다. 독립된 연구원으로의 승격은 재료연이 세계적 종합소재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독립법인화는 재료연이 2007년 한국기계연구원 부설로 설립될 때부터 목표로 삼은 숙원사업이다. 2017년 재료연을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한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 R&D 강화가 필요하다는 상황과 맞물려 논의가 다시 재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5일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독립법인 승격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열리고 있는 임시국회는 이달  17일 종료된다. 법안이 기간내 통과되면 가을에는 독립법인으로 승격이 가능하지만 이번 회기를 넘기면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간다.

 

이 소장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소부장특별위원회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재료연이 소부장 R&D의 중심 중 하나인데도 독립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약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고지적했다. 소재부품특별법에서 만든 소재부품통합연구단에 재료연이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포함되지 못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소장은 현재 정부가 마련한 소부장 R&D 정책에는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조1000억이 넘는 예산과 ‘3N’(국가연구실·국가시설·국가연구협의체) 선정했으나 이를 기존 인력만으로 활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전투에 쓸 실탄과 장비는 확보했는데 정작 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연구는 사람과 장비, 사업으로 구성된다”며 “지금까지 나온 정책은 사업비와 장비는 충분히 갖췄으나 연구인력을 어떻게 양성할지 내용이 거의 없다"고 했다. 

 

재료연도 최근 외부에서 소재·재료 전문가를 파견해달라는 요청이 늘면서 인력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 소장은 “재료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R&D 컨트롤타워 격으로 만든 소재혁신전략본부에도 재료연에서만 가장 많은 4명을 파견했다”며 “지금도 소부장 사업을 기획하는 정부 부처에서 요청하는 인원만 1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재료연이 다른 출연연처럼 정식으로 원으로 승격하면 기관의 확장성이 커지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장은 “부설기관은 정부에서 인원을 배정할 때도 적게 배정받는다”며 “확장성이 커지면 현재 210명 수준인 박사급 연구원의 수를 35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료연구소는 원 승격이후 창원 옛 육군대학 부지에 제2재료연구소를 짓고 실증화단지 등 연구시설 확충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재료연구소 제공
재료연구소는 원 승격이후 창원 옛 육군대학 부지에 제2재료연구소를 짓고 실증화단지 등 연구시설 확충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재료연구소 제공

재료연은 현장에서 개발한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실증화단지를 지을 계획이다. 실증화단지는 연구실 수준에 머무는 기업의 기술을 검증하고 양산 단계에 이르도록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이미 창원시가 실증화 단지를 지을 땅을 제공하는 등 후원에 나서고 있다. 창원시는 2017년 연구소의 확장을 위해 창원 진해구의 옛 육군대학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연구소 법인화가 이뤄지지 않고 정부로부터 사업인가가 나지 않으면서 시가 약속한 땅은 다른 단체에 제공되면서 약속한 땅의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재료연은 소재 연구를 통해 침체된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료연은 1976년 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로 설립된 이후 경남 창원에서 45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소장은 “정부가 지난해 말 소부장 강소기업 55개를 선정했는데 경남 기업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경남은 창원을 비롯해 국가산업단지가 많으나 기술을 갖춘 강소기업은 정작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 지역은 대기업에 많은 부품을 납품하는 양산에만 몰입하다 보니 기술개발에 신경을 못 썼고 결국 기술적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지역 기업 발전을 위해 방향을 알려주고 기술개발에 도움을 줘 기업의 체질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재의 범위를 더 넒혀 종합소재연구기관으로 변화도 앞두고 있다. 이 소장은 “연구소는 지금까지 금속, 세라믹, 복합재료 등 전통 소재에만 관심을 맞췄지만 최근 들어 바이오 등 융합연구가 강화되면서 다양한 소재를 연구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해외 재료 연구기관 기관장 모임을 가면 바이오 재료를 연구하지 않는데 과연 재료연구소라고 말할 수 있느냐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며 “법인화가 되면 승격 이후 본격적으로 융합연구실을 만들어 다양한 소재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소장이 이달 12일 경남 창원 본원에서 재료연구소의 원 승격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원=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정환 재료연구소 소장이 이달 12일 경남 창원 본원에서 재료연구소의 원 승격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원=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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