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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감염병 사태는 표심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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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감염병 사태는 표심을 바꾼다

2020.03.21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 전염병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처럼 낯설고 위험해 보이는 자극을 혐오하고 불확실성을 기피하며, 변화보다는 기존의 질서를 옹호하는 등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면 우리의 마음은 감염의 위협을 막기 위해 이전보다 혐오 민감성(disgust sensitivity)을 높이고 필요하다면 거리두기, 차별, 배척까지 활용하게 된다. 질병과 직접 싸우는 신체적 면역체계와 함께 우리를 감염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준다고 해서 '행동적 면역체계'라고 불리는 시스템이다. 


낯설고 위험해 보이는 것을 철저히 배척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실제 감염을 피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행동적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면 외집단을 배척하고 내집단을 옹호하는 내집단 편향과 익숙한 것,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 편향,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동조 현상이 강화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인종이나 국적의 사람들, 약자에 대한 배척이 강화되기도 한다. 소수의 의견은 묵살되는 현상도 나타나며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현상도 강화된다.  


이러한 태도는 정치성향의 변화로도 나타나서 좀 더 광범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로도 이어지곤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알렉 빌 교수연구팀에 의하면 전염병이 창궐하면 사람들은 정치적으로도 진보보다 보수 쪽으로 방향을 클 가능성이 있다. 

 

연구자들은 2014년 에볼라가 퍼지던 당시 미국 국회의원 선거에 주목했다. 당시 선거(11월) 직전(10월)에 에볼라가 터졌고 연구자들은 에볼라가 터지기 전과 후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Y축은 각 공화당 지지율에서 민주당 지지율을 뺀 수치다. 즉 0보다 높은 수치는 민주당보다 공화당 지지율이 높음을 의미하며 0보다 낮은 수치는 공화당보다 민주당 지지율이 높음을 의미한다. 


첫 번째 패널(a)은 9월 지지율 변화 추이와 10월 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여주고 두 번째 패널(b)는 에볼라가 터지기 일주일 전인 9월24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와 일주일 뒤인 10월 1일부터 같은 달 7일 사이의 지지율 변화를 보여준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에볼라가 터지기 전에 비해 후에 공화당 지지율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 빌 교수연구팀 자료 


또한 연구자들은 구글에서 에볼라 검색 수와 지지율 변화 추이 간 상관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에볼라 검색 수와 민주당 대비 공화당 지지율이 높은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많은 관심을 끌던 다른 이슈들, 경제관련 이슈나 테러 관련 이슈들을 함께 분석했을 때도 에볼라에 대한 관심도와 공화당 지지율 사이에 상관이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살펴보았을 때, 역사적으로 공화당이 우세이던 지역에서는 에볼라 전에 비해 후에 더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원래 공화당을 지지하는 편이던주 사람들은 더 공화당을 열렬히 지지하게 되었다. 한편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는 전 후 지지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물론 당시 에볼라 외에도 수 많은 정치적 사회적 변수들이 존재했을 것이고 에볼라 이후 각 당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해서 딱히 에볼라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전염병과 인간의 행동적 면역체계가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흥미롭다. 코로나 이후 세계가 지금보다 더 이민자와 외국인을 배척하고 심한 인종차별을 보일지, 아니면 더 적극적인 공조와 협력으로 나아갈지 지켜볼만한 부분이다. 

 

※참고자료

-Beall, A. T., Hofer, M. K., & Schaller, M. (2016). Infections and elections: Did an Ebola outbreak influence the 2014 US federal elections (and if so, how)? Psychological Science, 27, 595-605.
-Curtis, V., De Barra, M., & Aunger, R. (2011). Disgust as an adaptive system for disease avoidance behaviour.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66, 389-401.
-Oaten, M., Stevenson, R. J., & Case, T. I. (2009). Disgust as a disease-avoidance mechanism. Psychological Bulletin, 135, 303–321.  
-Navarrete, C. D., & Fessler, D. M. (2006). Disease avoidance and ethnocentrism: The effects of disease vulnerability and disgust sensitivity on intergroup attitude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27, 270-28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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