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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성 대통령이 여성 과학기술인에 도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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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성 대통령이 여성 과학기술인에 도움될까

2014.01.21 18:00

 

 

 호주 출신 영어교사 겸 여행가 마크 슈미트는 저서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에서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인용하면서 “역사상 최초의 여장남자는 바로 여성”이라 밝혔다. 여자는 반드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사고해야한다고 규정짓는 ‘여성성’이, 여자를 흉내 내고픈 여장남자와 함께 탄생했다는 뜻이다.


 이달 10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14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는 창조경제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여성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자리라는 인상이 강했다.

 

  인사회에 참석한 김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것이 같은 여성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운을 뗀 뒤, “여성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섬세함과 감수성, 여성들이 잘 할 수 있는 디자인과 감성마케팅이 창조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성 기업인만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기는 했지만, 과연 섬세함과 감수성, 디자인 감각을 여성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여성이 남성보다 특별히 감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1998년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전문가들도 슬픈 영화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눈물을 많이 흘리는 것은, 사회적 학습 때문이며,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크기의 감정을 느끼고도 외부로 더 잘 표출하는 것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요즘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여전히 거부 반응을 보인다. ‘여성성’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성들의 행위규범을 한정짓고 사회적 참여를 제한해온 것은 물론, 여성을 수동적인 대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다. 페미니스트들이 각종 전문직 여성을 ‘여의사’, ‘여기자’, ‘여교사’ 등으로 부르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가 늘어나고,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공계 여성 졸업생 수도 점점 늘어,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비율 역시 2011년 기준 17.3%로 늘고 있다. 물론 프랑스(26.9%)나 독일(24.9%)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여성들 주도로 지난 20년간 재산 분할권, 상속권, 성 평등 교육, 가사노동 분담 등 많은 성과를 일궈내고 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성에 대한 적대감이나 한 쪽 성에 대한 방어적 자세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반대 급부를 가져올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듯 싶다.

 

  지난해 동아일보의 기획시리즈‘신(新)여성시대’에서도 여성들이 그동안 경험한 삶의 부당함, 불공평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상대 성인 남자들을 그런 불편과 불만을 준 존재로만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 여성성의 강조는 도리어 남성과의 경쟁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공계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IT여성기업인협회의 장이 ‘여성대통령’, ‘여성기업인’이란 말로 ‘여성성’을 강조하고, 여성의 장기가 섬세함과 감수성이라는 케케묵은 고정관념을 강조하는 현실이 도리어 빡빡하고 고된 연구현장에서 여성 연구원을 몰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는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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