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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루머와 음모론이 건강을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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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루머와 음모론이 건강을 해친다

2020.03.28 09: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일찌감치 많은 음모론들이 돌아다녔다. 어떤 미국인들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의 경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바이러스를 퍼트렸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반대로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퍼트렸다고 이야기 한다. 반유대주의자들은, 중세의 흑사병도 유대인들이 퍼트렸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도 유대인들이 퍼트렸다고 주장한다. 


또 최근에는 5G(5세대)통신이 감염의 주범이라는 루머가 등장했다. 5G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폐 활동을 저하시켜서 폐렴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때마침 중국 우한에서 5G 실험을 한 바람에 이 루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수두룩한데 이런 루머와 음모론들은 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걸까? 

 

인간은 인과관계를 찾는 동물


루머와 음모론에 취약해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이해를 추구하는 우리의 본성 때문에 그렇다. 아무 이유 없이 늘어져 있을 뿐인 달 표면의 얼룩에서 ‘절구 찧는 토끼’를 읽어내고 역시 외계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리의 소화전에서 외계인을 발견하는 등, 사람들은 어떤 패턴을 보면 (랜덤하게 짜여진 것이라도) 자동적으로 패턴이 존재하는 ‘이유’, ‘설명’등을 찾아낸다.

 
이렇게 뚜렷한 원인이나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것은 인간의 멋진 능력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추론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고 불확실성이 높아 현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절실할 때에는 “이게 다 OO 때문이다"류의 단순 명확한(하지만 많은 경우 부정확한) 설명에 끌리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별다른 근거 없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중국과 미국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 만으로 미국이 또는 중국이 일부러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식의 설명에 매력을 느기게 된다. 

 

확증 편향, 비례 편향, 투사, 역설에 관대함


영국 골드스미스대 크리스토퍼 프렌치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다음과 같은 특성들도 음모론을 악화시킨다. 


①확증 편향 : 익숙하고 자기 입장에 유리한 정보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예컨대 평소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우선 그 쪽을 먼저 의심해보고 여기에 부합하는 정보만 취합한다. 그러다보면 동일한 정보를 얻었더라도 평소 중국, 미국, 또는 유대인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었느냐에 따라 중국이, 미국이, 또는 유대인들이 바이러스를 퍼트렸다는 상반된 확신을 갖게 된다. 

 

② 비례 편향 : 큰 결과는 그에 비례하는 큰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예컨대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총에 맞았지만 살았다거나 또는 죽었다는 시나리오를 들려준다. 그리고 나서 총을 쏜 사람이 단독범일지 아니면 뒤에 큰 배후가 있을지 묻는다. 그러면 같은 사건임에도 그 결과가 훨씬 컸을 때, 즉 대통령이 죽었을 때 단독범의 소행일리 없으며 훨씬 오래전부터 계획된 조직 범죄일 것이라고 원인을 확대 추론하는 경향을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소규모의 피해만 발생했다면 음모론이 퍼지지 않았겠지만 피해가 커진 탓에 음모론도 같이 커진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③ 투사 : 음모론을 강하게 옹호하는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가 루머를 퍼트리거나 타인을 의심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비밀과 의심이 많은 것처럼 타인도 비밀과 의심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④역설에 강함 : 음모론을 강하게 믿는 사람들은 정반대의 스토리를 동시에 접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예컨대 미국 정부가 공표하기 훨씬 전에 빈라덴이 죽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빈라덴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정보 또한 잘 수용 하는 편이다. 음모론의 핵심은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⑤ 음모론을 하나 믿는 사람은 다른 여러가지 음모론도 동시에 믿으며(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정치에 있어서도 세계 정치를 조종하는 소수의 세력이 존재한다고 믿을 확률이 높다) 내용은 상이해도 그 중 하나만 맞아 떨어지면 역시 내가 맞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미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에게 음모론에 대한 반박이 잘 먹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감을 잘 하면 음모론에 취약할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  심리학자 얀 빌렘  교수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공감을 잘 하는 사람들이 더 음모론을 쉽게 믿는 경향을 보인다. 


공감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과정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피해를 입은 사람의 입장에 이입하게 되면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이 곧 자신의 일인 마냥 느껴지게 되고 어떤 ‘설명’을 원하게 된다. 이렇게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싶은 욕구가 커지면 그럴싸한 설명이라면 증거가 부족해도 일단 차용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자신이 공감하는 집단의 이익에 부합하는 쪽의 설명을 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중국인들의 입장에 이입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왔다는 스토리를 믿을 것이고 미국인 집단에 이입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고 믿는 등이다. 

 

음모론이 건강을 해친다


안타깝게도 다양한 음모론이 실제적인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존재한다. 시카고대의 에릭 올리버팀의 연구에 의하면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현대의학을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않는 대신 밝혀지지 않은 신비의 물질 같은 것을 비싼 돈 주고 사용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암을 치료하는 물질이 이미 알려져 있는데도 제약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오랜 연구로 안전성과 예상되는 부작용이 잘 알려져있는 약물 대신 미지의 물질로 생체실험을 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을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기검진을 받을 확률 또한 낮다. 


보고서에 의하면 놀랍게도 미국인의 약 50%가 이와 같은 음모론을 적어도 하나 정도 믿고 있다고 한다. 음모론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주변인의 건강을 해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중국에서 퍼트린 거짓말”이라고 믿은 몇몇 미국인들은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과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더 많이 보이기도 했다. 


물론 실제로 숨겨진 배후나 실체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모든 음모론이 틀렸다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어느 정도 과학적인 설명이 존재하거나 또는 아직 확실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 또 현재처럼 불확실성과 불안, 적대감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잘못된 정보와 그로 인한 잘못된 대응방법을 퍼트리게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참고자료

-Oliver, J. E., & Wood, T. (2014). Medical conspiracy theories and health behaviors in the United States. JAMA Internal Medicine, 174, 817-818.
-Read, K. W., & Do, T. C. (2015). Why do some people believe in conspiracy theories? Scientific American Mind.
-Van Prooijen, J. W., & van Dijk, E. (2014). When consequence size predicts belief in conspiracy theories: The moderating role of perspective taking.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55, 63-73.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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