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정부의 부정확한 정보가 감정적 공포 더 키웠다…메르스 사태로부터 얻은 교훈

통합검색

정부의 부정확한 정보가 감정적 공포 더 키웠다…메르스 사태로부터 얻은 교훈

2020.03.30 20:44
낮 기온이 20도를 웃돌며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22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에서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와 산책 등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낮 기온이 20도를 웃돌며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22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에서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와 산책 등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두 달 넘도록 이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부 지역이지만 상대적으로 활동성이 강한 젊은층이 이탈 조짐을 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이례적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클럽 출입을 삼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여전히 긴 줄을 서는 등 감염에 대한 공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인들은 이성적으론 위험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정부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심정적으로는 계속해서 공포를 느끼는 상황이 이어졌다.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메르스 사태를 커다란 위험으로 간주했다. 또 당시 20대는 다른 나이대에 비해 메르스에 대한 감정적 공포가 빠르게 줄어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위협에도 젊은층이 "걸려도 쉽게 낫는다"는 근거를 토대로 빠르게 공포에서 둔감해지는 양상이 과거 메르스 사태에서도 보였던 셈이다.

 

이런 내용은 은상준 충남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와 이진용 서울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오픈’에 이달 3일 공개한 논문에 고스란히 소개됐다.  

 

연구팀은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인이 위험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설문조사해 분석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감염병이 발발하면 사람은 위험을 두 가지 방식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감정에 의존해 막연히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정서적 위험 인식’이다. 다른 하나는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이를 분석하고 위험을 판단하는 ‘인지적 위험 인식’이다. 보통 정서적 위험 인식은 정보가 없는 초기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공포로 급격하게 늘어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인지적 위험 인식이 늘어난다. 감염병이 계속해 확산하면 인지적 위험 인식이 정서적 위험 인식이 줄어든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며 위험 정도를 인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갤럽이 19세 이상 40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한 자료를 제공받아 분석에 활용했다. 정서적 위험 인식은 메르스 사태가 얼마나 걱정되느냐를 물어 평가했다. 인지적 위험 인식은 감염병 전파가 멈출지에 대한 생각을 물어 측정했다. 설문조사는 일주일 간격으로 총 4회 실시했다. 첫 설문조사는 3차 감염이 발발하며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던 6월 10일 실시했다. 두 번째 설문조사인 6월 17일은 4차 감염이 발발하던 때였고 세 번째인 24일은 감염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들어선 때였다. 마지막 설문조사는 나흘간 환자가 발생하지 않던 7월 1일 실시했다.

 

설문에 응답한 국민들은 메르스 사태 당시 이성적으로 위험이 줄어드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계속해 위험을 느꼈다. 인지적 위험이 줄어드는데도 정서적 위험 인식이 계속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정서적 위험 인식 정도는 100%를 최대치로 볼 때 처음 55%에서 두 번째 설문 땐 60%를 넘긴 후 50%, 45%로 천천히 떨어졌다. 반면 인지적 위험 인식은 35%에서 50%로 높아진 후 25%, 10%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연구팀은 메르스 발발 초기 정부가 감염병에 대한 과학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확진 환자가 방문한 병원 또한 공개하지 않아 불신이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시기에 따른 정서적 위험 인식(초록색)과 인지적 위험 인식(파란색) 정도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막대는 메르스 사태 당시 발생했던 환자 수를 뜻한다. BMJ 오픈 제공
메르스 사태 당시 시기에 따른 정서적 위험 인식(초록색)과 인지적 위험 인식(파란색) 정도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막대는 메르스 사태 당시 발생했던 환자 수를 뜻한다. BMJ 오픈 제공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메르스 사태의 위험이 더 크다고 느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의 위험 인식도는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에 비해 정서에서는 2.63배, 인지에서는 평균 3.55배 높았다. 또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의 정서적 위험 인식도는 지지자보다 평균 1.38배, 1.68배 높았다. 정부 당국에 반감을 드러낼수록 이성과 감정 측면 모두에서 감염병이 위험하다고 느낀 것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정보보다는 감정으로 감염병의 위험을 판단할 확률이 높았다. 나이별 인지적 위험 인식도는 20대와 비교했을 때 30대는 76% 수준이었고 40대는 64%, 50대는 44%, 60대는 30%, 70대 이상은 26%였다. 정서적 위험 인식도는 20대와 비교했을 때 30대는 76%, 40대는 57%, 50대는 36%, 60대는 35%, 70대는 67% 높았다.  정서적 위험 인식도는 20대보다 높은 연령대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나이가 많아진다고 높아지는 것은 아닐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적으로 위험을 평가하는 정도가 급격히 줄었다. 20대는 1회차 설문조사 때는 다른 연령대보다 오히려 정서적 위험 인식도가 30%가량 높았다. 메르스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때인 4회차 설문조사에서 2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정서적 위험 인식도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젊은 나이일수록 감염병 상황에 빠르게 둔감해진 셈이다.

 

성별을 보면 여성이 감염병 위험에 빠르게 반응했다. 여성은 정서적 위험 인식에서 남성보다 78%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인지적 위험 인식도는 성별 차이가 없었다. 사는 지역과 교육 및 소득 수준, 직업에 따른 위험 인식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한국에선 정서적 위험 인식이 더 빠르면서도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가 위험 인식에 영향을 미친 만큼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신종 감염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5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