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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리포트] 퀀텀닷으로 암 진단하는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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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리포트] 퀀텀닷으로 암 진단하는 시대 온다

2020.04.04 06:00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은 등장과 함께 여러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를 선사했다. 그동안 각 분야에서 실험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도 분명했던 한계치가 퀀텀닷을 도입하면서 뚫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혜택을 보게 된 대표적인 분야가 TV 디스플레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래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태양광 발전과 바이오이미징에서도 퀀텀닷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태양전지, 광전환 효율 한계 생기는 이유


태양광 발전은 태양의 빛에너지를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다. 1954년 당시 미국의 벨연구소에서 최초의 상용화 태양전지인 실리콘 태양전지가 개발된 이래 지금은 친환경 미래 에너지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기술력을 판가름 짓는 건 태양전지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비율, 즉 광전환 효율이다. 광전환 효율이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서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태양전지의 광전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그 소재로 다양한 구조의 태양전지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해를 거듭하면서 광전환 효율은 점차 높아졌다. 현재 가정과 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의 최고 효율은 27.6%까지 도달했다. 이론적으로는 광전환 효율을 최대 34%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단일접합 태양전지 기준).


태양전지 개발에서 광전환 효율을 높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태양이 뿜는 여러 파장의 빛을 태양전지가 모두 흡수할 수 없다는 물리적인 한계다. 예를 들어 태양은 파장이 250~25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에 이르는 다양한 빛을 지상으로 보내는데,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는 이 중 500~1000nm의 빛만 활용할 수 있다. 


파장이 1000nm가 넘는 빛은 태양전지를 통과해버리며, 500nm 이하의 빛은 흡수는 되지만 열로 전환돼 날아가 버린다. 실리콘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물질로 태양전지를 만들어도 활용할 수 있는 파장의 범위가 정해져 있어서 이론적으로 광전환 효율은 한계치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물질마다 활용할 수 있는 파장 범위는 왜 정해져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물질마다 고유의 에너지 밴드(energy band)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를 예로 들자면, 실리콘 태양전지로 전력을 얻기 위해서는 빛에너지를 받았을 때 실리콘 내부의 전자가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실리콘의 전자는 외부에서 1000nm 이하 파장의 빛이 들어왔을 때만 이동한다. 1000nm가 넘는 파장의 빛은 실리콘 내부의 전자를 이동시켜 줄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결국 파장이 1000nm 이상인 빛은 실리콘 태양전지에는 아무 쓸모가 없는 셈이다. 


반대로 500nm 이하 파장의 빛은 에너지가 너무 크다. 실리콘 내부 전자를 이동시키긴 하지만, 전자를 너무 크게 이동시킨 나머지, 전자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 열이 발생하고 만다. 결국 실리콘의 경우 전자를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빛은 파장이 500~1000nm뿐인 것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태양전지는 고분자 유기물질이나 페로브스카이트와 같은 새로운 물질을 사용해 태양전지의 형태를 다양화하거나 생산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받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태양전지를 겹겹이 쌓는 방식도 개발됐지만, 이 방식은 개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인공위성과 같은 첨단 장비에만 사용하고 있다.

 

퀀텀닷 태양전지, 태양 스펙트럼 전 영역 활용


그러던 중 2004년 태양전지 개발에서 눈길을 끄는 연구가 하나 발표됐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반도체 입자인 셀레늄화납(PbSe)을 나노미터 크기로 아주 작게 만들면, 즉 퀀텀닷으로 만들면 낮은 파장의 빛을 받았을 때 열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두세 배의 전자가 이동하는 것을 실험으로 관측한 것이다. doi: 10.1103/PhysRevLett.92.186601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퀀텀닷을 연구한 정소희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이는 다중 여기자 생산(carrier multiplication)이라는 물리 현상”이라며 “퀀텀닷을 이용하면 태양전지가 마치 두 개의 태양에서 빛에너지를 받아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것과 같은 효율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물질이 과도하게 높은 에너지를 받았을 때 만약 그 물질이 에너지 ‘밴드’를 갖고 있다면 전자가 이동하면서 열로 써버리지만, 만약 퀀텀닷처럼 그 물질이 에너지 ‘준위’를 갖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자가 이동할 때 열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전자까지 이동시키면서 전력이 곱절로 만들어진다

 

한 쥐 대장 내 암 원치 않는 곳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체 조직 아래 사진 빨간 영역) 퀀텀닷은 기존 형광 염료보다 강한 빛을 낼 수 있어 체내 깊숙한 곳에 있는 조직의 위치와 분포 등을 보여줄 수 있다. NANO LETTERS 제공
한 쥐 대장 내 암 원치 않는 곳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체 조직 아래 사진 빨간 영역) 퀀텀닷은 기존 형광 염료보다 강한 빛을 낼 수 있어 체내 깊숙한 곳에 있는 조직의 위치와 분포 등을 보여줄 수 있다. NANO LETTERS 제공

 


가령, 셀레늄화납 퀀텀닷의 전자 하나가 이동하기 위해서 100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200만큼의 에너지를 줬을 때는 전자 두 개가 이동하는 것이다. 실리콘에서는 200을 줬을 때 그 에너지 일부가 열로 날아가는 것과 비교해보면 퀀텀닷으로 태양전지를 만들었을 때 최종 전력 생산량에서 큰 차이가 생기게 된다.


정 교수는 “퀀텀닷은 크기를 조절하면 1000nm 이상 파장의 빛들도 흡수할 수 있는 만큼 이론적으로는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 스펙트럼의 전 영역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광전환 효율 약 3%로 시작된 퀀텀닷 태양전지는 현재 최고 효율 16.6%까지 도달했다.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엄청나게 가파른 상승 추세다. 다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효율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퀀텀닷 디스플레이와 같이 퀀텀닷의 표면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보다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퀀텀닷의 표면을 제어하는 기술이 더 어렵다고 얘기한다. 퀀텀닷에서 빛을 뽑아내는 것(디스플레이)보다 전류를 뽑아내는 것(태양전지)이 기술적으로 더 어렵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퀀텀닷의 표면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현재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퀀텀닷은 겉에 껍질을 씌운 코어-쉘 구조로 만들고 있다”며 “껍질을 씌우면 빛은 나오지만 전류는 껍질에 막혀 밖으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태양전지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태양전지용 퀀텀닷은 핵심물질 자체를 안정한 소재로 만들거나, 또는 표면에 추가적으로 다른 물질(리간드)을 붙여 안정화시켜야 한다. 정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퀀텀닷의 표면을 안정화 시키는 게 물리화학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지만, 이것만 해결된다면 퀀텀닷 태양전지가 상용화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퀀텀닷으로 암 진단   


퀀텀닷은 바이오이미징과 같은 의료 기술 분야에서도 ‘라이징 스타’다. 바이오이미징은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분자 수준의 변화를 영상화하는 기법이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이 바이오이미징 기술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바이오이미징 기술은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중요성이 높아졌다. 


다만 현재 널리 사용되는 바이오이미징 기술들은 진단의 정확성, 실시간 관찰, 경제성 등 여러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지는 못하다. 가령 MRI의 경우 분해능이 높아 질병 진단에는 유용하지만 비싸다. 


그간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파장대의 빛을 이용한 광학영상법(optical imaging)이 대안으로 나오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가시광선은 신체를 구성하는 단백질, 지방, 물 등에 의해 흡수되기 때문에 신체 내부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퀀텀닷의 출현은 바이오이미징 분야에 일대 혁신을 불러왔다. 반도체 입자로만 여겨졌던 퀀텀닷을 생체 분자와 결합한 두 편의 연구논문이 1998년 연이어 발표되면서 퀀텀닷을 바이오이미징에 활용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퀀텀닷은 기존에 생체 내부에 사용되던 형광체에 비해 10~50배 강한 빛을 발할 수 있어 신체를 통과해 바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퀀텀닷의 크기를 조절하면 신체 구성 물질이 흡수하지 않는 700~900nm 대역의 근적외선 파장의 빛을 발하게 만들 수도 있다.


김성지 포스텍(POSTECH) 화학과 교수는 2017년 퀀텀닷에 암을 탐지하는 프로브를 결합해 암 조직 근처에서만 근적외선을 강하게 발하는 퀀텀닷을 개발하기도 했다. doi: 10.1021/acs.nanolett.6b04261


다만 퀀텀닷을 이용한 진단이 실제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나 태양전지와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표면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질병을 탐지하는 프로브에 퀀텀닷을 결합하면 퀀텀닷의 발광 특성이 손실되거나, 반대로 원치 않는 곳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체 내에서 프로브와 퀀텀닷이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퀀텀닷 표면 기술이 개발되면 낮은 비용으로 질병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암처럼 항원이 여러 종류인 질병일 경우 서로 다른 색을 내는 퀀텀닷을 활용해 동시에 검출해낼 수도 있다”며 “이외에도 퀀텀닷은 실시간 바이오이미징 기술,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키트 등에 활용돼 인류 사회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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