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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 수학자 'ABC추론' 증명 소식에 日 열도만 열광…서구 수학계 '냉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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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 수학자 'ABC추론' 증명 소식에 日 열도만 열광…서구 수학계 '냉담' 이유는?

2020.04.05 17:39
일본 교토대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모치즈키 신이치(望月新一·51)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 교수가 수학 난제인 ABC 추측을 증명했다며 쓴 논문이 올바르다는 것이 확인돼 학술지 ′피림스′(PRIMS) 게재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교토대 제공
일본 교토대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모치즈키 신이치(望月新一·51)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 교수가 수학 난제인 ABC 추측을 증명했다며 쓴 논문이 올바르다는 것이 확인돼 학술지 '피림스'(PRIMS) 게재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교토대 제공

일본의 천재 수학자로 평가받는 50대 수학자가 35년간 수학의 난제였던 'ABC추론(ABC conjecture)‘을 풀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신문과 방송들은 일본 수학계의 쾌거라고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수학계에선 논문 게재의 투명성 문제와 불충분한 증명과 정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 등 주요 언론은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RIMS) 모치즈키 신이치(望月新一 51) 교수가 수학계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ABC추론’을 증명했으며 이 논문이 올바르다는 것이 확인돼 국제학술지 '피림스'(PRIMS) 게재가 결정됐다고 교토대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밝혔다고 전했다. 

 

ABC 추론은 A와 B의 합은 C(A+B=C)라는 간단한 덧셈에서 시작된다. 정수 A, B와 이들을 더한 새로운 정수 C 사이의 소인수(素因數) 관계에 대한 정수론 중 하나로 1985년 스위스 수학자 데이비드 마서와 1988년 프랑스 수학자 조셉 오에스테레가 처음 제기했다. 이를 증명하면 1994년에 증명이 완료된 수학계 최고의 난제 '페르마의 정리'를 더 간단하게 풀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소(1 이외의 공약수가 없는 자연수)인 A,B와 이 둘을 합한 C가 있을 때 세 수의 소수들을 곱한 값을 D라고 하면 대부분 D가 C보다 크고 반대로 C가 더 큰 경우는 드물다는 게 ABC 추론의 주요 내용이다.  예를 들어 A가 1이고 B가 8일 때 A와 B의 합은 C가 된다. A와 B의 소수 2와 C 소수 3를 곱했을 때 값 D는 6이다. 이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A,B,C 조합이 무수히 많아서 이를 증명하기 쉽지 않았다. ABC 추론은 합과 곱을 관계의 근본적인 부분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정수를 통제하는 포괄적 문제가 된다. 

 

ABC추론이 증명되면 정수론 분야의 여러 미해결 문제인 스피로 예상과 같은 다양한 수학의 난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ABC 추측을 발전시키면 몇 페이지에서 쉽게 풀리기 때문에 수론 분야의 핵심 문제로 꼽힌다. 


모치즈키 교수는 2000년부터 ABC추론 증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2년에는 8월 논문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엑스에 약 600쪽 분량의 논문 4편을 공개하고 피림스에 투고했다.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인터넷 뉴스를 모치즈키 교수의 논문 발표 소식과 세계 수학계의 관심 등을 전하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논문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판정하는 데에만 7년반이 넘게 걸렸다. 모치즈키 교수 연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계속해서 나왔다. 2018년에는 두 명의 수학자가 모치즈키 교수의 증거에 결함이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피림스 편집위원회가 그럼에도 복수의 수학자에게 의뢰해 논문 검증을 시작했고 올해 2월 논문이 게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논문을 내는 피림스는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가 편집하고 유럽수학회가 발행한다. 피림스는 현재 모치즈키 교수가 편집위원장이지만 자신의 논문 심사에는 관여하지 못하도록 특별편집위원회를 열어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했다.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 연구자인 카시와라 마사키 교수와 타마가와 아키오 교수는 3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어로 된 자료를 공개하면서 논문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문 공식 발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교토대 발표 직후 일본 언론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모치즈키 교수에 대한 인물조명을 하면서  32세에 교수를 하고 좋아하는 음식은 불고기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ABC 추론의 가장 중요한 미해결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것과 같은 수준의 대등한 쾌거"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의 이런 대대적 보도는 모치즈키 교수가 정수론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겨온 기대주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지난 1969년 도쿄에서 태어난 모치즈키 교수는 5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고 고등학교를 2년 만에 마치고 16살에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 그는 19세에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를 졸업했고, 32세에 교토대 교수에 임용된 일본의 천재 수학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일본학술원이 2005년에 45세 이하 젊은 학자를 대상으로 창설한 학술장려상 제1회 수상자로 뽑히기도 했다 모치즈키 교수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연구에 몰두하며 많은 사람이 모이는 학회나 간담회에 참가한 경우가 매우 드물고 외국에서 온 강연 의뢰 등도 거절하는 것으로 일본 언론은 소개하고 있다. 모치즈키 교수는 이번 논문 공개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기자들이 자신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치즈키 교수 이번 성과는 학계에서 완전한 증명으로 인정받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장기간의 검증과 일본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 교토대 공식 발표와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수학계 상당수가 이번 소식에 냉담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600페이지가 넘는 논문 검증에 7년 반이 걸릴 정도로 분량이 방대하지만 아직 이 논문 전체를 읽은 학자들이 적고 학자들에게 주어진 정보와 증명이 불충분하다는 점이 그 중 하나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2018년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페터 숄체 독일 본대 교수는  "이전에 교토대를 방문했을 때 모치즈키 교수와 논의한 후 이론에 중대한 문제가 있으며 간단히 바로잡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 “모치즈키 교수의 논문이 증명이 되지 않았으며 ABC 추측은 지금도 추측인 채로 있다. 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 논문이 받아들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는 숄체 교수의 말을 덧붙였다.

 

또 해당 논문을 게재하는 피림스가 유명학술지이기는 하지만 수학계 전체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유력 학술지에 투고되지 않는 점, 또 투고 학술지 편집위원장이 논문을 낸 모치즈키 교수여서 이해 충돌이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학자인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모치즈키 교수가  자신이 편집위원장을 하는 피림스에 투고했다는 점과 전 세계가 인정하는 난제 연구 증명에 정통한 학술지를 통해 투고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여러 수학자가 모치즈키 교수가 뛰어난 수학자이고 피림스가 인정받는 수학학술지이며 논문이 여러 수학자의 검토를 받았을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 검증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수학계에서 난제 연구들은 ‘애널즈오브매스매틱스(수학연보)’나 ‘저널 오브 아메리칸 매스매티컬 소사이어티(미국 수학회보)’에 통상적으로 발표된다. 1995년 미국 프린스턴대 앤드루 와일즈 교수가 400년간 풀리지 않았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해 발표한 학술지도 애널즈오브 매스매틱스였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8년간에 걸친 검증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학자가 모치즈키 교수 성과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수년간 이를 검증해온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키런 케들라야 교수는 “2018년 수학자들이 냈던 의견에서 큰 변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또 다른 수학자인  에드워드 프렌 켈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까지 논문 출판에 대한 판단을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처는 이런 문제가 모치즈키 교수의 증명이 일부 틀린 것도 문제지만 그의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가 논문을 공개한 직후 여러 곳에서 강의와 연구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지만 이를 철저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치즈키 교수가 다른 수학자들이 논문을 검증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명확히 전달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분야에 가장 정통한 수학자인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는 e메일을 통해  “현시점에서 더 할 이야기는 거의 없다”며 “모치즈키 교수의 아이디어가 확증되기를 바라지만 대부분 수학자의 회의적인 시각은 이번 출판으로 인해서 별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오히려 논문 출판을 강행한 수리해석연구소에 대한 비판만 심해질 가능성이 꽤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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