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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동물원 생활] 독수리 '하나'가 동물원에 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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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동물원 생활] 독수리 '하나'가 동물원에 온 사연

2020.04.11 09:00
3월 4일, 청주동물원에서 촬영한 독수리사의 모습. 오른쪽 가운데에서 정면을 보고 있는 독수리가 ′하나′다.
3월 4일, 청주동물원에서 촬영한 독수리사의 모습. 오른쪽 가운데에서 정면을 보고 있는 독수리가 '하나'다. 청주동물원 제공

청주동물원에는 부리가 삐뚤어져 윗부리와 아랫부리가 서로 맞지 않는 독수리 ‘하나’가 살고 있다. 부리의 위아래가 잘 맞지 않아 먹이를 먹기도 힘들어 보인다. 하나는 원래 동물원에 살던 독수리가 아니다.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가 2018년 1월 구조한 독수리다. 하나는 구조 당시 부리가 삐뚤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하나를 훈련시킨다고 해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스스로 먹이를 구하기 힘들 테니 말이다. 이런 경우 보통은 독수리가 야생으로 되돌아가 고통받으며 죽음을 맞게 하기보다는 인도적 안락사를 택하는 편이다. 

 

마침 청주동물원에는 독수리 다섯 마리가 살고 있었다. 모두 건강했다. 평소 동물원의 역할이 ‘야생 동물 보호 시설’이라고 생각해오던 터라 하나를 동물원으로 데려와 보호하는 대신 동물원에 살던 독수리 한 마리를 훈련시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야생에서 살기 힘든 하나를 동물원에서 보살피고 야생에서 잘 살 수 있는 건강한 독수리를 내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윗 부리와 아랫 부리가 비뚤어진 독수리 ′하나′. 안락사 위기였으나 동물원에 들어와 최고 서열을 차지했다.
윗 부리와 아랫 부리가 비뚤어진 독수리 '하나'. 안락사 위기였으나 동물원에 들어와 최고 서열을 차지했다. 청주동물원 제공

이렇게 2018년 2월부터 동물원에서 살게 된 독수리에게 청주동물원 식구들은 ‘삐뚤어진 부리지만 정상적인 부리 하나처럼 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하나’라는 이름을 지었주었다. 
동물원 식구들의 보살핌 덕분인지 하나는 지금껏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처음엔 삐뚤어진 부리 때문에 먹이인 닭고기를 먹는 데도 한참 걸렸고, 다른 독수리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허겁지겁 먹으며 식탐을 부렸다. 그런데 지금은 여섯 마리 독수리 중 가장 활발하고 제일 높은 횃대도 차지했다. 제일 높은 횃대를 차지했다는 건 무리 중 최고 서열을 차지했단 뜻이다.

 

하나와 바통 터치한 '청주'는 훈련중

 

청주동물원은 꾸준히 충북야생동물센터와 협업해 구조된 동물을 보호, 훈련해 방사하는 일을 해 왔다. 사진은 2019년 1월 24일 보호하던 독수리를 방사하는 모습이다. 청주동물원 제공
청주동물원은 꾸준히 충북야생동물센터와 협업해 구조된 동물을 보호, 훈련해 방사하는 일을 해 왔다. 사진은 2019년 1월 24일 보호하던 독수리를 방사하는 모습이다. 청주동물원 제공

하나가 동물원에 들어오면서 야생으로 되돌려 보낼 독수리를 찾기 위해 동물원에 살던 독수리 다섯 마리의 비행 능력을 시험했다. 그 결과 가장 멀리 난 ‘청주’를 방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18년 1월 10일 충북야생동물센터로 보냈다. 청주는 10년 이상 동물원에서 살며 날개가 굳어진 탓에 처음엔 몇 미터를 날지 못했지만 긴 훈련 끝에 지금은 수십 미터를 날아오를 정도로 좋아졌다. 앞으로 더 훈련해야 야생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날 수 있겠지만 동물원 식구들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동물원 식구들은 한 마음으로 청주가 번식지인 몽골로 날아가는 꿈을 꾼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독수리 청주의 귀향 소식도 전할 예정이다. 오늘 글을 통해 청주의 이야기를 알게 된 독자들도 앞으로 청주가 더 멀리 날 수 있도록 응원해 주길 바란다.

 

독수리가 도시에서 사라진 이유

 

독수리(Aegypius monachus )는 매목 수리과의 새다. 예전엔 넓은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독수리의 터전이었으나 약 200년 전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며 인구가 많아졌고, 독수리의 수는 줄어들었다. 도시화로 독수리의 서식지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쥐 등 동물이 옮기는 질병이 많아지자 사람들이 독약을 섞은 미끼를 여기저기에 뿌렸다. 그걸 먹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은 독수리도 많이 죽었다.


결국 무분별한 산림 훼손과 먹이 부족으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독수리가 완전히 멸종됐다. 이젠 모로코, 알제리, 이스라엘처럼 번식지였던 곳에서도 더이상 독수리의 둥지를 볼 수 없다. 또 독수리가 느리게 비행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노리기 쉬운 사냥감이란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지금은 세계자연보연연맹(IUCN)에서 독수리를 멸종위협 근접종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매년 약 2000마리의 독수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몽골에서 한국으로 날아온다. 한국까지 오는 독수리들은 어린 개체가 많은데 어릴수록 경쟁에서 밀려 더 먼 남쪽까지 내려온다. 한반도는 독수리 이동지의 남쪽 끝이라 탈진 상태의 독수리가 많은 편이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이렇게 쓰러진 독수리들을 구조해 기력을 회복시킨 뒤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7호(4월1일 발행), [슬기로운 동물원 생활] 독수리 '하나'가 동물원에 온 사연은?

 

※필자소개

김정호 충북대에서 멸종위기종인 삵의 마취와 보전에 관한 주제로 수의학 박사를 받았다. 청주동물원에서 학생 실습생으로 일을 시작해 현재는 진료사육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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