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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열망 크지만..."안전성·장기화 고려 차분한 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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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열망 크지만..."안전성·장기화 고려 차분한 대비 필요"

2020.04.22 09:10
티모시 시어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팀이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동물실험까지 마쳤다. 렘데시비르와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 물질로 올 봄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제공
티모시 시어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팀이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동물실험까지 마쳤다. 렘데시비르와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 물질로 올 봄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제공

코로나19 환자가 전세계적으로 250만 명에 이르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종식시킬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열망도 커지고 있다. 바이오기업과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약을 개발하기 위한 행보가 빨라지면서 이른 시일 내에 치료제와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의 잦은 중간 성과 발표와 대중의 열망이 만나 빚은 '착시'일 뿐,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게 냉정한 현실이라는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치료제와 백신은 안전성이 최우선인 만큼 시간이 약간 더 들더라도 ‘따질 것은 따져보고’ 제대로 임상시험을 거친 뒤 출시해야 '몸 안에 독을 붓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의학도서관이 운영중인 임상시험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와 관련해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임상시험은 21일 현재 692건이다. 미국 텍사스대 약대 교수팀이 14일 의학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가운데 109건이 실제로 환자 모집을 하거나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으로 분류된다. 약물의 부작용을 진단하는 1상은 4건, 수십~100명 내외를 대상으로 효과를 점검하고 적정 투약 농도를 결정하는 2상은 36건 진행되거나 진행됐다.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3상은 36건, 그리고 이미 3상이 끝나고 제품화된 약을 모니터링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을 시험하는 4상은 11건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기존 약이나 후보물질의 용도를 바꿔 코로나19 용으로 다시 임상을 하고 있는 ‘약물재창출’ 전략을 쓰고 있다. 후보약물을 새로 찾는 일부터 시작하면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이 들기에, 긴급한 감염병 팬데믹(대유행)에 맞춰 취한 지름길 전략이다. 부작용도 잘 알고 있기에 안전하기도 하다. 에볼라 치료제 후보물질이었다 최종 탈락한 렘데시비르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C형간염치료제 리바비린, 신종플루 치료제 아비간 등이 이 전략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중이다. 국내외 여러 기업 역시 기존에 발굴했던 약물을 코로나19 용으로 바꾸기 위해 세포실험이나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지름길을 이용해 수많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 아직까지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다. 최근 연구 결과를 종합해 ‘중간성적표’를 매겨 보면, 아직까지 기대를 걸어 볼 만한 유망한 치료제 후보물질은 렘데시비르 하나뿐이다. 세포실험에서 적은 양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경쟁자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8분의 1, 클로로퀸의 31분의 1 정도로 적은 농도로 투약해도 효과적이었다. 11일 미국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은 이 약을 중증 호흡기 환자에게 투약한 결과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아직 대조약과 비교하는 등 엄밀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CDC 제공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CDC 제공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장해 화제가 된 약이다. 바이러스 침투시 세포막과의 융합을 차단하거나, 바이러스 복제를 위한 세포 내부 막 형성 과정을 차단하는 원리로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다. 중국과 프랑스 연구팀이 이 약을 투약한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증상 완화와 바이러스 감소 등을 3월 NEJM에 발표했다. 하지만 엄밀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투약 농도가 높을 경우 부작용 우려가 있어 국내에서는 낮은 농도로 투약중이다.


반면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와 C형간염 치료제 리바비린은 효과가 미약하고 부작용 우려는 커서 굳이 쓸 필요가 없는 ‘낙제’로 나타났다. 칼레트라는 3월 중국 연구팀이 199명의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했지만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리바비린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환자 연구에서 바이러스 제거 효과가 약한 반면 간수치 상승이나 용혈성 빈혈 등 부작용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이들 가운데 낙제를 면한 약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17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포럼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에서 "국내에서도 렘데시비르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비교하는 연구와,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비교하는 연구,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발병 전에 먼저 투여하는 연구 등이 진행되거나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100개 이상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갈 길이 더 먼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일(현지시간) 발행한 보고서와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한 비정부기구인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이 9일 학술지 ‘네이처 리뷰 드러그 디스커버리’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임상시험에 들어간 백신은 미국과 중국에서 개발 중인 5개뿐이다.

 

미국국립알레르기및감염병연구소(NIAID)와 미국 생명공학사 모더나가 지난달 16일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 기반의 백신을 개발해 임상 1상을 시작했고, 중국군사과학원과 생명공학기업 캔시노가 다른 바이러스 게놈에 목표 유전자를 삽입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바이러스 벡터)을 실험 중이다. 미국 이노비오는 DNA를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을 만들어내는 방식의 백신을 개발해 미국에서 이달 초부터 4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중이며, 국제백신연구소 및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내에서도 임상을 할 계획이다.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더 센터 포 파마슈티컬 리서치에서 8일(현지시간) 한 임상 시험 참가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를 주사로 투여받고 있다. 바이오 기업인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백신 후보 INO-4800을 검증하는 임상 1상 시험이다.  AP/연합뉴스 제공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더 센터 포 파마슈티컬 리서치'에서 8일(현지시간) 한 임상 시험 참가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를 주사로 투여받고 있다. 바이오 기업인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백신 후보 INO-4800을 검증하는 임상 1상 시험이다. AP/연합뉴스 제공

이들은 모두 독성을 확인하고 투약 농도를 결정하는 임상1상이 대부분이다.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CEVI)융합연구단 팀장은 17일 포럼에서 “1상은 간단한 실험이라 금방 마칠 수 있지만, 2상 이후로는 수 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제롬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역시 3월 말 본보 기고에서 "임상시험을 축약해 실시하더라도 어떤 백신이 효과적일지 파악하는 데에만 12~18개월 걸린다"며 “여기에 생산을 위한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임상단계의 백신 연구는 78건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실용화까지 더 긴 시간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 기존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BCG 접종이 코로나19를 막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으로, 21일 현재 미국과 호주, 이집트 등 병원에서 총 4건 이뤄지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이 기대보다 빨리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인류가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점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꼽힌다. 김성준 팀장은 "실험실에서 인체 세포에 감염시키면 2~3일만에 세포를 죽이는 메르스 바이러스와 달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일주일 이상 감염시켜도 세포를 죽이지 않고 감염 상태를 유지하는 등 많이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며 “만성 바이러스 가능성도 있어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특성을 알아야 딱 맞는 치료제와 백신을 만들 수 있다”며 “치료제나 백신을 너무 성급하게 만들어서 만에 하나 부작용이 생기면 백신이 아닌 독을 접종 맞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혜숙 이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포럼에서 “코로나19는 시급성이 매우 크지만 과학적 설계와 평가 없이는 더 큰 위험이 초래되므로 철저히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며 “코로나19 관련 치료제와 백신은 초기 단계이며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 실용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업체들도 정부 지원 속에 연이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총력전에 나선 분위기다. 2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업체중 현재 공식적으로 치료제·백신 개발에 뛰어든 곳은 18곳에 이른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등 국내 주요 업체부터 바이오벤처까지 규모도 다양하다.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신규 개발 소식을 들고 나올 때마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21일 기준으로 코스닥상장사 중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가운데 6개 업체가 바이오 관련 기업일 정도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 치료제·백신 개발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다수 업체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목적으로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으나, 현재까지 허가를 받은 국내업체는 부광약품 뿐이다. 2007년 출시한 B형 간염 치료제 레보비르를 사용하는 내용으로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현재 임상1상 진행중인 백신 후보들. ClinicalTrials, WHO 제공
현재 임상1상 진행중인 백신 후보들. ClinicalTrials, WHO 제공

국내 바이오벤처인 이뮨메드도 이달 말 시험보고서를 내고 임상 1상을 마무리한 뒤 7월께 임상 2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B형 간염 후보물질로 식약처에 시험계획을 신청한 상황이다. 압타바이오는 당뇨 합병증 치료제로 개발중이던 APX-115를 코로나19 용으로 바꿔 임상 2상을 추진중이다. 체내에서 바이러스 침입시 활성산소를 만드는 과정을 방해하는 약으로, 임상1상을 거쳤고 세포실험에서 렘데시비르의 3분의 1 정도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다. 그 외 다른 업체들의 경우엔 신약처에 IND를 신청했으나 자료 보완 요구 등을 받거나, 후보물질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상에 돌입하더라도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효과를 확인하고 부작용 등을 살피는 작업은 여전히 높은 문턱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국내 백신 개발은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기존 백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넥신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함께 빠르면 6월께 임상 개시를 목표로 DNA 백신을 개발중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현재로선 전임상 단계에 머물고 있다. 상대적으로 백신 개발이 치료제 개발에 비해서 더 까다롭다고 여겨진다. 이에 대해 개발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기기 보다는 과학적 설계를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커지는 분위기다.


당장 올해 안에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없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개발에 매진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개최된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감염 이후 면역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집단면역 수준이 올라가는지, 면역이 어느 정도까지 지속이 될지 등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어 완전히 봉쇄하거나 종식시키기는 어렵다"며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개발 중인 치료제와 백신은 당장은 장기화할 코로나19와의 싸움 후반기를 준비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 임상시험이 8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활발하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기존 약물에 대한 효과 입증 연구다. 미국과 중국, 한국 등에서 중증 코로나19 감염자를 치료하기 위해 쓰이는 기존 치료제는 에이즈(HIV)치료제인 칼레트라(사진·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성분)와 말라리아치료제인 클로로퀸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 임상시험이 8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활발하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기존 약물에 대한 효과 입증 연구다. 미국과 중국, 한국 등에서 중증 코로나19 감염자를 치료하기 위해 쓰이는 기존 치료제는 에이즈(HIV)치료제인 칼레트라(사진·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성분)와 말라리아치료제인 클로로퀸이다.

더 길게는 수 년에 걸쳐 출몰할지 모를 제2, 제3의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진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준 팀장은 “미국기업 이노비오나 모더나 등이 빠르게 백신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허가를 받아 임상을 시작할 수 있던 것은 수 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백신을 만들면서 백신 개발 ‘플랫폼’을 갖춘 덕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바늘구멍 같은 치료제, 백신 개발의 문을 향해 달리는 숱한 기업과 연구자들의 도전은 일견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바이러스와의 긴 경주 출발선에 선 인류가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임현석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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