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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원지 비난 받아도 건진 것 있다…바이러스 기초연구 속도내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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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원지 비난 받아도 건진 것 있다…바이러스 기초연구 속도내는 중국

2020.04.24 09:3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제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제공

전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환자 수가 260만 명이 넘어선 가운데, 중국이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동력이 되는 기초 바이러스 구조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의 가장 중요한 표적이 될 주요 효소나 단백질의 구조를 연거푸 가장 먼저, 상세히 밝힌 데다, 이를 억제해 바이러스를 막을 약물 후보까지 여럿 제안하고 나섰다. 시진핑 주석의 독려 아래 코로나19 관련한 연구에서 세계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이 웬하오 중국과학원 신약연구국가중점실험실 교수팀은 중국 나카이대, 난징대 의대 등과 공동으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단백질 분해효소의 구조를 활용해 이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를 두 개 발굴해 23일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메인 프로티에이스(Mpro)'라고 흔히 불리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약물을 두 개 설계해 제시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약 3만 개의 염기분자로 구성된 리보핵산(RNA)을 게놈으로 갖는 바이러스다. 인체 세포에 침투하면 게놈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오픈리딩프레임(ORF)1a’와 ‘ORF1b’라고 불리는 유전자를 이용해 긴 단백질 사슬을 만든다. 이 단백질은 16개의 작은 비구조단백질(nsp)로 쪼개져 바이러스의 증식을 이끄는데, 이 쪼개지는 과정을 주도하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Mpro다. 5번 비구조단백질(nsp5)이 이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X선 결정학을 이용해 단백질과 화합물의 결합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이 단백질에 결합해 활성을 떨어뜨리는 후보약물 두 개를 제시했다. ‘11a’와 ‘11b’로 이름 붙인 두 화합물은 독성이 낮고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Mpro를 억제할 후보약물을 찾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라오 지허 중국 칭화대 교수팀은 Mpro를 억제할 수 있는 가상의 약물을 컴퓨터로 설계한 뒤, 이 화합물과 결합한 Mpro의 구조를 자세히 분석했다. 그 뒤 1만 개의 기존 약물을 탐색해 Mpro를 잘 억제할 가능성이 있는 약물을 6개 추려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9일 ‘네이처’에 발표됐다. 


다음 날인 10일에는 가오 얀 중국 칭화대 의대 교수팀이 또다른 항바이러스제 표적인 바이러스 복제 및 전사효소(RdRp)의 구조를 극저온현미경을 이용해 상세히 밝혀 10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RdRp는 바이러스의 게놈을 복제하고,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한 중간 매개 유전물질인 전사체(또는 하위게놈)을 만드는 효소다. 비구조단백질 가운데 12번(nsp12)을 중심으로 nsp7과 nsp8이 결합한 복합체다(아래 그림). 워낙 바이러스 증식의 핵심 역할을 해 다양한 항바이러스제가 이 효소를 막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중국 연구팀이 10일 사이언스에 공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RNA 복제 및 전사효소 RdRp의 상세 구조다. 아래 알록달록한 부분이 비구조단백질(nsp)12이고, 위 회색이 nsp8, 보라색이 nsp7이다. 이들 복합체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증식시키는 핵심 공장 역할을 한다. 사이언스 제공
중국 연구팀이 10일 '사이언스'에 공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RNA 복제 및 전사효소 'RdRp'의 상세 구조다. 아래 알록달록한 부분이 비구조단백질(nsp)12이고, 위 회색이 nsp8, 보라색이 nsp7이다. 이들 복합체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증식시키는 핵심 공장 역할을 한다. 사이언스 제공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렘데시비르나 신종플루 치료제 파라피라비르, C현 간염 치료제 리바비린 등이 모두 이 효소를 노리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RdRp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새로운 치료제 설계에 기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연구팀의 연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19의 알려진 구조를 이용해 기존 약물 중에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대부분의 국내외 연구에 비해 훨씬 근본적인 연구다. 구조생물학과 분자생물학 등 전형적인 기초연구지만, 바로 이 기초연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게임체인저' 약물이나 백신, 진단법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가치를 가진다. 


중국은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국가로 지목받아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초기에 환자 발생 현황과 감염 특성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후베이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많은 환자를 발생시켰고, 이 때문에 주변국에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

 

하지만 이후 지역 봉쇄 등 공격적인 방역조치와 의료적 대응으로 지금은 사태를 진정시켰고, 지금은 앞선 기초과학 연구로 치료제나 백신 개발의 가능성을 높이고, 나아가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연구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낼 채비를 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시 주석이 지난달 30일 “병에 맞선 인류의 싸움에서 과학과 기술은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하는 등 과학기술을 강조하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사태 초기에는 임상 분야에서부터 두각을 보였다. 미국의 의학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미국의사협회지(JAMA), 영국의학저널(BMJ), 랜싯 등에 사태 초기에 발표된 현장 임상 사례의 상당수는 중국 내에서 중국 연구자가 수행한 임상연구 결과였다. 코로나19 감염 산모가 낳은 신생아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는 3월 말의 ‘랜싯 감염병’ 논문이나 3월 초 ‘랜싯’ 논문, 3월 15일 ‘소아과학의 프런티어’ 등이 모두 중국 연구팀에 의해 발표됐다.

 

코로나19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칼레트라(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의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 큰 효과가 없다는 보고가 나왔다. 그래프는 임상 증상 개선 정도를 표현한 것으로, 투약군이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다. NEJM 제공
코로나19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칼레트라(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의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 큰 효과가 없다는 보고가 나왔다. 그래프는 임상 증상 개선 정도를 표현한 것으로, 투약군이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다. NEJM 제공

199명의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 유망한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를 투약한 뒤 효과를 분석해 이 약이 기대보다 효과가 적었다고 밝힌 NEJM의 첫 임상시험 결과도 중국 연구팀이 수행했다(위 그래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가 제공하는 논문 검색 서비스 'KOAR'에서 COVID-19와 2019-nCoV, SARS-CoV-2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2020년 중국 기관 소속 연구자의 논문은 259개, 홍콩 소속 논문은 34개 검색된다. 반면 한국 기관 소속 연구자의 논문은 24편 검색된다. 눈에 띄는 종합 또는 의생명과학 학술지 수를 보면, 중국 연구자의 논문은 사이언스 7편, JAMA 8편, NEJM 5편 등에 게재됐다. 홍콩 연구자도 사이언스 2편, JAMA 1편, NEJM 2편을 발표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에서 사이언스에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논문은 19건, JAMA는 56건, NEJM은 46건이다. 사이언스의 경우 중국 기관 혼자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임상위원회, 각 병원 등에서의 노력으로 우수한 임상현장 데이터가 쌓이고 있고 일부 진단법을 개선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을 파헤치는 우수한 기초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과 장혜식 연구위원, 질병관리본부팀이 9일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셀’에 공개한 게놈 및 하위게놈 구조 연구 정도가 바이러스의 근본적인 특성을 새롭게 밝히고, 이를 통해 진단법을 개선하거나 치료제 후보물질이 될 표적을 발굴할 수 있는 기초 연구로 꼽힌다. 주요 의학학술지 중에는 NEJM에 김우주 고려대 교수가 짧은 기고문을 한 편 발표한 논문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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