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기고]미래의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들

통합검색

[기고]미래의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들

2020.05.07 18:10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실 연구팀장. 김승택 팀장 제공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실 연구팀장. 김승택 팀장 제공

지난해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는 결국 전세계를 휩쓴 대유행병으로 번졌다. 이와 견줄만한 사례는 약 100년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간 스페인 독감이 아닐까 한다. 스페인 독감은 당시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5억명 정도를 감염시켰으며 이 가운데 1700만~5000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라는 바이러스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2002-2003년 중국 광둥 지방에서 시작된 중증호흡기증후군(SARS·사스)사태를  낳은 코로나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간을 감염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가벼운 감기 정도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바이러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스에 이어 2012년 중동 지방을 중심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발생하고 이번 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전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심각한 존재로 떠올랐다.

 

당장은 현재의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보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등장할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비책을 하는 것은 과학자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또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실제로 5년전 일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단지 학술적인 관심사에 머물러 있었을 뿐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진 후속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각국에선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추진하고 있다. 방역과 관련해서 진단법의 개발이 매우 중요한데 다행히 한국은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에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인류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한다. 이미 국제적인 공조가 과거의 감염병 사태 때보다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백신의 경우 아무리 빨라도 18개월 내지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반면 치료제는 그보다 빨리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약물재창출 방법이다. 신약개발은 보통 10년 이상 걸리다보니 기존 방식으로 치료제 개발에 나서기는 어렵다. 그래서 원래 다른 용도로 사용 승인받은 약물 가운데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방법이 약물재창출 연구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연구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로 임상시험의 대부분이 사실상 약물재창출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약물재창출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약물들이 있다. 원래 말라리아 치료제로 알려진 클로로퀸, 에이즈바이러스(HIV) 치료제로 알려진 칼레트라,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시도된 렘데시비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장 선두 주자는 길리아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렘데시비르다. 비록 에볼라 치료제로서 개발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높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할 당시 임상1상 시험을 마치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안정성이 검증된데다 코로나19와 비슷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 마우스와 영장류를 대상으로한 실험에서도 항바이러스 효능을 확인한 유일한 약물이다. 현재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의 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판도가 많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코로나19에 대응하려면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할까. 그간 사례를 살펴보면 감염병이 발생하면 당시에는 많은 관심을 받고 뭔가 연구개발 지원이 있을 것처럼 얘기되지만 감염자가 더는 나타나지 않으면 금방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연구 지원마저도 끊기면서 잠재적 위협에 다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일이 늘 반복적으로 알어났다. 설마하는 안이함에 쉽게 사로잡히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런 안이함이 어느 정도 바뀌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감염병 여파가 보건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전세계의 경제를 뒤흔드는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기초 체력을 튼튼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특정 감염병이 발생할 때 해당 연구에만 자원이 집중되는 불균형을 지양하고 전반적으로 모든 감염병 연구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렘데시비르 사례처럼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세포 수준과 동물 실험에서 항바이러스 효능을 확인하고 최소 임상1상 시험정도를 끝내는 방식으로 향후 나타날 신종 바이러스에 대응해 즉각 임상2상과 3상에 돌입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쟁 전에 사전에 비축하는 전략물자로서의 약물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에이즈와 C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경험에서도 거듭 확인했다. 성공적인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증명된 바이러스의 단백질 분해 효소와 복제 효소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 후보군을 다수 확보해 코로나19와 유사한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도구들을 준비하는 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어떤 형태로 종식이 되든 향후 신종 감염병, 특히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은 점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전 세계적인 도시화의 진행으로 야생 동물과의 접촉 기회는 점점 잦아질 것이다. 교통 수단의 발달로 인해 감염병의 전파는 전세계에 순식간에 이뤄질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다. 감염병을 선제적으로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발생하는 순간 신속하게 통제할 수 있는 조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미래의 코로나19를 막는 중요한 투자가 될 것이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0 + 5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