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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안전한 사회를 책임지는 국가 연구개발 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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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안전한 사회를 책임지는 국가 연구개발 체계가 필요하다

2020.05.07 18:30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국내 신규 환자수가 처음 0명을 기록한 이후, 국내 지역사회 감염 신규 환자수는 0~1명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경제활동의 재개와 함께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기를 바란다. 방역당국의 노고와 일선 의료종사자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한다. 이 위기 극복의 과정에서 보인 성숙하고 단호한 국민들의 대응에도 경의를 표한다.


이 시점에 각계각층에서 코로나19 이후에 경제 사회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언론계와 학계, 그리고 필자가 직접 정책에 관여하며 만나는 과학기술계에서 진행되는 최근의 논의를 보면 본질과 우선순위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우선 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와 경제가 대변혁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코로나19가 우리의 경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에서 시작된 2008년 금융위기와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우리 경제 사회는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것이다. 따라서 본질적인 대변혁에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 말이 코로나19 이전의 우리 경제와 사회의 모습, 예를 들어 저성장이나 양극화를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코로나19는 이런 경제사회의 취약한 부분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본래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대응이 코로나19 긴급대응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 


두번째로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위기기회론이다. 국가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으며, K-바이오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졌으며, 원격진료와 원격교육의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다. 피상적으로 동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진단, 원격진료, 원격교육 등은 코로나19 이후의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주된 동력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이렇게 특정 기술과 시장에 집중투자하는 국가 정책이 시급하고 중요한 때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고 경제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소소한 먹거리 타령을 해선 안 된다. 지진 재해 뒤에 내진 보강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재난 때 잘 팔리는 상품에 주목하는 식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과 감염병 위기가 다시 다가왔을 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더 잘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과학기술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뉴딜’이라는 것도 본질과는 거리가 먼, 즉자적이며 일차원적인 발상이다. 감염병 대응과 관련된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하자는 취지는 매우 공감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미세먼지가 사회문제가 됐을 때 미세먼지 대응 연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정부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목표가 불분명하고 조직화되지 않았으며 책임소재가 없는 개별 연구과제들만 양산하는 구조 때문이다. 코로나 뉴딜 역시 접근 방법이 같기 때문에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먹을 만한 것이 없지만 포장이 크고 화려한 코로나19 종합선물세트가 된다. 그보다는 올 가을에 다시 찾아올지 모를 감염병 위기에 대비해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더 잘 보호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 순위일 것이다.


코로나19는 경제와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을 파고들어 붕괴시켰다. 이와 비슷하게, 코로나19는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의 취약점 또한 여실히 드러냈다. 오랫동안 산업적 응용이라는 단기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정책이 필요한 기초연구가 취약해졌다. 감염병 대응과 같은 공공분야 연구개발도 부실해졌다. 


특히 미세먼지, 독성물질, 재난재해, 감염병 대응 등의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강력한 콘트롤타워와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 그리고 문제해결 지향적이고 조직적인 프로젝트가 꼭 필요하지만, 이런 부분이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다. 


필자가 맡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이미 지난 2년간 미세먼지, 독성물질, 재난재해, 감염병 대응에 대한 정책안들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실행이 따르지 않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 연구개발이 소위 미래 먹거리라는 신기술과 신산업을 만들어 내는 시대는 지났다. 세상 어디에도 그런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전에 사라진 국가주도 산업화시대의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이제는 과감히 버릴 때다. 삼성의 연구개발 예산이 국가 전체 연구개발 예산과 맞먹는다.


먹거리보다 건강과 생명이 중요하다. 세금을 내는 국민은 국가사회의 주요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국가연구개발 정책을 만들어내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최소한 미세먼지와 감염병 대응이라도 소소한 연구과제들에 연구비를 나눠주고 나몰라라 하는 정책 대신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 과학기술 프로젝트를 당장 만들자. 포스트 코로나 뉴딜은 단기적 먹거리가 아닌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미래를 열어가는 전환적 혁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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