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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 미생물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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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 미생물의 발견

2020.05.14 17:25
전자주사현미경으로 3,140배 확대한 인간의 정자. 위키피디아 제공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3140배 확대한 인간의 정자. 위키피디아 제공

과학의 역사에서 16세기와 17세기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를 하나 꼽으라면 광학장비를 들 수 있다. 바로 망원경과 현미경이다. 망원경은 천체와 우주 등 과학의 연구대상들 중에서 가장 큰 (그러나 아주 멀리 있는) 것들을 보는 기구이고 현미경은 미생물 등 가장 작은 대상을 보는 기구이다. 둘 다 대상을 확대해서 보여준다는 점, 한 쌍의 렌즈가 필요하다는 점은 똑같다. 따라서 렌즈를 많이 다루는 곳이 망원경이나 현미경과 인연이 높을 것이다. 하필 그곳이 네덜란드의 안경업계였다. 망원경은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업자 한스 리퍼세이가 만들었다. 앞서 소개했듯이 망원경은 갈릴레오의 인생은 물론 과학의 역사를 바꾸었다. 


현미경은 그보다 조금 빠른 1590년 무렵 역시 네덜란드의 안경업자였던 한스 얀센과 그의 아들 차하리아스 얀센이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주로 차하리아스 얀센의 아들의 증언에 따른 것인데, 흥미롭게도 차하리아스 얀센의 출생연도가 1580년 또는 1585년 정도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차하리아스 얀센은 겨우 5세 또는 10세일 때 현미경을 만들었다는 얘기니까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차하리아스 얀센은 리퍼세이보다 더 빨리 망원경을 만들었는데 이를 리퍼세이가 빼앗아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리퍼세이가 최초의 망원경 발명자로 언급되는 이유는 그가 망원경에 대한 특허를 주장한 최초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특허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현미경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처음 들여다본 사람 중 한 명이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말피기(1628~1694)이다. 말피기가 태어난 해는 영국의 하비가 《해부학적 연구》를 출판한 해였다. 1660년, 말피기는 현미경으로 개구리의 허파를 관찰하던 중 허파의 폐포가 수많은 모세혈관으로 덮여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개구리의 다른 신체 말단에서도 비슷한 구조의 모세혈관을 발견했다. 모세혈관은 동맥과 정맥이 만나는 지점으로 이로써 하비가 규명하지 못한 혈액순환론의 중요한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지게 되었다.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간 피가 어떻게 해서 대정맥을 통해 우심방으로 들어오는지 그 세부사항을 하비는 알지 못했는데 모세혈관의 발견으로 이제 그 둘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말피기의 모세혈관 발견은 혈액순환론을 실험적으로 완성한 업적이라고 부를 만하다.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적혈구(좌)·혈소판(중)·백혈구(우). 위키피디아 제공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적혈구(좌)·혈소판(중)·백혈구(우). 위키피디아 제공

아울러 말피기는 혈액 속의 적혈구를 발견했다. 사실 말피기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말피기관과 말피기소체이다. 말피기가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학창시절 생물 시간에 한두 번은 들어본 이름이 말피기관과 말피기소체이다. 말피기관은 곤충류, 거미류, 다지류의 배설기관이다. 말피기 소체는 우리의 콩팥에 있는 소기관이다. 모세혈관이 공 모양으로 뭉쳐진 사구체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보먼 주머니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혈액 속의 노폐물이 걸러진다. 이렇게 걸러진 노폐물이 방광에 오줌으로 모인다. 이때 물, 포도당, 아미노산, 각종 이온 등도 함께 빠져나간다. 보먼 주머니는 세뇨관으로 연결되고 세뇨관 주변에는 다시 많은 모세혈관이 몰려있다. 여기서 필요한 성분들을 재흡수하고 노폐물이 다시 분비되는 과정이 일어난다. 사구체와 보먼 주머니를 합쳐서 말피기 소체 또는 신소체라 하고, 여기에 세뇨관까지 합쳐서 네프론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네프론은 콩팥의 가장 기본 단위이고 그 핵심이 말피기 소체이다. 콩팥 하나에 대략 백만 개의 네프론이 있다.

 

이탈리아의 말피가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바다 건너 영국에서 현미경으로 큰 성과를 남긴 사람이 로버트 훅(1635~1703)이다. 앞서 소개한 대로 로버트 훅은 역학, 천문 등 다방면에 걸쳐 참 많은 일을 했다. 스무 살 되던 1655년에 로버트 보일의 실험실 조수로 일했고 1676년에 용수철의 훅의 법칙을 발견했으며 이듬해부터 83년까지 왕립학회 간사장을 지냈다. 뉴턴의 《프린키피아(1687)》가 나오기 직전인 1686년에는 중력의 역제곱 법칙에 대한 자신의 우선권을 주장했다. 훅이 현미경으로 재미난 일을 벌인 것은 나이 서른인 1665년이었다. 훅은 현미경으로 사물을 관찰한 뒤 그 내용을 《마이크로그라피아》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마이크로그라피아》는 현미경을 이용해서 쓴 최초의 책이다. 훅이 현미경으로 관찰한 내용을 직접 그려 넣어 사실감을 더했다. 그림 수준도 뛰어나서 훅의 다재다능함이 이 책에 집약돼 있는 느낌이다. 《마이크로그라피아》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영어로 써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가장 독창적인 책”이라거나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는 찬사가 이어졌고 베스트셀러 과학책으로 등극했다.

 

마르첼로 말피기(1628~1694)와 로버트 훅(1635~1703)
마르첼로 말피기(1628~1694)와 로버트 훅(1635~1703)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장부터 18장까지는 바늘이나 면도날의 끝, 비단 같은 무생물을 다룬다. 예컨대 바늘 끝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그 끝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관찰해서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19장~31장에서는 식물을 다룬다. 이 부분의 하이라이트는 코르크 조각이었다. 훅은 코르크를 얇게 잘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았다. 훅이 본 것은 줄맞춰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조그만 방들이었다. 그 모습이 수도원의 작은 방들 또는 벌집의 조그만 구멍들과 비슷해 보였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셀(cell)’이었다. 훅은 세포를 발견했다.


훅이 발견한 것은 살아 있는 세포가 아니라 죽은 세포벽이었다. 지금 우리가 세포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훅이 현미경으로 봤던 세포는 좀 다른 셈이다. 훅에게 세포는 그냥 조그만 ‘방’이었다.


《마이크로그라피아》의 32장부터 56장까지는 동물을 그렸다. 파리의 눈, 다리, 이, 벼룩, 물고기 비늘 따위를 현미경으로 본 모습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57~60장에 걸쳐 거시적인 사물을 그렸다. 여기에는 달도 포함되는데, 달은 물론 현미경이 아니라 망원경으로 관찰했다. 지금도 우리는 화질 좋은 도감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평소 맨눈으로 보기 힘든 대상이면 더욱 그렇다. 훅은 현미경과 자신의 그림솜씨로 그 어디에도 없던 수준 높은 도감을 만든 것이다. 세포 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세포핵을 발견한 것은 훅보다 한참 뒤인 1831년 로버트 브라운에 의해서였다. 얼마지 않아 얀 에반젤리스타 푸르키네, 마티아스 야코프 슐라이덴, 테오도르 슈반 등에 의해 동물과 식물을 막론하고 생물을 구성하는 기본단위가 세포라는 세포설이 확립되기 시작했다. 또한 세포가 다른 곳에서 생겨나지 않고 원래의 세포가 분열하면서 새로운 세포가 생긴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로버트 훅이 《마이크로그라피아》로 엄청난 성과를 남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당대 현미경 관찰만을 두고 최고봉을 꼽으라면 단연 네덜란드의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1632~1723)일 것이다. 레이후엔훅은 말하자면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취미생활로 ‘현미경 덕질’을 심하게 했던 사람이었다. 10대에 포목점 점원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지내면서 자기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덕분에 자신의 개인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레이후엔훅은 손수 고배율의 현미경을 만들어 닥치는 대로 갖다 대고 들여다보았다. 손재주가 좋았던지 렌즈를 연마하고 현미경을 제작하는 기술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90세 넘게 천수를 누리는 동안 400여 대의 현미경을 직접 만들었다. 그러나 레이후엔훅이 단지 현미경을 잘 만들기만 했다면 역사책에 그 이름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레이후엔훅은 올챙이 꼬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중 모세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을 확인했고 이 혈액이 다시 심장 쪽으로 흐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하비의 혈액순환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다. 동물의 모세혈관과 그속을 흘러 다니는 혈액을 확인했으니 혈액 자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지 않아 결국엔 혈액 속의 적혈구도 발견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개구리나 물고기의 적혈구도 관찰해 포유류의 적혈구는 원형인 반면 개구리와 물고기의 적혈구는 타원형임을 알아냈다. 


 또한 레이후엔훅은 자신의 정액을 직접 현미경으로 관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액 속에서 열심히 헤엄치고 다니는 정자를 봤음은 물론이다. 

 

안톤 판 레이우엔훅 (1632~1723)은 자시의 정액을 직접 현미경으로 관찰한 것을 유명하다. 왼쪽은 그가 만든 현미경. 위키피디아 제공
안톤 판 레이우엔훅 (1632~1723). 오른쪽은 그가 만든 현미경. 위키피디아 제공

 

레이후엔훅의 가장 위대한 성과는 미생물을 발견한 것이다. 1670년대 어느 날 우연히 빗방울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깜짝 놀랐다. 맨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맹물일 뿐이었는데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그 속에 수많은 생명체가 꿈틀대고 있었다. 크기는 매우 작아서 벼룩보다 적혈구보다 훨씬 더 작았다. 고배율의 현미경이 아니면 확인할 수 없는 크기였다.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길쭉한 막대형, 원형, 타원형 등등이었고 움직이는 방식도 다양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미시세계는 하나의 또 다른 거대한 세상이었다. 레이후엔훅은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영국의 왕립학회에 서신으로 보냈다. 처음엔 왕립학회에서도 레이후엔훅의 발견을 믿지 못했다. 그러나 세포를 발견했던 로버트 훅이 직접 수차례 검증에 나서 레이후엔훅의 보고를 확인하기에 이른다. 
 
미생물(microbe)은 말 그대로 맨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생명체이다. 그러니까 미생물은 단지 인간 눈의 입장에서 잘 보이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기준으로만 분류한 기준이라 생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분류 카테고리는 전혀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나 인간보다 작은 생명체를 예컨대 ‘소생물’이라 정의한다면 그 속에는 개와 고양이에서부터 개구리, 파리, 물고기 등 수많은 생물종이 포함될 것이다. 


미생물의 대표주자는 세균과 바이러스이다. 흔히 이 둘을 서로 혼동하곤 하는데 전혀 다르다. 세균, 또는 박테리아(bacteria)는 스스로 생명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생물로 대개 단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에 비해 바이러스(virus)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단계 형태로서 일단 크기부터 세균보다 훨씬 더 작다. 그래서 구조가 단순하기 그지없다. 생물학적 정보를 담고 있는 DNA 또는 RNA와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 껍데기가 전부이다. 또한 스스로 생명현상을 유지할 수 없어 항상 숙주에 기생해서 살아간다. 바이러스는 너무 작아서 레이후엔훅의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었다.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것은 그보다 200여 년이 지난 19세기 말이었다. 


2020년을 휩쓸었던 코로나19 감염증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었다. 표면에 돌기가 방사형으로 나 있어 마치 왕관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corona'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전에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도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19. 마크로젠 제공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19. 마크로젠 제공

세균이 일으킨 질병 중에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역시 흑사병(페스트)이 으뜸이다. 병에 걸리면 혈소 침전으로 피부가 검게 변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흑사병은 여러 차례 전 세계를 휩쓸어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1/3 정도를 몰살시켰다. 이때 베네치아에서 외지로부터 들어오는 사람들을 40일(quaranta giorni) 동안 격리시켰는데 여기서 유래한 말이 영어 'quarantine(격리, 방역)'이다. 


 앞서 보았듯이 1666년 런던에 흑사병이 크게 창궐해 대학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뉴턴이 고향으로 내려가 위대한 발견의 토대를 쌓을 수 있었다. 흑사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페스트균(예르시니아 페스티스)이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의 피를 빨아먹던 벼룩이 사람을 물면 사람에게 감염된다. 따라서 쥐가 흑사병 전파의 중요한 매개체로 여겨졌으나, 그렇게 넓은 지역에 흑사병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레이후엔훅이 미생물을 발견한 17세기에는 미생물이 질병과 관련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19세기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와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에 이르러서야 특정 미생물이 특정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무기는 바로 현미경이었다. 

 

※참고자료

-Alan Chodos, Lens Crafters Circa 1590: Invention of the Microscope, APS News, March 2004 (Volume 13, Number 3); 
https://www.aps.org/publications/apsnews/200403/history.cfm.
-The Editors of Encyclopaedia Britannica, Robert Hooke, Encyclopædia Britannica, inc.,February 28, 2020;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Robert-Hooke.
-쑨이린, 《생물학의 역사》(송은진 옮김), 더숲.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7317&cid=59014&categoryId=59014
Merriam-Webster, quarantine,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quarantine.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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