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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사태 때 국가가 할 일은…" 전 복지부 부대변인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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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사태 때 국가가 할 일은…" 전 복지부 부대변인의 고백

2020.05.20 19:57
박기수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가 이달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박기수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가 이달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달 20일은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지 만 5년째 되는 날이다. 정부는 당시 메르스 확산 초기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공개하지 않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감염병 사태에서 정보공개가 감염병 예방은 물론 공포 확산 방지에 실제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박기수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이달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코로나 팬데믹, 한국의 대응과 과제' 포럼에서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에서 잘못한 점이 많았다”며 “당시에는 정보공개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몇 가지 문제를 놓쳤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 부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박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정보 공개는 감염병 예방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의 동선과 관련한 정보공개는 단순히 알 권리를 충족하는 역할 외에도 감염병 예방을 위해 피해야 할 장소를 실질적으로 알려주고 방문자 가족에게 전파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메르스 사태 당시 정보가 알려지지 않으면서 공포를 키웠다"며 “병원에서만 노출됐지만 당시 공포가 커지면서 실제 병원들의 수익이 줄고 중국 관광객 입국도 상당수 줄어든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응은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당시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한국의 메르스 대응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판 기사를 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네이처는 한국 정부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보건규칙(IHR)에도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시 한국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법을 정비하고 정보공개의 기반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따. 박 교수는 “감염병예방관리법 34조 2항에 정보공개 사항을 정확히 밝힌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2016년 법이 개정되며 정부가 환자의 동선공개와 정보 상황을 법에 따라 배포할 수 있게 됐다. 박 교수는 “그 이후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질병관리본부가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보건소 관계자 등 9500명이 매일 오전 정보를 받아 활용하고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했을 당시 환자 발생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변화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런 투명한 정보공개가 감염병을 막고 통제하는 대 비의료적인 조치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박 교수도 “메르스 당시는 정보공개가 늦어 일반 시민들이 할 일이 별로 없었다”며 “이번엔 초기부터 대응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의료진,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감염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물론 메르스 사태 때도 비록 시기는 늦었으나 정보공개가 이뤄졌고 결국 감염병 확산 속도를 떨어트리는 역할을 했다. 박 교수는 노진원 단국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와 함께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가 노출된 병원명을 시민에게 공개한 것이 병원 이용률을 최대 50%까지 떨어트리며 추가감염 방지에 기여했다는 연구결과를 올해 1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 및 공중보건’에 발표했다.

 

박 교수는 최근 들어 정보공개의 범위가 일부 후퇴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정보공개가 후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실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데 걱정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정보공개 정도가 다른 점도 방역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박 교수는 “지역에 따라 동선의 정확한 상호명을 알려주지만 동 정도만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며 "정보공개를 어디까지 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정답이 없고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완치된 환자들의 정보이 좀더 널리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퇴원자가 자랑스럽게 셀카를 남기면서 간호사와 악수를 하며 당당하게 나오곤 한다”며 “반면 한국은 인터뷰에서 얼굴을 가린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서 환자의 인터뷰를 봤는데 환자의 경험은 중요한 정보”라며 “문화적 상황은 다르나 정보공개가 역학적 정보뿐 아니라 환자들이 어떤 치료를 받고 완치돼 나가는지 아우르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람들은 실제 위험 대신 자신이 지각한 위험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성향을 보인다”며 “실제 위험과 지각하는 위험 사이 차이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정보를 잘 전달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정보를 주고국민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며 “그게 국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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