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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똑같이 힘든 상황에서도 잘 극복하는 사람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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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똑같이 힘든 상황에서도 잘 극복하는 사람의 공통점

2020.05.23 06:00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우연한 기회에 카약을 배운 적이 있었다. 빠르게 노를 저어서 나아갈 생각에 신나하고 있었는데 첫 교육 내용은 속도 내기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의외로 ‘물에 잘 빠지는 법’이었다. 카약이 뒤집어질 것 같을때 우선 당황하지 말고, 또 빠지지 않으려고 버티지 말고 그냥 몸을 던져 물에 깊게 입수했다가 여유롭게 천천히 빠져나오라는 것이었다. 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무려 바다로 첫 실전을 나가게 되었다. 바다라는 환경은 연습 때 썼던 따듯하고 잔잔한 수영장 물과는 완전히 달랐다. 조금만 멀리 나가도 파도가 넘실거렸고 물은 차가웠다. 반사적으로 어떻게든 배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어떻게든 빠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아직 만나지도 않은 거친 물살을 만나게 될까봐 아예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시작도 못해보고 이대로 집에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조금씩 노를 젓기 시작했고 조금 가다가 카약이 뒤집히고 또 조금 가다가 빠지고 물 먹는 일을 반복하면서 교육때 배웠던 ‘물에 잘 빠지는 법’에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팁은 크게 세 가지였다.

 

① 물에 빠지길 두려워하지 말 것

② 어차피 빠질 거라면 버티지 말고 빨리, 원하는 자세로(이후에 올라오기 쉽게) 물에 빠질 것

③ 장애물이 없는 표면을 확인하고 천천히 올라올 것

똑같이 물에 빠지더라도 처음 타는 카약에서 반드시 여러번 물에 빠질 것임을 예상하고, 물에 빠질 것을 거부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빠지면 분명 쉽게 올라올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온 힘을 다해 빠지길 거부하고 아둥바둥해야 배를 잘 탈 것만 같았는데 그럴수록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실력이 늘지 않고 빠졌을 때에도 크게 당황해서 사고가 나곤 하는 것이었다.

심리학에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말하는 개념이 있다. 똑같이 힘든 일을 겪은 후에도 어떤 사람은 비교적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되려 그 어려움을 자산으로 삼아 나아가는 반면 그러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이렇게 늘어졌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고무줄처럼 삶의 사건들에 의해 원형이 크게 뒤틀리지 않는 힘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흔히 회복탄력성이 좋으면 아예 나쁜 일을 겪지 않는다든가, 충격을 잘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도 살면서 다양한 나쁜 일들을 겪고 그로 인해 다양한 충격을 받는다. 다만 충격을 받았을 때의 마음가짐이나 태도, 대처법이 달라서 이후에 허둥대지 않고 찬찬히 원상태로 돌아온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그 비법은 앞서 말한 물에 잘 빠지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살다보면 언제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파도(=어려움)가 밀려와 물에 빠질 수 있음(=실패)을 알고 파도가 밀려와도 크게 놀라지 않는 것, 어차피 물에 빠지게 생겼다면 끝까지 빠지길 거부하거나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가장 충격이 덜 할 것 같은 준비 자세를 취하는 것, 물에 빠졌다고 해서 이걸로 내 인생은 끝이라거나 이대로 계속 물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기회를 봐서 천천히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이 그것들이다. 결국 실패와 좌절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이들을 담담하게 잘 받아들이는 것이 회복탄력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패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면 삶에서 크게 배우는 게 없는 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의사들의 경우 가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여러 번의 시도에서 자신의 실패에 관심을 가졌던 의사들이 그러지 않고 자신의 치료방식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신의 성공에만 집중했던 의사들보다 이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연구가 있었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발전도 없다는 것이다. 삶은 원래 쉽지 않고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며 그로 인한 충격도 받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하지만 여전히 이 충격에 잘 빠지는/잘 헤어나오는 법은 얼마든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만큼 우리 삶은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참고자료 
Downar, J., Bhatt, M., & Montague, P. R. (2011). Neural correlates of effective learning in experienced medical decision-makers. PLoS One, 6, e27768.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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