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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현생인류-네안데르탈인 '문화 교류' 근거 제시한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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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현생인류-네안데르탈인 '문화 교류' 근거 제시한 장신구

2020.05.23 09:00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이번 주 ‘네이처’ 표지에는 유럽에서 발굴된 오래된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장신구 유물 사진이 차지했다. 불가리아 베이초 키로 동굴에서 발굴된 목걸이로 동굴곰의 이빨을 가공해 만들었다. 연대는 최대 4만 6000년 전으로 추정됐다. 유럽에서 발굴된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 작품으로, 유럽에 현생인류가 기존 추정보다 수천 년 먼저 진출했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기존에 유럽에 거주하던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문화적으로 교류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발견이다.

 

장자크 휴블린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장팀은 불가리아 국립고고학박물관, 미국 뉴욕대팀과 공동으로 2015년 불가리아 베이초 키로 동굴에서 발굴된 고인류 화석과 유적을 재연구해 인류가 약 4만 3000~4만 6000년 전에 유럽으로 확산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및 ‘네이처 생태진화’ 온라인판 12일자에 두 편의 논문으로 먼저 발표된 뒤 21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현생인류는 약 3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뒤 8만~11만 년 전 사이에 아라비아 반도를 통해 아프리카 밖으로 이동한 뒤 서쪽으로는 아시아 대륙으로, 동쪽으로는 유럽으로 퍼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중국 등 아시아에서 이 연대보다 이른 화석과 유물이 일부 발견돼, 최소한 일부 인류가 보다 일찍 유라시아에 확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유럽은 혹독한 환경 탓에 상대적으로 확산이 늦어 약 4만 년 전 이후부터 서서히 현생인류가 퍼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베이초 키로 동굴 맨 아래 지층 부근에서 수천 개의 동물뼈와 일곱 구의 인류 뼈 및 치아 화석, 석기, 뼈를 이용해 만든 도구와 장신구를 발굴했다. 치아 형태를 통해 종을 식별하는 한편, 물질의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질량분석기술을 이용해 뼈의 콜라겐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을 복원하고 화석 속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한 뒤 해독해 종을 파악했다. 방사성탄소동위원소 측정법으로 지층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화석의 생존 연대까지 측정했다. 그 결과 화석의 주인공이 기존 추정보다 최소 수천 년 앞선 약 4만3650~4만6940년 전에 살던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라는 사실을 밝혔다. 

 

 

불가리아 베이초 키로 동굴에서 발굴된 석기다. 1~3, 5~7은 날카롭게 끝을 벼린 돌칼 및 그 조각이고, 8은 가장 긴 돌칼이다. 4는 뼈로 만든 것과 비슷한 장신구로 사암을 깎아 만들었다.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제공
불가리아 베이초 키로 동굴에서 발굴된 석기다. 1~3, 5~7은 날카롭게 끝을 벼린 돌칼 및 그 조각이고, 8은 가장 긴 돌칼이다. 4는 뼈로 만든 것과 비슷한 장신구로 사암을 깎아 만들었다.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제공

이 같은 결과는 유럽 땅에 현생인류가 생각보다 일찍 진출했다는 사실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유럽 고고학의 난제 하나를 해결할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고학에서는 현생인류 이전에 유럽 땅에 거주하던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고고학 유물을 ‘중기 구석기’ 유물로 분류하고 현생인류의 유물을 ‘후기 구석기’ 유물로 규정해 왔다. 후기 구석기에는 예술적 요소 등이 발견돼 유럽 고고학에서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의 인지 능력 차이에 기반한 ‘혁명’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었다.

 

이상희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이상희의 인류진화’에서 “그런데 후기 구석기의 기원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라며 “현생인류가 유럽에 들어오면서 후기 구석기를 가지고 왔다는 주장과 네안데르탈인이 자생적으로 후기 구석기 요소를 개발하고 현생인류로 진화했다는 이론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논쟁은 스페인 생 세제르 유적에서 네아데르탈인 화석과 초기 후기 구석기가 발견되며 전환기(초기 후기 구석기)의 주인공이 네안데르탈인으로 밝혀졌는데, 이번 발견이 이를 뒤집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발견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의 문화 교류 흔적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연구된 개인 장식품 유물 중 가죽 옷을 만드는 뼈 도구는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먼저 발견된 문화 행위”라며 “화석 중 치아 화석에서도 일부는 네안데르탈인의 형질도 발견됐다. 두 인류 사이의 혼합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 역시 “네안데르탈인 유적지에서 발굴한 작품과 비슷한 것은 이 두 집단 사이의 교류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크리스 스트링거 영국 자연사박물관 교수는 논문 온라인 공개 직후인 12일 트위터에 발표한 논평에서 “네안데르탈은 4만5000년 전 이전에도 독수리 발톱이나 조개 등을 이용해 장신구를 만들었다”며 ”반드시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에게 전파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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