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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형 바이오 혁신클러스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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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형 바이오 혁신클러스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0.06.04 17:00
보스턴-케임브리지 바이오클러스터 전경
보스턴-케임브리지 바이오클러스터 전경. MIT 제공

매년 11월 중순이면 산란을 위해 커다란 연어가 떼 지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생애 대부분인 3~5년간 살던 바다를 떠나 다시 민물로 들어서는 것은 연어에겐 큰 고통이고 도전일 것이다. 곳곳에 도사린 천적과 장애물을 피해 강 상류의 산란지에 도달하면 거의 초주검이 된다. 그래도 연어는 바다에서 알을 낳지 않는다. 앞으로도 연어는 고통스러운 숙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매년 어김없이 강을 힘차게 거슬러 오를 것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최근 대한민국의 내일을 이끌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제약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크고 작은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  셀트리온과 같은 뛰어난 기량의 바이오기업들이 여럿 출현하면서 한국의 바이오 헬스 분야는 최근 매우 역동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는 국내에서도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내며 국민에게 걱정을 더 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한국의 우수한 진단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K-바이오(한국형 바이오)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데는 지속해서 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늘려온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본다. 또 우수한 인재가 지속적으로 바이오 분야에 공급되면서 가능한 결과로 보인다. 

 

바이오 클러스터가 메가시티에서 성장하는 이유

 

바이오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높은 정책적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립보건원(NIH)은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기초연구를 실용화하는 중개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63개나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DC, 애틀란타 등 여러 도시에서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도쿄와 싱가포르, 독일 베를린과 뮌헨,  프랑스 파리와 영국 옥스퍼드 등 세계적인 도시에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또 자연 발생적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전통적 연구개발(R&D) 특구인 옥스퍼드와 남동 잉글랜드, 케임브리지 바이오단지를 잇는 `골든트라이앵글`을 제외하고는 앞서 언급한 도시들은 통근가능한 인구가 500만 명 이상인 메가시티에 자리하고 있다. 

 

메가시티에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이유는 바이오헬스 산업 생태계의 특수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일부 바이오 대기업은 대량생산에 기반하고 있지만 대다수 바이오기업은 연구개발(R&D)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미국 보스턴의 모더나는 R&D 전문회사로서 주식 가치가 35조원에 이르고 2010년에 창립한 후 10년간 벌어들인 수익이 약 3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회사는 아직 어떤 제품도 실제로 판매한 적이 없다. 끊임없는 R&D를 통해 기술을 발굴하고 머크 같은 글로벌 기업에 기술을 판매하거나 선급금이나 투자금을 받아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해외 유명 바이오기업들은 이렇듯 기술을 발굴해서 수익을 올리거나, 아예 기술을 전문으로 발굴해 판매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바이오기업의 창업과 초기 단계 성장을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함께 할 병원과의 연계를 근접거리에서 지원하는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또 연구를 수행할 고급 인재가 충분히 공급되는 환경도 뒤따라야 한다. 바이오기업의 성장경로가 다양해지도록 기업 인수 합병(M&A)이 이뤄지고 투자와 기업 전문가가 함께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기업이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가 이들 요건을 두루 갖춘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옥스퍼드를 중심으로 하는 골든트라이앵글 클러스터는 중소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고급 인력의 공급능력과 병원 연계성, 기술지원 역량, 투자 등 모든 면에서 메가시티 이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이오 경제 조기 실현을 위한 메가시티형 바이오 클러스터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신속진단 키트 등 일부 분야에서 지명도를 얻고 있고, 최근 눈에 띄는 성과도 창출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한계가 많다. 엄청난 예산을 들인 지방의 바이오 첨단복합단지만 해도 활용도가 예상보다 저조하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바이오 창업기업도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링에 올라 경기를 뛸 수 있는 선수가 애초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경쟁력 있는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기업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한계는 극복하기 어렵다. 문제는 안타깝지만 혁신 기술 기반의 대규모 창업이 지방 클러스터에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바이오기업 1000개를 창업하려면 석∙박사급 바이오 전문가가 최소 2만5000명이 필요하지만 이 정도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란 쉽지 않다.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혁신 기술이 제공되고 연구역량이 탁월한 병원도 함께 해야 한다. 투자와 창업 전문가들도 있어야 한다. 바이오 창업기업과 성장 기업을 대규모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요건을 두루 갖춘 메가시티형 바이오 클러스터 모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대전 대덕과 경기도 판교, 서울 마곡, 원주 클러스터가 거둔 그간의 성과와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클러스터 역시 바이오 전문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충북 오송과 대구 첨단복합단지도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지역 바이오 클러스터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이들 인프라를 활용하는 바이오기업이 많이 등장하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성장해야 한다. 대규모 창업이 일어나지 않고 기업이 성장하지 않고서는 지역 바이오 클러스터의 활성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메가시티형 바이오 클러스터 활성화는 바이오 경제를 조기 실현해 수도권과 지역을 모두 살리는 현실적인 대책이자 전략이다. 메가시티형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이 지역의 기업 수요를 빨아들여 지역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논리는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의견이다. 

 

바이오 경제로의 실질적이면서 발 빠른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1차로 고급 인재 공급이 원활하고 병원과 연구소·대학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메가시티에 대규모 창업 특구를 조속히 구축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연구자들이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의 홍릉과 창동 지역의 메가시티형 바이오밸리 조성 사업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그다음으로는 판교처럼 바이오기업 성장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춘 수도권의 다른 지역을 묶는 벨트를 안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대구와 대전,  충북 오송, 강원 원주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정책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1~3차에 걸친 'K-바이오 벨트'가 단단하게 형성되면 한국은 비로소 바이오 경제로 거듭나는 단단한 토대에 서 있게 될 것이다.  

 

연어는 왜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무릅쓰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일까. 연어 알이 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를 다시금 돌이켜 볼 때이다.

 

석현광 KIST 의공학연구소장
석현광 KIST 의공학연구소장

 

※필자소개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공학연구소장.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금속공학으로 석박사를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근무하고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교수와 KIST 스쿨 대표교수, 과학기술자문회의 사회소위원장을 지냈다. 2014년 한국공학한림원이 주는 젊은 공학인상, 2017년 대통령 과학기술 포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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