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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안 잡혀도 실망 마세요...실력 아닌 기후 탓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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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안 잡혀도 실망 마세요...실력 아닌 기후 탓이랍니다

2020.06.01 06:00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낚시에 실패한 배우 유해진은 남해안 어류자원도 포스터를 보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짓는다. tvN 제공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낚시에 실패한 배우 유해진은 남해안 어류자원도 포스터를 보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짓는다. tvN 제공

최근 tvN 예능프로 ‘삼시세끼' 어촌편5가 매회 1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요 출연자인 배우 유해진은 만능이다. 무인도에서 불을 피울 때 필요한 낡은 풍로도 뚝딱 고치고 배를 몰아 섬 주변을 누빈다. 하지만 끼니를 해결할 낚시만큼은 유독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선창가 창고 벽에 걸려있는 ‘남해안 어류자원도’를 보며 "어류자원이 이렇게 많다는데"라며 아쉬움을 달래지만 매번 빈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해진의 낚시 실력과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방송에 등장하는 어류자원도에 이름을 올린 어류들 가운데 상당수가 남해안에서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의 어류자원이 변화하면서다. 삼시세끼의 촬영 장소인 전남 완도군 노화읍 죽굴도도 예외는 아니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관은 이런 연근해 어획분포와 기후변화에 따른 자원변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다. 김 연구관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한국을 통과하는 쿠로시오 난류의 유속과 유입량이 커졌고 저층 냉수가 남쪽으로 밀리면서 어종이 바뀌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보자면 난류성 어류의 북방 한계가 더욱 올라가고 있으며 한류성 어류의 남방 한계는 더욱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어류가 예전보다 더 높은 위도에서 잡히고, 찬 바닷물에서 사는 어류가 종전보다 낮은 위도에서 잡한다는 뜻이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생물은 선호하는 온도 대역이 있다. 평균기온이 바뀌면 원래 서식하던 곳과 비슷한 온도를 지닌 지역을 찾아 이동한다. 남해안 어류들도 이런 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생물 중에서는 특히 해양생물이 육지생물보다 이동이 잦다. 조나단 르노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팀은 지난달 25일 선호하는 온도 대역의 서식지를 찾기 위해 해양생물이 육지생물보다 약 6배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공개했다. ‘바이오시프트’라는 문헌 조사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온 258개 논문에서 확인된 생물 1만2415종의 서식지 이동 데이터 3만534건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해양생물이 육지생물보다 훨씬 더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동과정이 육지생물보다 인간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제작한 남해안 어류자원도 포스터.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이 제작한 남해안 어류자원도 포스터.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실제로 한반도 주변 바다는 전세계적으로도 표층수온 상승 정도가 높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6월 통계청이 발표한 ‘기온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17년까지 50년 간 한국 연근해역 표층수온은 약 1.12도가 올라갔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은 약 0.52도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한반도 주변 바닷물의 온도 상승이 전세계 평균보다 2배나 높은 셈이다. 동해 수온은 50년 전에 비해 1.7도, 남해는 1.4도, 서해는 0.3도 올라갔다.

 

주요 어종에도 변화가 생겼다. 1990년 이후 연근해 해역의 어획량은 고등어류, 멸치, 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증가했다. 삼시세끼에 등장하는 어류자원도에 등록된 난류성 어종인 망치고등어 어획량은 2010년 5203t에서 2017년 1만1390t으로 늘었다. 어류자원도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난류성 어종인 참다랑어의 어획량도 크게 늘고 있다. 

 

유해진은 삼시세끼에서 바다에 나갔다가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실제 남해 어획량은 과거보다 크게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바다에서 어류 등을 그물이나 낚시로 잡는 일반해면어업의 지난해 생산량은 2006년보다 7만1615t 감소한 41만527t에 머문다. 약 15% 줄어든 셈이다. 2018년과 비교해도 1년새 약 7%가 줄었다. 그만큼 낚을 물고기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정석근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교수는 “한국 연근해의 어종들은 지금 급격히 바뀌고 있다"며 지적했다. 대구와 청어를 포함해 남해 어류자원도에 있는 참치가 늘고 있는 반면 같은 도록에 있던 방어는 줄고 있다. 남해에서 잡히는 어류는 아니지만 정어리와 말쥐치는 한반도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사라진 어종 가운데는 꽁치나 도루묵처럼 서민의 식탁에 자주 오르던 한류성 어종이 많다. 명태는 전멸직전이다. 1970년 1만3418t이 잡히던 명태가 2017년에는 1t으로 급감했다. 남해안에 자주 보이던 참조기 어획량도 줄었다. 1970년 2만239t이던 참조기 어획량이 같은 기간 1만8321t으로 떨어졌다.

 

출연자들이 통발을 이용해 잡은 문어도 줄고 있다. 문어는 수온 변화에 민감해 최근 어획량이 급감했다. 지난 2010년 1만813t이 잡히던 문어는 지난해 9808t이 잡혔다. 현재는 바닷가 어디서나 쉽게 채집할 수 있어 출연진이 음식 재료로 자주 애용하는 거북손도 언제 사라질 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토니 리차드슨 호주 퀸즐랜드대 수학과 교수팀은 이번 세기말 바다 속 기후변화 속도가 지금보다 11배 빨라져 해양생물 약 2만종 가량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지난달 25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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