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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삶이 힘들어도 타인에 너그러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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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삶이 힘들어도 타인에 너그러운 사람들

2020.05.30 06:10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안타깝게도 알 수 없는 발열과 발진 등으로 몇달 째 고생중인 친구가 있다. 다양한 테스트를 해봤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한다. 병원에 가기 어려운 시기인만큼 치료도 수월하게 받지 못해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길게 통화를 했는데 측은한 마음이 들어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많이 힘들지 않냐고, 참 고생이 많다고 위로를 전했다. 친구는 고맙다고 하면서도 사실 생각보다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는 것도 힘든데, 매일 같이 병원을 오가고 정기적으로 다양한 검사를 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 또 의료진들이 얼마나 힘들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고 했다.

 

본인뿐만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이 더한 고통을 견뎌내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하다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겉으로 평범해보이는 사람들 모두 다양한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에 겸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힘든 인생 속에서 특히나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부디 평안해지기를 바란다며 나에게도 응원의 말을 전해주었다. 


참 성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보편적 인간성(common humanity)'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보편적 인간성이란 힘든 일이 닥칠 때 세상에서 나만 제일 힘들다는 억울함과 고립감을 느끼기보다, 나를 포함해서 인간은 누구나 나약하고 불완전하며 다들 생노병사의 고통,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통, 불확실성에서 오는 고통, 존재론적 불안감 등 다양한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따라서 힘들 때일수록 함께 고통을 겪고 있을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고립감보다는 연대감을 느끼고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타인을 향한 따듯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공감’과도 비슷한 면이 있지만 흔히 공감은 특정 대상의 감정을 내 감정인 것처럼 느끼는 과정을 말하는 반면 보편적 인간성은 자신을 포함,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와 삶의 어려움을 철저히 인정하고 인류 전반을 굽어살피는 마음에 가깝다. 감정보다는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고의 틀 또는 태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일반적으로 공감은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대상에 한정해서 그 사람에게 유익한 행동을 불러오는 편이다(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불행에 함께 울며 함께 그 사람의 적을  공격한다든가, 간혹 범죄의 가해자의 감정에 이입해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반면 보편적 인간성은 대상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기보다는 모든 인간을 향해 ‘산다는 건 원래 힘든 것’, ‘눈 앞에서 웃고 있는 사람도 실은 나름의 고통을 안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는 것, 또 타인의 부족함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 같은 너그러운 마음을 품는 것과 관련을 보인다. 이는 많은 종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특히 삶이 힘들 때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사람들은 자기연민에 빠져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고통을 더하는 편이다. 하지만 보편적 인간성이 높은 사람들은 똑같이 부족함이 많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자신에게도 또 타인에게도 너그러운 태도를 취하며 좀더 평안한 마음으로 힘듦을 잘 극복해낸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친구를 보며 역시 힘들 때일수록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너그럽고 따듯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전쟁인데, 이 전쟁터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대단함을 떠올렸다.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자책하고 있더라도, 마음 속에는 수많은 걱정과 근심을 지고 있는 당신 또한 오늘 하루라는 전쟁 속에서 잘 버텨낸 것이다. 이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안다. 


우선 이 어려운 인생을 어떤 식으로라든 살고 있는 모두에게 박수와 존경을 보내고 싶다. 처음으로 재택근무라는 걸 하고 사이버 학교생활 등을 하고 있는 우리들, 여전히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고 계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지면으로는 박수를 전하기 어려우므로 잠시 멈춰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주시면 좋겠다. 


나와 여러분들이 모두 이 어려운 시간 동안 너무 지치지 않길, 안전하길, 힘들 때 기댈 사람이 있길, 조금이나마 즐거움과 평안함을 가질 수 있길 바래본다.

 

※참고자료

-Leary, M. R., Tate, E. B., Adams, C. E., Batts Allen, A., & Hancock, J. (2007). Self-compassion and reactions to unpleasant self-relevant events: The implications of treating oneself kindl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887-904. 
-Neff, K. (2003). Self-compassion: An alternative conceptualization of a healthy attitude toward oneself. Self and Identity, 2, 85–101.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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