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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과 인류사]16세기 멕시코로 건너간 아프리카인의 고단했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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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과 인류사]16세기 멕시코로 건너간 아프리카인의 고단했던 삶

2020.06.01 18:04
16세기 아프리카에서 멕시코로 온 첫 아프리카 노예들의 고단했던 삶을 인류학과 유전체학을 이용해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억눌린 사람들의 일상을 복원하는 역사 연구에 과학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16세기 아프리카에서 멕시코로 온 첫 아프리카 노예들의 고단했던 삶을 인류학과 유전체학을 이용해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억눌린 사람들의 일상을 복원하는 역사 연구에 과학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역사가와 생명과학자가 만나 옛 인류의 게놈을 분석하는 연구는 인류집단의 이동 과정 등 거시적인 역사를 밝히는 데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마치 법의학자처럼 개인의 삶을 정밀하게 분석해 오래 잊혀져 온 비극적인 역사를 되살리기도 한다. 이런 연구는 한 개인의 삶을 재조명할 뿐만 아니라, 개인을 통해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요하네스 크라우스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 고고유전학센터장팀은 아프리카에서 멕시코로 강제 이송된 첫 노예들의 고단했던 일생을 복원한 연구 결과가 4월 30일 '커런트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멕시코시티 산호세병원의 공동묘지에서 발굴한 세 구의 아프리카계 노예 유골을 분석하고 시료를 채취해 게놈을 해독했다. 

 

먼저 이들의 출신지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치아에서는 손상된 앞니 윗부분을 메운 흔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서아프리카에서 지금도 관찰되는 치료행위”라고 말했다. 이들이 서아프리카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는 이들이 사하라사막 이남인 남아프리카 또는 서아프리카 출신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Y 염색체 분석 연구 결과와도 일치했다.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이들이 멕시코 외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도 밝혔다. 아프리카에 살다가 생전에 중미로 강제 이송됐다는 뜻이다.

 

이어 생전의 신체 특성을 파악했다. 뼈를 분석한 결과, 상체에 전에 없던 근육이 인위적으로 발달한 흔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것을 심한 노동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총상 흔적이 다리와 머리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총상 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대충 상처를 봉합하고 살아남아 계속 노역에 동원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심한 감염병에 고생한 흔적도 나타났다. 뼈에 남은 미생물 게놈을 해독한 결과, 아프리카에서 B형 간염이나 인도마나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병은 당시 아메리카대륙에 없던 병이다. 유골의 주인공들은 병을 지닌 채로 이역만리에 강제로 끌려와 삶과 죽음을 오가는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던 것이다.

 

연구팀의 티세아스 람니디스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여러 분야 전문가가 모인 이런 연구를 통해 앞으로는 과거사 연구가 더욱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역사적으로 억압 받았던 인류의 이야기를 더 발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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