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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과 인류사]"한국인 주류, 남중국-동남아인의 복잡한 혼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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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과 인류사]"한국인 주류, 남중국-동남아인의 복잡한 혼혈"

2020.06.03 10:50
박종화 UNIST 교수팀이 한국인이 형성된 유전적 과정을 현대인 및 고대인 게놈 연구를 통해 새롭게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수만 년 전부터 북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던 동남아시아 유래 인류(선남방계)의 일부인 악마문동굴 신석기인이, 약 5000~4000년 전 남중국에서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 등지로 퍼져나간 새로운 인류(후남방계)와 만나 한국인의 조상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체적인 인구집단의 이동 및 혼합 과정은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화 교수 제공
박종화 UNIST 교수팀이 한국인이 형성된 유전적 과정을 현대인 및 고대인 게놈 연구를 통해 새롭게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수만 년 전부터 북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던 동남아시아 유래 인류(선남방계)의 일부인 악마문동굴 신석기인이, 약 5000~4000년 전 남중국에서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 등지로 퍼져나간 새로운 인류(후남방계)와 만나 한국인의 조상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체적인 인구집단의 이동 및 혼합 과정은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화 교수 제공

현재의 한국인이 지난 4만 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동해 온 남중국 및 동남아시아 인구집단이 복잡하게 뒤섞여 형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해 북아시아에 퍼져 살던 극동아시아 인류와, 약 5000년 전 새롭게 남중국에서 유래한 인류가 만나 한국인의 조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세계 현대인 158명과 고대인 115명의 게놈 해독 결과를 분석한 결과다. 한 때 널리 유행했던 ‘북방계(중앙아시아인)’ 및 ‘남방계(중국 남부인)’ 인구집단이 혼합돼 지금의 한국인이 형성됐다는 가설은 틀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아시아 대륙 전체의 구체적인 인류 이동을 밝히기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 후속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교수와 김정은, 전성원 연구원팀은 게놈연구재단과 클리노믹스와 공동으로 전세계 158명의 현대인과 115명의 고대인 게놈을 분석해 지난 4만 년 동안 발생한 유전자 혼합 과정을 재구성했다. 그 결과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해 석기시대에 시베리아 등 북아시아지역까지 널리 퍼져 있던 북아시아인 인구집단(선남방계)과, 약 3500년 전 남중국에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로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한 새로운 인류집단(후남방계)이 혼합돼 현재의 한국인이 형성됐다고 2일 주장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게놈생물학 및 진화’ 5월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88명의 한국인 참조표준 변이체(KoVariome) 정보와, 중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 북아시아인 등 91명의 현대 아시아인 게놈 해독 정보를 수집했다. 한국인은 6명이 포함됐다. 그여기에 수만 년 전 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 유라시아 고대인 게놈을 해독, 분석한 기존 논문 14편의 게놈 데이터와 동아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의 추가 게놈 해독 데이터 등 총 115개의 고대인 게놈 데이터를 확보해 유전적 특징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현대 한국인 게놈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악마문동굴’에서 발굴된 8000년 전 북아시아 신석기인과, 3500년 전 철기시대에 지금의 캄보디아에 살았던 '밧콤노우인'의 게놈을 융합한 결과와 가장 비슷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르면 북아시아에는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한 북아시아인이 퍼져 살고 있었고 악마문동굴 신석기인도 그 중 하나다. 이후 약 5000~4000년 전 신기술로 무장한 중국 남부의 새로운 고대 인류집단(후남방계)이 베트남과 티베트, 북중국, 한반도 등 방향으로 팽창하며 이들과 만나 혼혈이 됐다. 이들이 확산해 한반도 쪽으로 유입된 것이 오늘날의 한국인의 조상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주로 남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한 인류집단이 여러 차례에 걸쳐 혼합돼 한국인이 형성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악마문동굴 신석기인은 두만강 북쪽의 러시아 극동지역 악마문동굴에서 발견된 8000년 전 여성이다. 박 교수는 "오래 전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해 북아시아에 퍼진 선남방계 인류의 후손 일부"라고 설명했다. 2017년 박 교수팀이 최초로 게놈을 해독해 유전적 특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악마문동굴 신석기인 외에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야쿠트인이나 시베리아 동쪽 끝의 코리야크인 등 북아시아인 상당수도 게놈 분석에 따르면 ‘기원’은 동남아시아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이들의 조상 격인, 베이징 부근에서 발굴된 4만 년 전 인류 ‘티앤유안인’의 게놈은 현대인보다 오히려 신석기~철기 시대의 동남아시아인과 더 비슷하게 나타난다”며 “이들은 아시아와 시베리아 등 전역에 넓게 퍼져 수천 년 전까지 큰 변화 없이 살았지만, 5000~4000년 전 새로 유입된 인류에 의해 변화를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표준 게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UNIST 제공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표준 게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UNIST 제공

다만 북시베리아인의 형성 과정을 상세히 다룬 2019년 논문 등 최신 연구 결과 일부가 반영돼 있지 않고, 인류집단이 섞이는 과정을 정밀하게 재현할 정도로 많은 고대인 시료 채취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한계도 있다는 평이 나온다. 보다 많은 게놈 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북시베리아 인류집단의 수만 년간의 인구 이동을 자세히 밝힌 지난해 6월 '네이처' 논문 두 편이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인 형성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유라시아 전반의 인구 이동을 밝히는 데 참고가 되며, 특히 악마문동굴 유골의 게놈 데이터를 더 고해상도로 밝힌 자료가 있는 연구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약 3만 년 전 이전에 유라시아 수렵채집인이 와 고대 북시베리아인을 형성했다. 이후 약 2만 년 전 악마문동굴 방향에서 동아시아인이 들어와 '고대시베리아인'이라는 인류 집단을 형성했다. 이들 중 일부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다. 이후 1만 년 전 다시 동아시아인이 들어와 신시베리아인을 형성했고, 현재 시베리아지역 인류 다수가 여기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은 지난달 말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와 정충원 서울대 교수팀의 '셀' 논문으로도 보다 자세히 확인됐다.

 

데이터 수도 아쉬움이 있다. 이번 연구는 드넓은 아시아 전역에서 수만 년 사이에 일어난 인구집단의 이동을 115개의 고대인 데이터로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천 년 사이 동아시아 등 비교적 좁은 지역의 인구 이동을 분석할 때에도 100개 이상의 게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인구집단이 시대별로 어떻게 혼합됐는지 구체적 과정을 밝힌 부분(계통수)도 아직 정교하지 않다.

 

박 교수는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더 정교화하는 과정을 진행중”이라며 “선남방계의 후손이 아시아 전반에 큰 변화 없이 퍼져 살다 약 5000~4000년 전 남중국에서 시작된 새 기술을 지닌 인류의 팽창으로 격변을 맞았고, 한국인 역시 이 과정에서 형성됐다는 ‘큰 그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결국 한국인은 수만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계속 확장, 이동, 혼혈을 거듭해 온 결과 형성된 혼합민족이지 단일민족이 아니다”라며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아시아 인류집단과 밀접하게 엉켜 있는 일종의 친족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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