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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키보드 1시간 두드리면 살 얼마나 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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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키보드 1시간 두드리면 살 얼마나 빠질까

2020.06.06 06:00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특히 이론물리학자나 수학자의 경우 대체로 몸보다는 뇌를 더 많이 움직인다. 이론물리학자인 필자의 뱃살도 날마다 늘어가는 느낌이다. 2002년 개봉한 미국 수학자 존 내시의 삶을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보고 그의 천재성과 고뇌보다 배우의 체형을 보고 뭔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던 일이 떠오른다. 실제로 그는 천재 수학자였고, 분명 수학 연구에 온통 몰두했을 텐데 매우 마른 체형이었다(내시는 2015년 작고했다). 그런데 그를 연기한 배우 러셀 크로는, 이게 웬걸, 다부진 근육질의 ‘글래디에이터(검투사)’ 몸매를 자랑했다. 물리학적으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많은 에너지를 쓰는 방법은 없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우리 몸은 날마다 움직인다. 모든 움직임은 사실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이란 아이작 뉴턴의 운동 방정식의 관점에서 보면 몸에서 나오는 힘의 변화와 같다. 몸의 내외부에서 발생한 힘이 운동의 상태를 바꾸게 된다는 얘기다.


책상에 앉아있는 필자의 신체에 작용하는 힘은 너무 다양해서 모두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힘은 고를 수 있다. 바로 허리 위치에 있는 몸의 질량중심에서 작용하는 중력이다. 그리고 지금 앉아있는 의자는 중력을 상쇄시키는 쪽으로 몸에 수직 항력*을 제공한다.


만약에 우리 몸이, 하나의 강체*였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강체일 경우, 병진운동(평행 이동으로 움직이는 운동)과 회전운동(회전축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도는 운동)의 조합만으로 몸 전체를 간단히 기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로서는 불행하게도 우리 몸은 하나의 강체가 아니다. 몸의 각 부위는 독립적으로 제각각 움직인다. 그래서 몸의 움직임을 동역학적으로 기술하기 위해서는 각 신체의 뼈들을 강체로 근사한 다음, 여러 개의 강체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가정해야 한다.
일례로 필자가 글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는 순간에는 손가락 관절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돌아간다. 여기에는 관절을 중심으로 손가락을 회전시키는 돌림힘(토크·torque)이 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축구나 농구 같은 운동을 통해 역학적인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쓸 때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키보드 1시간 두드리면 6J 써

 

 

 

역학적 에너지는 힘을 주면서 힘의 방향으로 이동할 때, 또는 돌림힘을 주면서 일정 각도만큼 돌릴 때 소모된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키보드의 자판을 치고 있는 상태라면, 질량 중심의 관점에서는 전혀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힘과 관련한 어떤 에너지도 사용되지 않는다. 반면 손가락은 돌림힘을 주면서 관절을 중심으로 일정 각도만큼 계속 움직이면서 글자를 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확실히 소모한다.


우리가 역학적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처럼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어서다. 음식물을 통해 일정량의 살을 축적해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살은 뼈를 제외한 모든 신체 구성 물질을 뜻한다. 


마트에서 먹고 싶은 식품을 고를 때 우리는 흔히 식품에 포함된 영양소별 열량(칼로리·cal)을 확인한다. 일례로 200ml의 우유제품은 대략 130kcal의 에너지를 우리 몸에 공급한다. 우유에 담긴 칼로리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면, 일부는 우리 몸에 살로 축적될 것이다. 바로 이 칼로리라는 단위를 필자와 같은 물리학자들은 힘과 에너지를 설명하기에 더 적합하도록 줄(J)로 환산해 사용한다(1cal는 약 4.186J). 

 

이제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릴 때 사용하는 에너지를 계산해 보자. 계산의 복잡도를 줄이기 위해 필자의 손가락 길이는 10cm, 전체 질량은 10g인 균일한 막대라고 가정한다. 또 손가락은 실제로 세 개의 마디로 이뤄졌지만, 이를 하나의(!) 강체로 간주하며, 강체의 회전축은 세 번째 마디의 손등 쪽 끝에 있다는 가정도 추가한다. 


필자는 1분에 600타 정도로 키보드를 빨리 두드릴 수 있다.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손 끝은 1cm 정도 상하로 움직인다고 하면, 손 끝의 속도는 약 0.1m/s(=600타÷60초×0.01m) 정도다. 여기에 회전운동을 기술하기 위해 손 끝의 속도보다 중요한, 손가락이 회전하는 각속도를 고려해야 한다. 


회전축이 셋째 마디에 있다고 조건을 내건 만큼, 이 셋째 마디를 중심으로 한 각속도(속도를 거리로 나눈값)는 약 1rad/s(=0.1m/s÷0.1m)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손가락의 관성모멘트*가 어떻게 되는가이다. 이 역시 질량이 균일한 막대이고 막대의 한 쪽 끝을 중심으로 회전한다고 가정하면 관성모멘트 값은 약 0.000033 (=0.33×0.01kg×0.01m²)이다. 이를 통해 전체 회전운동에너지(0.5×관성모멘트×각속도²)는 약 0.000017J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필자가 10개의 손가락으로 1시간 정도 분당 600타를 치면, 회전운동에너지값(0.000017J)과 손가락 개수(10개), 시간(60분), 타자수(600타)를 곱해 약 6.12J(1.46cal) 정도의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 100%라고 가정해도 우유 한 팩에 담긴 열량을 소모하기 위해 타자를 치는 것은 칼로리 소모 관점에서는 큰 효과가 없는 셈이다. 

 

우유 한 팩 열량 태우려면 1kg 아령 12만 번 들어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살을 빼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헬스클럽으로 가보자. 이곳에서 우리가 에너지를 쓰는 운동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걷거나 달리기를 하면서 우리의 질량 중심을 이동시키는 병진운동이며, 다른 하나는 아령이나 운동기구를 이용해 우리의 관절을 회전시키는 회전운동이다. 병진운동은 중력에 관련되고, 회전운동은 돌림힘과 관련된다.


물론 이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걷고 있는 사람이 순수하게 병진운동만 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 발을 딛었다 떼는 동작에서 무릎과 발목, 발가락 등에 위치한 수많은 관절이 움직인다. 병진운동과 회전운동이 동시에 벌어지는 것이다.


아령을 들어올리는 운동을 생각해 보자. 필자가 1kg짜리 아령을 손에 쥐고 팔꿈치를 고정한 상태에서 아령을 90도 각도로 들어올리는 운동을 한다고 하자. 


필자의 팔꿈치에서 손에 든 아령까지의 길이는 45cm정도다. 아령에는 항상 바닥을 향하는 중력이 작용하며, 손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팔이 움직이는 방향과 힘이 작용하는 방향 사이의 각도는 90도에서 0도로 줄어든다. 각도에 따라 돌림힘도 점차 감소한다는 의미다.


공기저항과 같은 일부 변수를 무시한 이상적인 상황에서 아령을 수직으로 한 번 들어 올리는 데 한 모든 일은 1kg(아령의 무게)×9.8m/s²(중력가속도)×0.45m(팔꿈치에서 손에 든 아령까지의 길이)와 같으며, 그 결과는 약 4.41J(1.05cal)이다. 


만약 우유 200ml를 섭취한 사람이 그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려면 아령 운동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할까. 우유에 담긴 열량(130kcal)을 J로 환산하고(54만4180J), 이를 아령을 한 번 들 때 쓰는 에너지로 나누면 약 12만3397번이나 반복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령을 12만 번 드는 건 불가능하다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 신체는 아령을 들어올리기 위해서 훨씬 더 비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4.41J 정도의 일을 외부로 하기 위해 우리는 몸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고, 그에 따라 운동에 쓰이지 못하고 방출되는 열에너지가 발생한다. 


역설적으로 우리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비효율성은 효과적인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된다. 책상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을 수 있지만,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할수록 에너지가 추가로 더 소모된다. 우유만 먹고 아령을 든다면 100번을 반복하기도 전에 우리 신체는 이미 충분히 배고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용어정리 

수직 항력: 물체가 접촉하고 있는 면에서 물체에 수직 윗방향으로 작용하는 힘.

강체: 외력을 받아도 크기와 모양이 변하지 않는 이상적인 고체. 강체 내 임의의 두 점 사이의 거리가 일정하다는 성질 때문에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기 쉽다.

관성모멘트: 물체가 회전운동을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 병진운동에서 질량에 대응되는 회전운동의 물리량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물체의 질량과 회전축에서 물체까지의 거리의 제곱을 곱해 구한다.

 

※필자소개

염동한.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와 일본 교토대, 국립대만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에서 연구했다. 현재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전 및 양자중력이론으로 블랙홀과 양자우주론을 연구하고 있다. innocent@pusan.ac.kr

 

※관련기사

과학동아 6월호 [특집] 살이란 무엇인가?

Part1. 물리학자의 뱃살은 왜 늘어나는가?

Part2. 누가 지방세포를 키우나?

    └[인포그래픽] 유전자로 보는 지방세포의 운명

Part3. 살이 빠지는 화학반응이 있을까?

Part4. 뇌는 왜 자꾸 먹으라고 명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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