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무기력이 지속될 때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통합검색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무기력이 지속될 때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2020.06.06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뚜렷한 이유 없이 무력감이 지속될 때가 있다. 아무런 의욕이 생기질 않고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다 쓸데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보통 때라면 분주하게 움직일 몸과 마음이 갑자기 정지상태인 것처럼 느껴질 때 말이다. 이따금씩 다양한 이유로 이런 무력감이 찾아올 수 있지만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몇 가지 체크해 볼 것들이 있다. 

 

나를 움직인다는 것


우선 최근 온전히 나의 뜻으로 내 몸과 마음을 움직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누가 어디에 가라고 해서 가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움직였거나, 또 외부에서 주어지는 일에 대해서만 고민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무기력의 반대는 ‘통제감(sense of control)’이다. 이는 내가 원하는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는 느낌으로 쉽게 말하면 ‘내 힘으로 무엇을 한다’는 느낌이다. 예컨대 상태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화분 키우기, 그림 그리기, 동아리 활동, 사람들과의 대화 지속하기 등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서 뭐라도 하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고 움직이기를 멈춰버린 사람들에 비해 똑같이 나쁜 상황도 훨씬 더 잘 극복해내곤 한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나쁜 상황을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활동들이지만 조금씩이나마 계속해서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기력과 절망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큰 사건 때문에 절망감에 빠질 때 뿐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번아웃 상태일 때에도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언젠가 호랑이 힘처럼 솟아날 의욕을 위한 양분이 된다. 


앞서 언급한 화분 키우기, 그림 그리기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내 삶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지속하는 방법들은 굳이 그 스케일이 크지 않아도 된다. 핵심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내 삶의 핸들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인데 다행히도 이는 작은 실천으로도 가능하다. 


오늘은 어제와는 조금 다른 하루를 보낼 것이라는 다짐. 예컨대 “어제까지 계속 집에만 있었는데 오늘은 외출을 할 것이다. 오늘은 한 시간 정도 몸을 움직여 산책을 하겠다. 오늘은 대충 먹지 않고 오랜만에 요리를 해 볼 것이다. 간만에 청소를 해보자.” 같은 다짐과 그에 맞는 작은 활동들로도 충분하다. 오랜만에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내가 원하는대로 하루 또는 몇 시간을 보냈다면 그 느낌이 어땠는지 머리 속에 잘 기억해보도록 하자.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게 어렵다면 마음을 적극적으로 움직여보는 것도 좋다. 오늘은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고 정해보고 관련된 영화를 보거나 글을 읽는 것이 한 예다. 또는 과거에 특정 감정을 느꼈던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그런데 사실은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같은 재해석을 통해 스스로 내 감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마음을 움직일 때 한 가지 피해야 할 것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두려움과 걱정을 증폭해나가는 일이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 운동의 핵심은 마구잡이로 흘러들어오는 감정과 생각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몇 시간 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다른 생각과 다른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다. 


생각을 멈추기 어렵다면 한 발짝 떨어져서 내 마음을 잠시 관찰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너무 걱정돼 미치겠어!”라고 하는 것에서 잠시 벗어나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 카메라를 들여다 보듯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이런 상황을 상상하면서 이런이런 걱정을 하는구나. 이런 상상이 내게 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구나” 같은 깨달음을 얻으면서 나를 가만히 관찰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가라앉음을 느낄 것이다.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도록 내버려 둔다는 뜻에서 이를 ‘열린 마음 명상’이라고도 한다. 

 

이따금씩 멈추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오래 멈춰있다면, 다시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몸과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면서 다시 준비운동을 해보자.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20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