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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두기’ 성공하려면 "접촉 수보다 접촉자 수 줄이는 게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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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두기’ 성공하려면 "접촉 수보다 접촉자 수 줄이는 게 효율적"

2020.06.05 17:28
스위스 제네바의 한 식당에서 주인이 책상위에 ′사회적 거리두기′ 간격 유지를 위해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의 한 식당에서 주인이 책상위에 '사회적 거리두기' 간격 유지를 위해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6월 6일이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지 한 달이다.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한 채 일상 경제활동과 등교 개학 등을 일부 재개하는 게 목표였다. 3차에 걸친 등교수업을 하면서도 아직 큰 규모의 집단감염 없이 하루 신규 확진 환자 수를 수십 명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 규모의 집단감염이 없을 뿐 5일 기준 247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나 124명의 감염자가 속출한 쿠팡 물류센터 감염, 5일 만에 76명의 감염자를 낳은 수도권 개척교회 감염 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기원을 알지 못하는 감염경로 미상 사례도 목표치인 5% 미만을 훌쩍 웃돌고 있다. 5일 오후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주간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감염 사례가 9.7%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사회적 또는 생활 속 거리두기 방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 멜린다 밀스 영국 옥스퍼드대 사회학과 교수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점 사이의 연결 관계로 파악하는 학문인 ‘네트워크 과학’을 이용해 다양한 생활 속 거리두기 조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개인에게 무조건 접촉을 줄이라고 권하는 대신 구체적인 지침을 통해 접촉을 줄이는 게 바이러스 전파도 막고 방역조치 이행률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연인이나 거래처 직원 등 매일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에게는 반복적인 접촉을 허용하고 대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는 '접촉 대상자 수 줄이기' 전략이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4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먼저 특성이 비슷한 사람끼리만 소규모 접촉을 허용하는 ‘끼리끼리’ 전략이다. 사는 지역이 같은 사람들(이웃)끼리 모이거나 비슷한 연령대, 수입 등을 지닌 사람끼리 모이는 경우만 허용하는 식이다. 연구팀은 “사람들은 실제로 사회경제적으로 비슷한 사람끼리 더 자주 모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만남을 허용하되 다른 만남을 최소화해 전체적인 접촉을 줄이면 효율적으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의 여러 유형을 네트워크를 이용해 형상화해 비교했다. a는 아무 거리두기를 하지 않을 때로, 주로 가깝거나 동질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이 접촉하는 가운데 가끔 멀리 있거나 관계가 적은 집단과도 접촉을 한다. b는 동질적이거나 가까운 집단으로 접촉을 제한한 경우다. a에 비해 역학적 연결고리가 일부 줄어든다. 이 정도만 해도 바이러스 전파는 크게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c는 대부분 아는 사람끼리만 만나도록 제한한 경우다. 구성원이 모두 서로 알거나 최소한 ′친구의 친구′까지만 만나도록 허용한다. c는 한 번 만났던 사람과만 지속적으로 접촉하도록 허용하는 경우다. 연인이나 돌봄 노동자, 직장의 경우 밀접하게 같이 일하는 사람 등까지만 만남을 허용하는 대신 접촉 수는 제한하지 않는다. 네이처 인간행동 제공
생활 속 거리두기의 여러 유형을 네트워크를 이용해 형상화해 비교했다. a는 아무 거리두기를 하지 않을 때로, 주로 가깝거나 동질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이 접촉하는 가운데 가끔 멀리 있거나 관계가 적은 집단과도 접촉을 한다. b는 동질적이거나 가까운 집단으로 접촉을 제한한 경우다. a에 비해 역학적 연결고리가 일부 줄어든다. 이 정도만 해도 바이러스 전파는 크게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c는 대부분 아는 사람끼리만 만나도록 제한한 경우다. 구성원이 모두 서로 알거나 최소한 '친구의 친구'까지만 만나도록 허용한다. c는 한 번 만났던 사람과만 지속적으로 접촉하도록 허용하는 경우다. 연인이나 돌봄 노동자, 직장의 경우 밀접하게 같이 일하는 사람 등까지만 만남을 허용하는 대신 접촉 수는 제한하지 않는다. 네이처 인간행동 제공

두 번째는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까지만 접촉을 허용하는’ 전략이다. 내부 구성원이 모두 서로 잘 알거나, 최소한 ‘친구의 친구’여야 한다. 평소 밀접하게 교류하는 친구나 가족, 소모임, 직장의 부서 등이 해당한다.


마지막은 ‘한번 만났던 사람만 계속 만나게 허용하는’ 전략이다. 연인이나 가족, 거래처 직원 등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얼마든 반복적인 접근을 허용하되 다른 사람의 접촉은 막는다. 결국 소수의 사람만 접촉하게 허용한다는 뜻으로 언뜻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상시키지만, 대신 접촉 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연구팀은 "제한 기준을 기존의 접촉자 수 대신 접촉하는 사람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00명을 대상으로 세 가지 전략을 나타내는 네트워크 모형을 만든 뒤 컴퓨터로 가상의 바이러스 전파 상황을 부여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빨리 감염되는지 반복 실험했다. 그 결과 구체적 지침을 내린 경우는 아무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을 때에 비해 바이러스 전파가 최소 3분의 1, 지침 없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했을 때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접촉회수가 15회를 채 넘기지 않았는데도 1600명 이상이 감염되며 의료시설의 대응 한계를 넘었다(아래 그래프의 파란 선). 구체적 지침 없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한 경우 감염자 발생이 정점을 이루는 시점이 20일 이후로 다소 늦어지고, 환자 수도 약 7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검은 선). 


하지만 구체적 지침을 내리자 정점은 최대 30회로 더 늦어졌고, 최대 감염자 수도 300~400명으로 지침 없는 생활 속 거리두기의 절반으로 줄었다(녹색 선, 노란 선, 빨간 선). 세 전략의 효과는 비슷했지만, 소수의 반복 접촉만 허용하는 세 번째 전략이 가장 감염자도 줄고 정점에 이르는 시간도 늦출 수 있었다(빨간 선).

 

모델 연구를 통해 여러 생활 속 거리두기 유형의 효과를 비교했다. 아무 조치가 없을 때에 비해 기준 없는 생활 속 거리두기도 바이러스 전파를 절반으로 줄이고 확산을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효율이 훨씬 높아졌다.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접촉자를 반복적으로 만나는 소수로 접촉자를 제한하는 방법이었다. 네이처 인간행동 제공
모델 연구를 통해 여러 생활 속 거리두기 유형의 효과를 비교했다. 아무 조치가 없을 때에 비해 기준 없는 생활 속 거리두기도 바이러스 전파를 절반으로 줄이고 확산을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효율이 훨씬 높아졌다.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접촉자를 반복적으로 만나는 소수로 접촉자를 제한하는 방법이었다. 네이처 인간행동 제공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위험을 최소화할 정책을 도출할 수 있다”며 “병원 등 근무가 필수적인 직장이나 학교 등의 경우 근무나 학습 시간대를 서로 다르게 조절해 소규모 인원이 자신들끼리만 반복적으로 접촉하게 하고, 가정에서 학습하는 학생이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같은 사람이 계속 방문하게 허용하는 등의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린다 볼드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예를 들어 2m 이상 거리 두기 등 지침은 장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에게는 준수하기 어려운 규칙”이라며 “이들의 접촉을 허용하되 다른 접촉을 막는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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