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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서 세균에 항생제 내성 옮기는 신종 바이러스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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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서 세균에 항생제 내성 옮기는 신종 바이러스 발견

2020.06.09 07:11
조장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문기라 박사, 이상희 명지대 교수, 차창준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한강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에서 항생제 내성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 ‘한강 바이롬 베타락탐 분해효소(HRV)’ 등으로 이름 지었다고 8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조장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문기라 박사, 이상희 명지대 교수, 차창준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한강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에서 페니실린과 같은 '베타락탐'계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한강에서 세균을 감염시켜 항생제 내성을 전달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존재가 처음 확인됐다. 페니실린과 같은 베타락탐 항생제에 최대 16배 저항성을 가지는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바이러스로 강물과 같은 환경에서 이러한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한강에서 최초로 발견됐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도 비슷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환경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도 항생제 내성 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로 향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장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문기라 박사, 이상희 명지대 생명과학정보학부 교수, 차창준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강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에서 항생제 내성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 ‘한강 바이롬 베타락탐 분해효소(HRV)’ 등으로 이름 지었다고 8일 밝혔다.

 

페니실린이 1928년 발견된 이후 항생제는 현재까지도 감염성 세균 질환의 주요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남용으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계속해 출연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항생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하며 항생제를 위협하고 있다.

 

항생제 중 가장 대중적인 페니실린과 세팔로스포린, 카파베넴과 같은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노출된 적 없는 세균에서도 베타락탐 분해효소를 방출하는 내성을 가진 경우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같은 일은 세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일어난다. 세균을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바이러스인 ‘파지’가 세균에 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파지는 세균에 감염해 숙주 세균의 유전자를 얻어 다른 세균에게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성 유전자를 전달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한강 수계 6곳의 물을 채취해 바이러스만 추출한 후 유전자를 분석했다. 미생물 제공
연구팀은 한강 수계 6곳의 물을 채취해 바이러스만 추출한 후 유전자를 분석했다. 강원 화천군 구만교(소양호, N1), 경기 가평군 대성리(N3), 경기 양평군 팔당대교(H1), 서울 한남대교(H4), 행주대교(H6), 경기 고양 김포대교(H7) 등 6곳의 물을 채취했다. 미생물 논문 캡처

연구팀은 파지 감염을 통해 전파되는 내성 유전자를 추적하기 위해 한강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는 6개 지점에서 표면 물을 10L씩 뜬 다음 세균은 제거하고 바이러스만 농축했다. 강원 화천군 구만교(소양호), 경기 가평군 대성리, 경기 양평군 팔당대교, 서울 한남대교, 행주대교, 경기 고양 김포대교 등 6곳의 물을 채취했다. 6곳에서 뜬 물에서 핵산을 추출해 130만 개의 유전자 조각을 얻었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모두 모아 분석하는 ‘바이러스 메타유전체(바이롬)’ 분석법을 이용해 항생제 내성을 가진 유전자 25개를 찾아냈다. 이들 유전자는 베타락탐, 폴리믹신, 반코마이신 등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특성을 보인다.

 

이 중 4개 유전자는 베타락탐에 내성을 갖는 분해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였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효소의 활성화 자리가 잘 보존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다른 베타락탐 분해효소 유전자와도 연관이 적었다. 이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 항생제 내성을 실험했더니 페니실린과 같은 베타락탐계 항생제에 대해 16배 강한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는 카파베넴계 항생제에도 저항성을 보이는 광범위 내성 능력도 있었다.

 

환경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발견된 적은 있으나 실제 베타락탐 분해활성 능력을 가진 유전자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생산물인 베타락탐 효소에 대해 각각 ‘한강 바이롬 베타락탐 분해효소-1(HRV-1)’과 ‘한강 바이롬 메틸로베타락탐 분해효소-1’이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팀이 발견한 유전자가 만든 물질이 항생제 내성. 한국연구재단 제공
연구팀이 발견한 유전자가 만드는 '한강 바이롬 베타락탐 분해효소-1(HRV-1)'과 ‘한강 바이롬 메틸로베타락탐 분해효소-1’의 항생제 내성 정도를 분석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한강의 세균이 이미 이 파지에 의해 내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에서 얻은 세균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HRV-1과 HRVM-1 유전자가 발견됐다. 파지의 유전자가 실제 병원성 세균에 전달될 수 있을지는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진 파지가 생태계 내에서 활발하게 숙주 세균을 감염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한강의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전에도 보고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차 교수는 지난해 4월 열린 ‘한국미생물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강 수계 세균에서 최소 300종 이상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15종 유전자가 모든 샘플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등 한강 곳곳에 이미 항생제 내성이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상류보다는 사람이 많이 사는 하류에서 유전자 종이 더욱 많아 사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에도 인간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한강 상류와 하류 등 다양한 곳의 물을 채집해 분석했다. 하지만 한강 상류와 하류에서 채집된 파지 사이에는 별다른 유전자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 교수는 "세균에서는 상류와 하류의 내성 정도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파지에서도 이를 비교해보려 했으나 결과에서는 큰 차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파지 유전자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서도 나타났다. 세균 뿐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이 지금까지 발표된 전 세계 바이롬 연구결과를 분석한 결과 미국 컬럼비아강에서 얻은 파지에서도 HRV-1과 유사한 유전자가 발견됐고, 싱가포르에서도 HRVM-1과 비슷한 유전자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파지 유래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존재하고 전파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항생제 내성 유전자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파지 유전체에 대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이달 1일 국제학술지 ‘미생물’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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