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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모르고 먹는 미세플라스틱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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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모르고 먹는 미세플라스틱 얼마나 될까

2020.06.13 06:00
플라스틱 포장. 그린 얼라이언스 제공.
플라스틱 포장. 그린 얼라이언스 제공.

플라스틱은 19세기 대량으로 생산되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고분자화합물입니다. 이제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꼽힐 만큼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2019년 연례보고서에서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요구량이 2020년 기준 약 4억t(톤)에서 2100년 약 13.5억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학동아 사이언스 보드 홈페이지(www.scienceboard.co.kr)에는 5월 2일 “미세플라스틱이 현재까지 인체나 동물에 얼마나 축적됐으며,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나요?”(Bluespear 님)라며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팩트체크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1μm(마이크로미터·1μm 100만분의 1m)~5mm 크기의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보다 작은 것은 극미세플라스틱 또는 나노미세플라스틱 등으로 구분합니다.


최근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이나 먹는 음식에 미세플라스틱이 섞여 체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물벼룩 같은 작은 생명체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될 경우 생태계 먹이사슬에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은 언제부터 환경문제로 대두된 걸까요? 해양과 담수생태계의 미세플라스틱 현황과 그 영향을 연구해온 김승규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는 “1960년대 미세플라스틱을 다룬 논문이 처음 등장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며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사회적인 환경문제로 공감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이후”라고 설명했습니다. 


2004년 리처드 톰슨 영국 플리머스대 생물및해양과학부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논문을 실었고, 그 내용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doi: 10.1126/science.1094559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 해수를 소규모 그물에 통과시켜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거르고 있다.(왼쪽). 해양 미세플라스틱 조사에는 통상적으로 동물성 플랑크톤 크기인 약 330μm의 그물코를 가진 그물을 사용한다. 김승규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가 200μm 크기의 그물코를 가진 그물로 거른 시료를 수거하고 있다.(오른쪽)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 해수를 소규모 그물에 통과시켜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거르고 있다.(왼쪽). 해양 미세플라스틱 조사에는 통상적으로 동물성 플랑크톤 크기인 약 330마이크로미터 그물코를 가진 그물을 사용한다. 김승규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가 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그물코를 가진 그물로 거른 시료를 수거하고 있다.(오른쪽).  김승규 제공

A. 미세플라스틱은 얼마나 생성되고 있나?

Q. “연간 최소 수십만t 이상일 것”


미국 비영리단체인 ‘5대 환류대 연구소(Five Gyres Institute)’는 2007~2013년 24회에 걸쳐 세계 주요 환류대에서 표본을 채취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지구 전체 해양에 약 26만9000t에 이르는 미세플라스틱이 있다고 2014년 12월 10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습니다. 


 김 교수는 “해양으로 쏟아지는 미세플라스틱은 바닷물의 흐름이 적은 환류대의 중심에 모이는 경향이 있다”며 “인도양(1곳)과 대서양(2곳), 태평양(2곳) 등 대양에 있는 대표적인 환류대 5곳이 기본 조사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극환류대와 소규모 환류대 등 환류대는 여러 개가 더 있지만, 학계에서는 논문에서처럼 기본이 되는 환류대 5곳을 조사해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해양 표면의 미세플라스틱 양을 추정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바다에는 지역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이 평균적으로 1m3당 0.001~1개 있다고 추정합니다. 예를 들어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는 1m3당 0.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있어, 미세플라스틱 한 개를 검출하려면 최소 1만L의 물을 떠야 합니다. 이때 통상적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수집할 때 쓰는, 그물코 크기가 330μm인 그물로 한 번에 수백만t의 물을 걸러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합니다.


김 교수는 “극미세플라스틱까지 걸러내는 그물을 쓰면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급증할 것”이라며 “이 경우 너무 많은 물질이 그물이 걸리면서 그물이 금세 막히는 문제가 생겨 조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집하려는 미세플라스틱의 크기에 따라 조사 방법이 다르고 그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아직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정확하게 알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7년 기준 해마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950만t이며, 이 중 15~31%가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바다에 연간 최소 142만t의 미세플라스틱이 흘러들어간다는 뜻이 됩니다. 이는 환류대 5곳을 수년간 조사해 알아낸 미세플라스틱 양(약 26만9000t)보다 5배 이상 많은 양입니다. 


김 교수는 “환류대 연구 결과는 해양 표면을 표류하는 330μm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양을 추정한 값”이라며 “반면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조사 결과는 해저에 묻혀있거나 해수면에 떠다니는 부유물을 모두 포함해 해양에서 해마다 추가되는 전체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추정한 값이라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팀은 2015년부터 5년간 국내 연안과 한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 금강 등 5대 강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조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현재 그 결과를 분석해 논문을 준비 중입니다. 김 교수는 “한강에서만 20μm 이상인 미세플라스틱 수십 조 개가 해마다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시료를 채취해서 추정한 값으로만 단정할 수 없습니다. 김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국가별 쓰레기 배출량과 처리 정책, 계절별 강우량 등 조사 시기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국민 개개인의 노력에 따라서도 그 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A.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축적량은?

Q. “소금 통한 섭취만 연간 수천 개 이상” 

 

김 교수팀은 2018년 6개 대륙, 총 16개 국가에서 생산되는 소금 제품 39종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조사했습니다. 이 중 28종은 바다에서 얻은 해염이었고, 9종은 암염, 2종은 호수염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인도네시아산 해염 제품에서 1kg당 1만3629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돼 미세플라스틱 양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산 해염 2종에서도 각각 232개, 154개가 검출되며 8, 9위에 올랐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일일 소금 섭취량으로 환산하면 전 세계인이 연간 2000개 내외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뜻입니다. doi: 10.1021/acs.est.8b04180


김 교수는 “이 연구는 100μm 이상인 미세플라스틱만 분석한 것으로 연구 결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해염 이외에도 국내외 수산물을 통해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국민 생활과 직결된 만큼 한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연구지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나노입자나 생물 독성을 연구해온 과학자들도 최근 미세플라스틱 연구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체내 미세플라스틱 축적량 연구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 미세플라스틱이 생명 위협하나?

Q. “인체 영향은 말할 단계 아냐” 

 

2019년 안윤주 건국대 교수팀은 토양 미생물 톡토기의 움직임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23~25% 더뎌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사진은 미세플라스틱(형광색)이 있는 환경에서 활동하는 톡토기를 촬영한 모습이다. Environment International 제공
2019년 안윤주 건국대 교수팀은 토양 미생물 톡토기의 움직임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23~25% 더뎌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사진은 미세플라스틱(형광색)이 있는 환경에서 활동하는 톡토기를 촬영한 모습이다. Environment International 제공

미세플라스틱이 동물성 플랑크톤부터 어류, 사람까지 먹이사슬에 따라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그 농도가 증가하는 생물농축확대(biomagnification) 현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밝혀줄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 연구는 임상시험 등에서 제한이 많아 현재 동물과 미생물 수준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윤주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교수팀은 1L당 5mg의 농도로 미세플라스틱을 넣은 물에 국내에 서식하는 물벼룩을 노출한 결과, 물벼룩 알의 83%가 부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2017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습니다. doi: 10.1038/s41598-017-12299-2


2019년 안 교수팀은 29~676μm 크기의 폴리스티렌과 폴리에틸렌류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는 토양에서는 곰팡이를 분해하는 이로운 벌레인 톡토기(L.sokamensis·springtail)의 움직임이 23~25% 더뎌진다는 연구 결과도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 온라인판에 발표 했습니다. doi: 10.1016/j.envint.2019.02.067


톡토기는 생물 공극(흙 속에서 호흡하고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사는데, 이런 생물 공극은 외부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공기보호대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있으면 이런 생물 공극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안 교수는 “미생물과 작은 동물에게 미세플라스틱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체내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크기와 모양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미세플라스틱의 양과 체내 이동 경로, 그 영향까지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폭넓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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