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서귀포 명물 전기 시내버스 이달 29일부터 '올스톱'

통합검색

서귀포 명물 전기 시내버스 이달 29일부터 '올스톱'

2020.06.17 07:00

제주도, 전기버스 충전가격 하향 일방 요구…시내버스 절반 운행중단 불가피 

충전사업자 "신사업 육성한다면서 무리한 요구"…사업 추진 사실상 포기 

한전 측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들면서 덤핑 가격 제시

제주도 서귀포 중문차고지에 서 있는 전기버스의 모습이다. 서귀포 시내 운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전기버스는 충전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이달 29일부터 멈출 것으로 보인다. 커넥토 제공

제주도 서귀포 중문차고지에 서 있는 전기버스의 모습이다. 서귀포 시내 운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전기버스는 충전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이달 29일부터 멈출 것으로 보인다. 커넥토 제공

제주 서귀포시 시민과 관광객의 발인 시내버스가 이달 29일부터 파행 운행될 위기에 놓였다. 서귀포 시내버스 107대 중 절반이 넘는 전기버스 59대에 대한 충전 서비스가 중단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 전기버스는 서귀포 시내와 중문관광단지 등 주요 간선 노선에서 운행되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관광객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서귀포에서 버스 전기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인 ‘커넥토’가 이달 9일 제주도에 전기버스 충전서비스를 더는 제공하기 어렵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현재 서귀포에서는 민간사업자인 동서교통이 보유한 버스 70대와 공영버스 37대가 운행되고 있다. 동서교통은 중문관광단지 등 주로 서귀포 주요 지역을 지나는 간선 노선의 운행을 맡고 있다.  동서교통이 보유한 전체 버스 70대 중 59대는 전기버스가 차지하고 있다. 커넥토는 동서교통이 보유한 전기버스에 충전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번 사태는 제주도 측이 커넥토에 충전단가를 낮춘 새 계약조건을 일방적으로 요구해 업체 측이 이에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제주도는 지난해 동서교통의 운행노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서귀포 남원읍에 도가 보유한 토지에 새 버스 차고지를 마련하도록 지정했다. 이에 따라 동서교통도 새 차고지에 버스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커넥토에 요청했다. 커넥토는 새 차고지에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관할 지자체인 제주도에 토지 이용 허가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토지 이용과는 상관없는 사안인 커텍토와 동서교통 간 충전단가 계약을 문제 삼아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커넥토는 동서교통과 인건비와 연구개발(R&D)비, 전기버스 배터리 교체비 및 전기버스 관리비 등을 포함해 1kWh(킬로와트)당 400원대로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고 있었다. 제주도 측은 한국전력이 전기차 충전요금으로 제시한 1kWh당 173.8원보다 너무 비싸다며 계약을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커넥토는 버스 운전 자격증을 갖춘 인력을 포함한 전문인력을 야간충전에 제공하고 있고 한 팩에 수천만 원에 이르는 배터리가 수명이 다했을 때 교체하는 비용도 단가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도 측은 이런 설명이 불충분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이같은 제주도의 판단이 산업통상자원부 방침과도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전기자동차 충전 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제도 개발 용역’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요금에는 커넥토가 제시한 비용을 충전단가에 포함할 수 있다. 커넥토는  기존 경유나 액화천연가스(LNG) 버스 정비인력이 정비하지 못하는 전기버스 정비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커텍토는 결국 올해 초 인건비 등을 모두 떼어내고 마진을 대폭 줄인 1kWh당 210원을 도에 다시 제시했다. 하지만 제주도 측은 충전소 부지에 대한 이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제주도 측은 오히려 전기요금이 올라도 충전단가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조항을 새로 내걸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2월에 다음 달 1일부터 지금까지 50% 인하해왔던 충전요금을 70% 수준 까지 되돌리고, 면제했던 기본료도 50%를 징수하기로 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요금을 인상하기로 확정된 상태를 아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버스 운영비를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를 근거로 내세워 지난 2018년 커넥토가 서비스를 제공한 댓가로 받은 비용에 대해서도 단가가 잘못됐다며 돈을 다시 뱉거나 회계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업체 측이 충전 단가를 산정할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요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일 뿐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커넥토 측은 사업 초기에  이미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제주도 측이 다시 문제를 삼으며 이제는 산정이 불가능한 항목에 대한 자료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커넥토 관계자는 "단가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다 제출했는데도 인건비를 줄여라, R&D비를 줄여라며 무조건 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며 "결국 단가를 낮췄는데도 이제와서 정량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세부사항을 증명하라는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충전서비스 업계는 이런 제주도 측의 요구에 당혹해하면서 그 배경으로 한전을 지목하고 있다. 한전이 이미 전기차 충전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제주도 측이 한전이 내놓은 충전 요금과 똑같은 단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전은 최근 11년만에 최악의 적자를 겪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중소업체가 주도하던 충전 서비스 분야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현재는 전기차 충전업계 1위에 올라있다. 업계에서는 한전이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편에선 가격을 확 낮춘 덤핑 요금을 제시해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결국 중소 민간 충전업체를 고사시킨 뒤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업계의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제주도가 단가를 낮춘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사실상 이미 시장에 진출해있던 중소 사업자를 내모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커넥토 관계자는 “제주도가 한전을 우선시하고 도내 중소기업에 대해 편견을 갖고 폐업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정상적인 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회사 운영이 불가능한 계약 조건을 강요받아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제주도는 한전이 영리 기업임에도 한전의 단가를 ‘고시’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며 "사실상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공무원들이 나서서 돕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2021년까지 시내버스 중 38%를 전기버스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으로 전기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 등 17개 지역(92만2천84.7㎡)을 특구로 지정하고 이달부터 2021년까지 2년여간 전기사업법과 자동차관리법상의 다양한 규제를 받지 않는 특례를 누리도록 했다. 15개 업체를 전기차 충전 서비스 특구 사업자로 지정한 상태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6 + 4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