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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스웨덴은 어쩌다 면역정책에 실패한 나라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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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스웨덴은 어쩌다 면역정책에 실패한 나라가 됐나

2020.06.17 18:56
고재원 데일리뉴스팀 기자
고재원 데일리뉴스팀 기자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운영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황판에 따르면 전 세계 감염자가 800만명을 넘어섰다. 치료제나 백신은 상용화가 아직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곳곳에서 환자가 하염없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환자 확산세가 잦아들던 국가들에서 다시 환자가 급증하면서 사태 종식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서는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 다수가 면역력을 갖는 방법이 있다.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지면 그만큼 바이러스가 확산될 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단면역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집단면역은 지역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항체를 가진 상태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면역을 가진 사람이 전 국민의 60~70%가 되면 코로나19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춘다고 보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집단 면역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스웨덴은 최근 한동안 집단면역에서 대표적 실패 국가로 국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스웨덴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유럽의 다른 국가와는 달리 전면적 봉쇄 대신 제한적 거리두기만 시행하며 국가 전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집단면역 정책을 펼쳤지만 지난 4월말까지 항체 형성률이 7.3%에 머물면서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스웨덴 사례를 보도한 기사에는 스웨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인체 실험을 한 게 아니냐는 댓글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국민의 목숨으로 도박을 벌인 국가라는 좋지못한 별명까지 얻었다. 어쩌다 북유럽의 이미지 좋던 국가가 한순간에 이런 오명을 뒤집어 썼을까. 서울에 있는 주한스웨덴대사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물어봤다.

 
대사관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단면역 정책을 공식적으로 펼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 정부가 전면적 봉쇄 대신 제한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것은 스웨덴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기 위한 판단에 따른 방역 정책이었을뿐 집단면역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웨덴은 전체 고용에서 서비스업이 약 80%를 차지하는데 학교와 공공시설마저 폐쇄할 경우, 이로 인해 야기될 혼란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실제 스웨덴 총리실과 보건당국 공식홈페이지에는 이런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웨덴은 어쩌다 실행하지도 않은 집단면역 정책에 실패한 나라로 됐을까. 국내  언론보다 앞서 이를 보도한 CNN과 US투데이 등 외신을 보면 스웨덴은 전면적 봉쇄를 취하지 않은 유럽 국가 가운데 유일한 나라이며 이는 사실상 집단면역 정책을 펼친 것이라 봐야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 보도 역시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만에 하나 스웨덴과 같은 방식의 방역정책을 펼친 나라를 집단면역 정책을 펼친 국가로 구분한다면 한국과 미국도 집단면역 정책을 펼친 나라에 해당한다.  한국과 미국 역시 전면적 봉쇄조치 대신 부분적 봉쇄조치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좀 더 강력한 방역정책이 필요했다"는 스웨덴 보건당국 관계자의 말은 결국 집단면역 정책의 실패라는 보도로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스웨덴이 '유럽 내 왕따’라고 불리는 사이 정작 이웃나라인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벨기에, 벨라루스에선 더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 인구 100만명당 환자를 분석해봐도 전 세계에서 미국을 포함해 스페인, 페루 등 더 많은 피해를 본 국가가 수두룩하다. 여기에 전세계 항체 형성률 역시 높지 않다는 결과들이 쏟아졌다. 결국 누군가 집단면역의 실패 사례로 활용될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 희생양으로 스웨덴이 선택된 셈이다. 

 

외신 인용에 집착한 국내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한스웨덴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의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쓰면서 직접 관련 사실을 문의해온 사례는 없었다"며 "아마도 외신에 나온 내용에만 의존해 관련 보도를 하면서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보도와 관련해 더 신중해야 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노력들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우쳐준 사례인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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