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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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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어디까지 왔을까

2020.06.22 06:00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와 같은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LG화학 제공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와 같은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LG화학 제공

지난달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현황을 공유한 일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간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 물질을 쓰는 배터리다. 재계 1,2위 기업이 전기차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인 배터리 개발에 손을 잡은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를 유력한 차세대 기술로 꼽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업들의 투자로 이달 중 시작하는 45억3000만원 규모의 ‘리튬기반 차세대 이차전지 성능고도화 및 제조기술개발사업’에서 지원하는 관련 연구만 8개에 이른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투자에 나서 일명 ‘3사 과제’로 불리는 이번 사업이 전고체 배터리를 유력한 미래기술로 지목한 것이다. 

 

● 안정성 높고 환경 변화에도 강한 전고체 배터리

 

현재 전기차 등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2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다. 고온에서 반응을 일으켜 가스로 변해 폭발할 위험이 있다. 간혹 폭발과 화재 사고가 나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런 폭발 위험에서 자유롭고 환경 변화에도 강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지 여러 개를 직렬로 연결해야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전지 하나에 전극과 고체 전해질을 층층이 연결하는 방식이라 크기가 줄어든다.  

 

이상민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 소재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얇게 만들 수 있고 유연한 전지를 만드는 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여러 장점이 있는데도 리튬이온 배터리에 먼저 자리를 내줬다.  액체 전해질처럼 전도도가 높은 소재를 발견하지 못해 에너지를 많이 저장할 수 있지만 충분한 출력을 내지 못해서다.

 

리튬이온은 액체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지만 고체에서는 원자 격자 속에 난 길을 따라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 개념은 1980년대 처음 제시됐으나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일본 도요타가 2010년 황화물 전해질을 사용한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뒤로 연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는 소재 후보군으로 황화물과 산화물, 고분자 3종이 발굴됐다. 이 가운데 황화물 소재는 가장 앞서 나간다.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국가로 손꼽힌다. 일본에선 주로 황화물 연구가 주를 이룬다.

 

●황화물, 산화물 고분자 소재 활용

 

이상민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이 연구팀에서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창원=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상민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이 연구팀에서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고체 전해질을 활용한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도 훨씬 얇은 형태로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창원=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산화물은 세라믹 특유의 딱딱한 재질 때문에 배터리 내 음극과 양극에 붙이기 어렵다. 최근 연구가 시작된 고분자는 소재가 워낙 많아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으나 전도도가 아직 황화물의 10분의 1 수준이다. 고온에서 다른 재료에 비해 약한 점도 단점이다. 반면 황화물은 전도도가 높은 편이고 물렁물렁해황 공정에 적용하기도 쉽다. 김형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소재연구단 책임연구원은 “황화물은 진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누르기만 해도 잘 달라붙어 모양을 만들기 쉽다”고 말했다.

 

황화물도 단점은 있다. 습기에 반응해 달걀 썩는 냄새로 알려진 유해가스인 황화수소가 나온다. 이 센터장은 “미국에선 안전 문제에 매우 민감해 산화물 연구를 주로 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미국에서도 최근 황화물 연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은 액체 전해질 수준으로 전도도를 높이는 게 과제다. 이 센터장 연구팀은 최근 황화물의 특정 원소 농도를 극과 닿는 부분에서부터 점차 떨어지도록 조절해 이온이 빠르게 지나가는 소재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가장 앞선 일본의 황화물 소재와 동등한 수준의 이온전도도를 가지면서 유해가스는 덜 배출하는 특징이 있다. 

 

김 책임연구원 연구팀도 특정 원자 위치에 염소(Cl) 원자를 깔아 액체 전해질과 비슷한 수준의 이온전도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발표했다. 양극과 음극을 모두 감싸는 액체와 달리 고체를 붙여야 하는데 표면이 다 붙지 않아 생기는 저항이 크다는 점도 난제다. 이 센터장은 “황화물을 액화시킨 후 전극 내에 용액이 스며들게 하고 다시 굳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양극이나 음극에 코팅하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전고체 에너지 수명 안정성 높인 최고 기술 선보여 

 

삼성전자가 개발해 공개한 ′석출형 리튬음극′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의 개념도다. 음극의 크기를 줄이고 양극과 전해질의 배치를 바꿀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개발해 공개한 '석출형 리튬음극'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의 개념도다. 음극의 크기를 줄이고 양극과 전해질의 배치를 바꿀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전해질 소재가 개발되면서 소재와 맞붙은 양극과 음극을 고도화하며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올해 3월 ‘석출형 리튬음극’을 적용해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인 기술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했다.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대폭 올린 기술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기존 전기차의 2배 수준인 1회 충전에 800km를 주행하고 재충전도 1000회 이상 가능하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 나온 전고체 배터리 중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가장 획기적인 결과로 전고체 배터리 플랫폼이 완성되어 간다는 의미”라며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음을 메시지로 전한 것”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3사 과제도 공정 개발과 전지 개발 관련 과제가 7건”이라며 “이제는 소재 개발뿐 아니라 상용화에 다가가는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미래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다. 일본은 도요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민관 컨소시엄을 조성해 이르면 2022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상용화에 나섰다. 일본은 관련 기술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서 특허를 통해 기술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먼저 개발했는데도 한국에 지위를 뺏기며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어져 내준 아픈 기억이 있다. 이 센터장은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배터리도 소재·부품·장비처럼 일본에 끌려다닐 수 있다”며 “양산되지 않은 산업 후보군이라도 미래를 생각해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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