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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성공법칙, 정글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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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16일 18:00 프린트하기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벤처기업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곳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지금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과연 우리는 실패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는가. 실리콘밸리의 수도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벤처기업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곳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지금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과연 우리는 실패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는가. 실리콘밸리의 수도로 불리는 '새너제이(San Jose)'의 서쪽 외곽에서 바라본 실리콘밸리의 전경. - 구글 제공

  “살아남는 것은 제일 강한 종도 아니고, 제일 똑똑한 종도 아니다. 살아남는 것은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종이다.” (찰스 다윈)


  ‘종의 기원’을 통해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적응하지 못하는 종은 자연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적응하는 종은 생존한다는 냉험한 자연 법칙을 설명했다. 이런 차가운 법칙이 비단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적응력이란 개인이나 사회의 성패를 좌우한다. 다른 사람이 성공했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했다가는 적응은 커녕 시한폭탄의 시계바늘을 빨리 돌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적응이냐, 도태냐의 갈림길에서 많은 조직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 때 돌파구가 바로 ‘혁신’이다.


  우리 사회 역시 1970~80년대 산업사회식 경제시스템으로는 더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에 1990년대부터 다양한 혁신이 시도돼 왔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녹색경제’로,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가 다름 아닌 국가혁신 구호가 됐다. 특히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 구호는 여전히 모호함이라는 늪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형국이다.


● 창조경제 성공하려면 정글로 가라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1939년 휴렛과 팩커드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비롯돼, 현재는 4000여 개의 기업이 운집해 있다. - 구글 제공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1939년 휴렛과 팩커드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비롯돼, 현재는 4000여 개의 기업이 운집해 있다. - 구글 제공

  지난 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된 ‘창조경제’는 시작부터 모호함에 빠져 여전히 갈 길을 못 찾고 있다. 창조가 뭔지 정확히 정의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창조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창조라는 것을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이들이 창조경제를 설명하려고 하니 입이 딱 붙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혹자들은 경제 행위 자체가 창조인데, 두 단어를 붙여놓은 것은 ‘역전앞’처럼 동어반복의 오류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또 창조경제의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과학이란 무릇 과거를 지향하거나 비창조적인 행위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창조행위인데, 이 단어들을 붙여서 부처 이름을 만든 것은 그저 그럴듯한 부처이름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 아니겠냐는 비아냥도 있다.


  창조는 고정관념이나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으로 사회와 경제 전반을 혁신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창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 기존의 정책 내용에 온통 ‘창조’화장을 하는 것이다. 창조 문화, 창조 교육, 창조 복지, 창조 국방……. 이 때문에 국민들은 벌써 창조 울렁증까지 생길 지경이다.


  이번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모델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창업국가로서 이스라엘이 아닌가 싶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배우자는 내용의 다양한 서적이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이스라엘의 경우는 전 세계적인 유대인 네트워크가 강하고, 경제 시스템 자체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벤처기업 중심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실리콘밸리다. 문제는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런 혁신적·창조적 생태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혁신에 가치를 두고 위험을 감수 하는 모험정신’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유능한 엔지니어와 사업가들’ ‘벤처 캐피탈’ ‘주변에 훌륭한 교육기관 포진’이라는 실리콘밸리 성공요인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 식물이 아닌 잡초를 키워라


과연 미국 실리콘밸리는
과연 미국 실리콘밸리는 '창조경제'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 교보문고 제공

  빅터 W. 황과 그렉 호로윗 T2벤처캐피탈 공동 CEO는 이 책에서 미국의 독창성으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라는 혁신 생태계를 생물학적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열대우림(rainforest)’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실리콘밸리가 왜 특별한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재능 있는 사람, 획기적인 아이디어, 풍부한 자본 같이 혁신에 필요한 외적 요인을 모두 갖추고 있는 도시들은 전 세계에 많지만, 모두 혁신도시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실리콘밸리 성공의 해답은 바로 ‘정글’에 있다. 열대우림은 지구상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고 고온다습한 지역으로, 수많은 동식물들이 다양성을 갖고 울창한 생태계를 이루며 번성하고 있다. 자연 생태계는 유기체들간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것처럼, 벤처 생태계 그리고 혁신 생태계는 창의성과 비즈니스 감각, 벤처 캐피탈 등 여러 요소가 화학적 융합을 이룰 때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일은 ‘잡초’키우기라고 저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가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으로 농작물을 키울 수 있을까’였다면, 창조경제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어떻게 해야 좋은 잡초들을 빠른 시간 내에 키울 수 있을까’란 말이다. 처음부터 좋은 식물을 심을 수 없거니와, 좋은 식물을 심는다고 해서 나중에 다른 것들보다 더 잘 자라고 수확률도 높다는 장담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혁신 시스템 성공의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는 우리나라 과학계와 교육계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매년 10월만 되면 왜 우리나라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느냐는 원망과 질타가 쏟아져 나온다. 그렇지만 특정 연구분야 몇몇을 선정해 연구비를 집중지원하는 방식으로는 노벨상은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벨상은 해당 분야의 선구적인 연구나 다른 이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획기적 연구성과에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양한 연구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트렌드만 쫓아가는 연구로는 노벨상 쉽지 않단 말이다. 


  결국 저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한 단어로 정리해본다면 창조는 정책이 아닌 문화고 환경이란 것이다. 문화는 단순히 생각이 아닌 사람에서 시작되고 확산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우리에게는 '벤처 성공'이라는 단어와 연상작용을 갖는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이식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 구글 제공

  몇몇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고, 자기들이 최고인줄 알고 이런 저런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은 적응을 위한 창조의 길이 아닌, 멸망을 위한 쇠락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창조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어렵고 쉽지 않지만 원칙대로, 아래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올라간다면 문화는 정착되고, 혁신이란 기계는 삐걱대지 않고 원활하게 돌아가 진정한 창조적 조직이 되고, 창조경제가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유용하 기자

edmo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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