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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공감·AI]④ 눈에 안 띄는 교통 표지판 AI로 퇴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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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공감·AI]④ 눈에 안 띄는 교통 표지판 AI로 퇴출한다

2020.06.23 16:51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팀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CI)과 인공지능(AI), 그리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을 집대성해 도심재생에 필요한 공공시설물 및 표지판 디자인 정량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VR을 이용해 실제와 비슷하게 구축한 가상 도시 공간, 또는 실제 자동차를 타고 주행하며 보는 실제 공간에 새로운 디자인의 표지판을 설치하고 다양한 환경 조건을 부여해 효율성이나 안전성 등을 평가할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팀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CI)과 인공지능(AI), 그리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을 집대성해 도심재생에 필요한 공공시설물 및 표지판 디자인 정량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VR을 이용해 실제와 비슷하게 구축한 가상 도시 공간, 또는 실제 자동차를 타고 주행하며 보는 실제 공간에 새로운 디자인의 표지판을 설치하고 다양한 환경 조건을 부여해 효율성이나 안전성 등을 평가할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

운전을 하다 보면 표지판을 놓치거나 잘못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은 길을 잘못 드는 정도의 불편을 감수하면 되지만, 만약 멈춰야 할 데에서 멈추지 못하는 경우 자칫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표지판을 보지 못한 이유는 다양하다. 과속을 했을 수도 있고 주변 건물이나 가로수 등이 시야를 방해했을 수 있다. 낮에는 잘 보이지만 밤에 조명이 적절하지 않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일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지나치면 바로 다음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지나친 표지판은 곧 잊혀진다. 


이렇게 스쳐 지나치기 쉬운 대상을 예사로 넘기지 않은 사람이 있다. 표지판의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도구를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활용해 만드는 연구자다. 인공지능(AI)과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HCI)이라는 기술을 접목해 여러 상황과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도심 속 표지 및 시설물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모두가 지나치는 공공시설·표지판, VR·AR·AI 활용해 과학적으로 개선..."도시 바꾼다"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는 HCI 전문가로서 전세계 수억 명의 운전자들이 별 생각 없이 스쳐 간 도로의 공공안내 표지에 주목했다. 표지판은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고(가독성) 아름답게 보이도록(심미성) 디자인했다. 전세계 공통이다. 그런데 한 가지 놓친 게 있다. 야외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맑은 날과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보이는 모습이 다르고, 밤에 조명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가독성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주변에 건물이 있거나 가로수가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멈춰 서 있을 땐 잘 보여도 운전 중에는 정작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다양한 환경을 VR 또는 AR 환경을 통해 구현하고, 그 안에 표지판을 설치해 사람이 보행이나 운전 중에 어떻게 인식하는지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도구를 개발 중이다. 그는 “공공시설물과 안내표지의 구성요소와 사람, 공간의 맥락적 관계를 정량적으로 해석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4일 찾은 광주 북구 GIST 캠퍼스내 다산빌딩에서는 김 교수팀이 개발중인 표지판 평가 도구를 조금 체험할 수 있었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한 연구원이 운전석 모양의 좌석에 앉자 화면에 연구원이 바라보는 가상현실(VR)이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연구팀이 직접 그래픽으로 구축한 GIST 교내 풍경이 정교한 그래픽으로 펼쳐졌다. 배경은 낮이 되기도 하고 밤이 되기도 했다.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팀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CI)과 인공지능(AI), 그리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을 집대성해 도심재생에 필요한 공공시설물 및 표지판 디자인 정량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VR을 이용해 실제와 비슷하게 구축한 가상 도시 공간, 또는 실제 자동차를 타고 주행하며 보는 실제 공간에 새로운 디자인의 표지판을 설치하고 다양한 환경 조건을 부여해 효율성이나 안전성 등을 평가할 수 있다. 광주=윤신영 기자

VR 속 자동차가 운행을 시작한 듯 영상이 뒤로 지나갔다. 꼭 게임을 하는 것 같았지만 훨씬 현존감이 뛰어났다. 덜컹거리는 과속방지턱을 만나자 좌석도 덜컹거리며 움직였고 소리까지 생생했다. 연구원이 운전중 고개를 좌우로 살피자 주변 건물과 나무가 실제 운전자가 보듯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정지’ 표지판을 보고 운전을 멈췄다. 빨간 표지판은 초록 빛이 무성한 가로수 사이에 있었는데, 낮에는 잘 보였지만 밤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이 도구는 이렇게 VR로 구축된 도시 공간에 다양한 환경 조건을 부여하고 공공시설물이나 표지 등을 새롭게 디자인해 교체해 가면서 디자인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직접 체험하고 평가할 수 있게 개발됐다. 김 교수는 “원래는 자율주행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한 플랫폼”이라며 “현존감 높은 실제 환경을 통해 이 안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표지판을 운전자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정량적으로 연구하는 데 활용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은 실내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자동차에 이 플랫폼을 적용해, VR 장비를 착용한 채 실제 거리를 운행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실제 거리에 가상의 표지판이나 시설물을 설치하며 평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실제 자동차를 이용해 VR 및 AR 자율주행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도시공간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설계하는 데 활용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CI)과 인공지능(AI), 그리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연구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CI)과 인공지능(AI), 그리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연구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이 연구는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문화기술연구개발사업에 선정됐다. 현장을 훼손하지 않은 채 VR과 AR에 기반한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현장을 보존한 채 도시재생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김 교수와 융합기술학제학부 홍진혁·이지현 교수가 참여하고 국내기업 ‘솔트웍스’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한다.


현재 기본 기술은 확보된 상태고, 올해 광주시 및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실제 행사 장소의 표지판에 적용해 실증까지 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광주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간과 컴퓨터의 자연스러운 교류에 관심..."사람의 심리까지 세심히 케어하는 AI 만들고파"


김 교수는 HCI라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다. GIST에서 학위를 마친 뒤 AI와 로봇공학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 카네기멜론에서 박사후연구원 및 연구과학자로 근무해 왔다. 이 과정에서 HCI의 새로운 동향에 눈을 떴다. HCI는 초창기에 컴퓨터나 로봇이 사람이 신호를 주고받고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로 하여금 맥락이나 상황을 인지하게 하고 사람의 심리나 관심사에 맞출 수 있게 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여기에 AI를 도입해 사람의 행동이나 심리, 상황 등을 유연하게 인식하고 그에 따라 기능을 알아서 조절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김승준 교수팀 연구원들이 장비를 통해 연구실 안에서 걸으며 VR을 통해 실제 공간을 걷는 듯한 체험을 하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김승준 교수팀 연구원들이 장비를 통해 연구실 안에서 걸으며 VR을 통해 실제 공간을 걷는 듯한 체험을 하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김 교수는 “자율주행을 예로 들면, 기존 자율차는 사고 없이 안전하고 빠르며 정확하게 주행하는 게 목적인 ‘작업중심 AI’를 채택했다”며 “이 기준에 맞춰 차선을 변경하거나 속도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HCI와 AI가 만나면 달라진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탑승한 사람이 책을 보거나 음식을 먹는다면, AI가 이 상황을 인지하고 탑승객을 배려해 차선 변경을 자제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는 “이렇게 AI 시스템이 스스로 바뀌면서 사람을 ‘케어’할 수 있다면 사용자 경험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며 “이런 ‘인간중심(휴먼센터드)AI’를 만들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의 사소한 행동이나 신체 변화를 감지하는 새로운 데이터 수집 기술이 중요하다. 책을 보는 사람을 단지 영상만으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 음성과 몸짓(제스처), 생체신호를 측정하거나 시선을 추적(아이트래킹)하는 등 기존에 사용되지 않던 복합적인 방식으로 사람의 의도와 생각, 심리 등을 측정한다. AI는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그는 “같은 손짓이나 눈짓이라도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게 있고 별 의미가 없는 게 있다”며 “이런 것을 구분하는 데 AI가 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과 연구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동아사이언스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과 연구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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