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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홍보해놓고 실험시설 부족 방치하고 추경도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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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홍보해놓고 실험시설 부족 방치하고 추경도 잘랐다

2020.06.22 17:48

치료제·백신 개발 필수과정 영장류 실험시설

ABL-3 케이지 부족으로 연구 병목 상태

정부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정작 '시설 부족' 외면

코로나19 영장류 실험 추경도 탈락

 

붉은털원숭이의 모습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붉은털원숭이의 모습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필수다. 이들을 개발할 때엔 전임상 마지막 단계로 영장류를 이용한 동물실험이 반드시 필요한데, 한국은 세계 코로나19 실험용 영장류 모델을 단기간에 개발해 다수 확보한 극히 일부 국가 중 하나이면서도 정작 이들을 실험할 케이지(사육장)가 크게 부족해 쏟아지는 국내 개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후보물질을 충분히 실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이 치열한 신약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자들은 케이지를 추가 건설할 수 있게 정부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두 차례 요청했지만 1,2차 추경에서 모두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22일 과학계와 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용 영장류 모델을 개발해 보유한 유일한 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에서 한 달 동안 수행할 수 있는 영장류 실험은 많아야 3건으로, 전체 희망기업의 6분의 5가 적절한 때에 실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전임상 최종 단계인 영장류 동물실험을 하고자 희망하는 곳이 매달 20곳 정도인 데 비해 크게 적은 수다. 영장류를 이용한 동물실험은 약물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연구개발사업전략(R&D 블루프린트)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개발시 전임상 필수 항목으로 정했다.


특히 이 같은 ‘병목’이 일어나는 이유는 실험시설인 케이지 수 부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장류 모델 실험은 ‘동물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ABL-3)에서만 가능한데, 감염병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재 생명연 센터 내에 바련된 ABL-3 케이지 수는 총 16개다. 이 가운데 2개가 고장으로 수리 중이고 14개가 현재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결정된 수로,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긴급한 실험 수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케이지 하나에 실험동물 한 마리가 들어가 실험하게 된다”며 “보통 후보물질 투약군 3마리, 대조군 3마리 등 최소 6마리의 영장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5월 미국 생명공학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미국국립보건원이 한 치료제 렘데비시르 영장류 실험은 12마리, 중국 생명공학사 시노백의 백신 후보물질 실험에는 8마리의 영장류가 이용됐다.

 

6마리를 이용할 경우, 단순 계산에 따르면 감염병연구센터의 14개의 케이지로는 2개의 후보물질만 동시에 실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험 날짜와 실험동물 수 등을 조절해 케이지를 최대한 활용할 경우 한 달에 3개의 후보물질을 실험할 수 있다. 18일 과기정통부가 한 달에 3개의 후보물질 실험을 지원한다는 홍보한 것도 이 같은 계산에서 나왔다.


일각에서는 자체 개발해 확보한 코로나19 감염 영장류 모델의 수가 충분한 만큼 케이지를 추가 확보해 쏟아져 나오는 국산 후보물질의 실험 수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류 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감염병연구센터에 확보된 붉은털원숭이 수는 1700마리가 넘는다. 케이지만 추가 확보되면 후보물질 전임상시험을 훨씬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학계와 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내년 이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도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많은 ABL-3 영장류 케이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외에 다른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건물에 ABL-3 케이지를 추가 설치하려면 공사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실험마저 중단해야 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외부에 건물 추가 건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승인에만 수개월~수년이 걸리는 만큼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고서곤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정책관은 "관련 요청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며 "추경에서는 갑작스러운 요청이라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감염병연구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추경 예산안을 제안했지만, 1,2차 추경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 센터장은 “ABL-3 케이지는 14개의 연간 유지비가 7억 5000만 원이 드는 등 비용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시설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앞당기고, 특히 국내 기업과 기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시설인 만큼 이 시설의 부족이 ‘병목’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염병연구센터는 4월 말~5월 초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중등도 이하의 증상을 개체별로 고르게 보이는 영장류 감염병 모델을 붉은털원숭이(레서스 마카크)를 이용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적으로도 네덜란드와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만이 개발에 성공한 동물실험 모델이다. 특정 질병에 대한 영장류 실험 모델 개발에는 보통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감염병연구센터는 코로나19의 시급성을 감안해 시간을 단축해 2개월여 만에 개발을 끝냈다. 감염병연구센터는 지난달 곧바로 국내기업이 개발중인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의 실험을 마쳤고, 이달에도 국산 치료제 후보물질 2개와 백신 후보물질 1개 등 3개의 실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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